주간동아 220

2000.02.03

퐁피두센터의 21세기형 ‘변신’

고전 현대미술 조화·공공교육기능 강화… 재개관 후 방문객 줄이어

  • 입력2006-07-03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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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퐁피두센터의 21세기형 ‘변신’
    내부에 있어야 할 철근 뼈대, 수도와 가스관, 에스컬레이터 등이 외부에 드러난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건물 외관으로 유명했던 파리의 퐁피두센터가 새해 들어 파리지엔들이 처음으로 찾는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7년 가을부터 내부수리를 이유로 문을 닫았던 이 종합문화센터가 27개월의 공사를 끝내고 새해 첫날 다시 문을 연 것이다. 재개관 기념으로 무료 개방했던 1월1일과 2일 이틀 동안 내외국인 8만명이 퐁피두센터를 찾았고 한달 내내 수많은 방문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퐁피두센터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77년이다. 69년 드골 대통령의 뒤를 이었던 퐁피두 대통령이 직접 ‘대중을 위한 문화의 장소’로 계획해 건립을 추진했고 렌조, 피아노 등 이탈리아와 영국 건축가들의 설계로 퐁피두 사후 3년 뒤에 완공됐다. 이 문화센터는 국립현대미술관, 공공정보도서관, 공연예술 공간,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공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냉방시설이나 안전시설 교체, 내부공간 구조변경 등을 이유로 지은지 20년만에 전면 수리에 들어갔던 센터는 재개관하면서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변화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 최대 규모의 20세기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것과 센터의 공공 교육적 기능이 강화된 점이다. 센터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크게 늘어났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전에 비해 4만5000m²가 늘어난 1만4000m²의 전시공간에 전시물도 800점에서 1400점으로 늘어났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방법과 전시물들이다. 내부수리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미술관 입구층에 전시됐던 20세기 초반의 작품들, 예를 들어 마티스, 칸딘스키, 미로, 피카소, 뒤샹, 레제, 자코메티 등의 회화와 조각 등이 이제는 한층 위로 올라가고 입구 층에는 대신 20세기 후반의 예술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산업디자인, 팝아트, 설치미술, 비디오미술, 사진, 건축설계 모형 등 20세기 중반 이후 새롭게 예술의 영역에 포함된 수많은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러한 배치는 이제 서막을 올린 21세기를 맞는 세계인들에게 ‘21세기 현재와 밀접하게 연관된 과거로서의 20세기’를 우선적으로 소개하고 이 가까운 과거를 통해 미래지향적 사고와 상상력을 제공해주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퐁피두센터는 공사 이전과 똑같이 무료이며 전면 개가식인 공공정보도서관은 지하에서 지상 1~3층으로 옮겨져 좌석이 늘어났고 채광이나 환기 등 이용환경도 훨씬 나아졌다. 공사기간 중에도 계속된 도서 구입으로 소장도서가 35만권으로 늘어났고 2400가지나 되는 세계 각국의 잡지들이 무려 14km에 걸쳐 전시되어 있다.

    또 지하층에 마련된 문화예술 강의실과 실습장에서 연중 개최될 문화예술 강좌 프로그램은 성인들뿐만 아니라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많아 새로 문을 연 퐁피두센터가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7개월이나 계속된 퐁피두센터의 내부공사 경비 8억9000만프랑(한화 1600억원) 중 5% 가까운 4000만프랑(한화 72억원)은 이브생로랑 등 기업체 후원금으로 충당됐다. 또한 퐁피두센터의 ‘21세기형 탈바꿈’ 에 힘을 실어주기라도 하듯 올해 열리는 각종 전시회에는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의 후원도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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