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6

2000.01.06

이제는 차세대 게임기 시대

  • 입력2006-05-25 12: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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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차세대 게임기 시대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홈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전자제품의 대명사인 소니도 게임기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IBM도 일본 업체와 제휴를 바탕으로 게임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들 세계 유력 기업을 게임기 시장으로 내몰고 있는가.

    소니는 99회계연도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5%나 급락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소니의 주가만큼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0년 3월 시판예정인 소니의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를 중심으로 한 가전제품 네트워크 전략이 주식시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지난 12월초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시판 5년만에 7000만대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하며 선발업체인 닌텐도를 제치고 게임기 시장을 평정해가고 있다. 또한 99회계연도 상반기에 게임기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전자사업 전체와 비슷한 455억엔(약 5000억원)에 달한다.

    MS-소니-IBM-닌텐도 등 시장쟁탈 4파전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소니는 2000년 3월 발표할 플레이스테이션2를 디지털 가전시대의 총아로 만들어 전자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소니는 가정용 게임기에 CD와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를 장착하고 인터넷 접속기능을 부가해 전자메일, 전자상거래는 물론 음악과 영화도 다운로드받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 마디로 가정에 플레이스테이션2 한 대만 들여놓으면 구태여 PC나 인터넷TV 등을 추가로 구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말이다.



    차세대 게임기의 부상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곳은 마이크로소프트. 어차피 지금처럼 PC용 운영체제인 윈도 하나로 먹고 살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케이블TV망을 통해 영상과 게임서비스를 제공하고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육성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본의 마쓰시다, 프랑스의 톰슨과 손잡고 웹TV의 개발과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웹TV 기능을 수행하는 차세대 게임기가 껄끄러운 존재일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일본 게임기 업체인 세가와의 제휴 경험을 살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가 미국시장에 출시되는 내년 가을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게임기인 ‘X박스’를 내놓는 맞불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98년 디지털 가전 부문에서 전면적인 제휴계약을 체결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양사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차세대 게임기 시장에서 경쟁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사뿐 아니라 기존 게임기 시장의 강자였던 닌텐도와 PC시장에서 자꾸만 작아지고 있는 IBM도 제휴를 통해 차세대 게임기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미 조사전문업체인 양키그룹은 얼마 전 미국의 가정용 게임기 보유 가구수가 2003년에는 4350만가구에 이르고, 이중 85%는 차세대 게임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차세대 게임기가 미국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차세대 게임기의 보급이 확산된다고 해서 각 가정의 PC와 TV를 몰아낼 수는 없을 것이지만 각 가정의 디지털 가전을 네트워크화하는 핵심 기기로서의 기능은 차세대 게임기가 담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나라도 최근 들어 게임에 대한 인식이 ‘장난’에서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서관보다 오락실에서 게임에 탐닉하던 문제아들이 게이머라는 신종 직업군을 형성해 가고 있으며 TV광고에도 등장해 새로운 스타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차원에서는 아직까지 일본과 미국의 차세대 게임기 전략에 대한 구체적 대응전략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가 전자산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해온 우리의 안방을 점령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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