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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관전법 6가지

총선 길목 ‘변수’를 읽어라

선거구제-합당 등 ‘불확실성의 시대’… 군소정당 약진도 지켜봐야

총선 길목 ‘변수’를 읽어라

16대 총선이 넉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선거법 협상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현실 정치권 또한 언제 어떤 형태로 변할지 유동적이기만 하다. 이 때문에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변수가 많고 불확실성이 많은 것이 이번 총선의 특징. 과연 이번 총선은 어떤 변수가 있으며, 정치권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1. 선거법은 어떻게 결말날까

일단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한 명이 두 장의 투표지에 각각 날인하는 새 투표 방식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출마 후보자에게, 다른 하나는 지지 정당에 투표하는 이른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12월10일 선거법 협상을 위해 열린 3당3역 회의에서 한나라당 이부영총무는 “여당이 전국단위 소선거구제를 수용하면 야당도 ‘+α’(플러스 알파)를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여당이 주장하는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



중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여당과 소선거구제-현행 전국구제를 주장하는 야당의 팽팽한 평행선이 마침내 타협점을 찾은 것.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의 정당 지지도에 따라 그 지역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나누는 방식이다. 한나라당은 현행 전국구제와 마찬가지로 전국을 단위로 해서 정당 투표 없이 지역구 당선자의 표를 모아 계산하는 전국비례대표제를 주장했었다. 이 제도는 당선자를 제외한 후보자에게 간 표들의 대의성이 사라지는 ‘사표’가 된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완전 타결까지는 아직 고비가 산적해 있다. 지역구 대 비례대표의 비율에 대해 야당은 5대 1(현행 5.5대 1)을 주장하고, 여당은 2대 1을 주장한다.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도 여당은 하한선 8만5000명(현행 7만5000명)에 상한선 34만명인 4대 1을 주장하지만, 야당은 하한선 8만5000명에 상한선 29만7000명의 3.5대 1을 주장한다. 한나라당에서 상한선을 그렇게 잡은 것은 상한선을 34만명 선으로 잡을 경우 부산 선거구의 네 곳이 통합되기 때문이다(16, 17쪽 기사 참조).

또한 공동 여당의 선거구제당론은 아직 중선거구제다. 따라서 자민련 박태준총재를 비롯한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이 큰 고민거리다. 이들은 박총재를 제외한 전원이 서명한 연판장까지 만들며 ‘탈당 불사’의 배수진을 쳤다. ‘TK(대구-경북) 신당’ 창당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 있다. 국민회의 박상천총무가 한때 ‘도-농 복합선거구제’, 다시 말해 대도시는 중선거구제로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치르는 방식을 타협안으로 내놓았던 것도 박총재를 비롯한 자민련 영남권 의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야당이 반대할 것이 워낙 뻔해서 박총재로 하여금 입장을 선회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2. 자민련 TJ와 영남권 의원들은 탈당할까

박총재측은 “중선거구제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는 말을 연일 강조해왔다. 그러나 박총재가 정말로 탈당 등 ‘중대 결심’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자민련의 대체적인 전망. 결국 박총재는 총리로 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 다만 박총재가 계속 중대선거구제 목청을 높이는 것은 ‘총리의 권한과 임기’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종필총리(JP)처럼 그야말로 막강한 ‘실세 총리’로 대접받지는 못하겠지만, 내각에 대한 임명제청권의 강화와 임기 보장이 선행된다면 총리로 갈 수도 있다는 속내를 측근 인사들에게 털어놓았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면 영남권 의원들은 어떻게 할까. 여권 핵심부는 최악의 경우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김용환-허화평씨의 ‘벤처신당’에 갈 수도 있겠지만, 막상 집단적으로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더 강하다. 어렵사리 ‘TK 신당’을 창당해 보았자 한나라당으로부터 “당선되면 여당에 투항할 ‘위성 정당’이다”는 공격을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남권의 한 의원은 “솔직히 말해 옥쇄를 각오하고 정면대결하는 것이 후일을 도모하는 길이란 생각도 있다”고 말한다.

12월9일 안성시장 재선거와 화성군수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겉으로 드러난 국민회의 기류는 합당론 일색이다. “합당만이 살 길”이란 목소리도 높아졌다. 남궁진 청와대정무수석은 12월10일 “내년 총선을 감안할 때 합당이 부드러운 것 아니냐”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 공천이 어려운 것은 물론, 연합 공천의 위력 또한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다. 게다가 소선거구제라면 ‘2여 대 1야’로 분산되는 것보다는 ‘1여 대 1야’ 구도로 가는 것이 좋다는 원론적 이유도 있다.

최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신당으로 합칠 경우 합당하지 않을 경우보다 6% 정도 더 높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나타난 것도 합당론을 부추기는 논거가 된다. 합당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한다. 따라서 합당론이 여권 핵심의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회의에는 오히려 합당하지 않는 것이 총선에 유리하다는 반대론자들도 여전히 많다. 청와대 출신 한 중진 인사의 주장. “합당이 득표에 유리할 것이란 생각은 단견일 수 있다. 연합 공천의 폐해를 걱정하는 모양인데, 합당하게 되면 신당의 색깔이 혼탁해져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합당으로 얻는 표보다 잃는 표가 더 많을 수도 있다. JP가 자민련의 보수 색깔을 더 확실히 하고, 민주신당은 개혁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이 더 낫다.” 한 부총재도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관철되면 굳이 합당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민주신당과 자민련이 각 권역에서 얻은 비례대표 의석을 합하는 것이, 하나의 여당으로 얻은 비례대표 의석보다 많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합당론이 완전히 굳어진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하다. 합당 불가피론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것이 여권 합당론의 정체다. 일각에서는 김대중대통령과 JP가 이미 합당을 약속하고 구체적인 일정도 잡아놓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당사자인 자민련 의원들은 여전히 합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JP 또한 어느 쪽이 이득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듯하다.

4. 여권신당의 얼굴은 누가 되나

합당에 반대하는 국민회의의 한 인사는, JP가 신당 총재가 되는 것이 거의 확정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벌컥 화를 내며 “자기들 마음대로 하라고 해. 정권이 망하는 길이 무엇인지 알아요? 남들은 다 아는데 자기들만 모를 때 망하는 거요”라고 극단적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회의에는 그만큼 JP가 신당의 얼굴을 맡는 데 대해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JP에 대한 감정적 요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JP 간판으로 어떻게 총선을 치르냐”는 논리가 더 강하다. 최근 김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총리공관을 방문하자, 김대통령의 마음도 JP에게 총재를 넘기고 자신은 명예총재로 물러날 듯하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한 부총재는 “아직 두고 보아야 한다”며 섣부른 총재추대론을 일축했다. 신당의 얼굴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확약을 준 바가 없다는 주장이다. 남궁진수석 또한 “현실정치가 정당정치인데 (집권 여당 총재인) 대통령이 책임지지 않으면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고 김대통령의 ‘2선 후퇴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JP의 관점에서 볼 때는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총재도 못하는 합당은 해서 무엇하나’하는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는 것. 더구나 “합당 얘기를 꺼내려면 당을 떠나라”고까지 강경하게 합당을 반대했다가 입장을 바꾼데 대한 상처까지 보상받기 위해서는 총재 추대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렇게 하는 편이 자민련의 합당 반대론자들을 설득하기도 용이하다. 최근 김근태부총재가 신당의 총재를 JP에게 넘기는 대신 새로운 지도세력과 결합해야 한다는 이른바 ‘패키지론’을 제시한 것도 JP 총재추대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현재 신당 지도체제에 대해서는 총재 밑에 부총재단을 두는 체제나, 총재 아래에 대표위원을 두는 직할 체제 등 여러 방안이 검토중이지만, 합당이 된다면 JP가 총재가 된다는 것이 현재로선 일반적인 관측이다.

영남권 입성을 위한 신당의 ‘동진 벨트’가 대략 그 모양을 드러냈다. 우선 김중권 전 청와대비서실장은 고향인 울진보다 청송-영덕이 지지도가 높은데다가, 판사 재임시절 영덕지원장을 지낸 인연도 있어 이 지역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신당행이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수성전총리 또한 출마하면 군위-칠곡이 될 듯하다. 칠곡은 그의 고향. 김전실장과 함께 청와대를 나온 조은희 전 문화관광비서관 역시 대구 출마가 유력하다. ‘신바람 박사’ 황수관 전 연세대교수 역시 본인은 서울지역을 희망하고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고향인 경주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하다. 대구-경북에서는 이밖에 권정달의 원(안동을)이 “지역구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엄삼탁부총재(대구 달성) 또한 한나라당 박근혜의원과의 재대결을 벼르는 중이다.

부산에서는 서석재의원 (사하갑)- 김정길 전 청와대정무수석 (영도)- 노무현의원 (북-강서을)- 김운환의원 (해운대- 기장을)- 자민련 김동주의원(해운대-기장갑)이 시너지효과 발휘를 위한 ‘연대 벨트’를 이미 형성했다. 서석재부총재의 한 측근은 “이 벨트에 참신한 인물 서너명을 더 편입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의원 같은 경우는 한이헌의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한데다, 지역여론도 좋아 일단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전수석도 김형오의원의 지지도가 높기는 하지만, 지역 기반이 나름대로 만만치 않은 김용원변호사와 3파전이 되면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에서도 분당에 출마하면 무난히 당선되리라 예상되는 김정길전수석까지 영도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자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남권의 판이 이상하게 꼬이는 조짐이라, 이들의 정면 대결 의지가 선거 구도를 적지 않게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 기존의 지역성에 마음놓고 있다간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국민회의 전국구 김태랑의원은 고향인 경남 창녕에서 이미 표밭 일구기에 들어갔다. 여권에서는 “최소 한 석도 못건지는 완패는 없다”고 장담한다.

6. 무소속 . 군소정당 약진할까

김용환의원-허화평전의원의 ‘벤처 신당’, 무소속 홍사덕의원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중심의 ‘개혁 신당’, 권영길씨를 대표로 선출한 민주노동당, 가능한 모든 지역구에 후보자 출마를 결의한 청년진보당…. 이번 총선에는 최소 서너 개의 군소 정당이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얼마나 좋은 성적표를 낼 수 있을까.

일단 초반 전망은 나쁜 편이 아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해 있고,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 지표에 의하면 유권자 중 무당파 비율은 거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이는 ‘신당 돌풍’의 가능성을 말해주는 지표들이라고 군소정당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의 지난 10월 조사에 따르면 ‘인지도가 낮고 당선 가능성이 작아 보이더라도 새로운 인물이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가급적 지지한다’는 답변이 무려 35.8%에 달했다. 또한 11월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개혁 신당’이 13.2%, 민주노동당이 10.3%를 얻었다. 이에 반해 기존 정당은 국민회의 22.8%, 자민련 5.4%, 한나라당 11.7%를 기록했다.

군소정당들의 성적에 대한 기성 정치인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막상 선거에 들어가면 예전처럼 양당 대결구도와 지역대결 구도에 따라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정권교체의 후유증으로 여당과 야당이 다같이 내려앉으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자초했고, 특히 공명선거 분위기가 강조되기 때문에 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틈새는 많을 것”이라는 평가가 대립한다. 과연 21세기 유권자들은 20세기와 다른 패러다임을 택할 것인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14호 (p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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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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