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친환경차 시장의 ‘헝거 게임’

“수소전지차라는 ‘새로운 밥상’ 차려야”

현대차 2013년 세계 최초 양산차 개발…성능·주행거리 전기차보다 월등, 궁극 친환경차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07-25 16: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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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시장은 이미 테슬라 등 세계 유수 기업이 개발을 마친 ‘차려진 밥상’(레드오션)이다. 물론 선도 시장을 따라가는 게 안정적일 순 있지만 그 대신 항상 2등에 머물 수밖에 없다. 수소연료전지차라는 새로운 기술은 한국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시장에 ‘새로운 밥상’(블루오션)을 차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당연히 정부 지원도 여기에 집중돼야 한다.”

    자동차학계 한 원로 학자가 익명을 전제로 한 말이다.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지차)란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과 달리, 수소와 대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이때 발생한 전기로 동력을 얻는 친환경 자동차다.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에너지를 쓰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를 주입해 전기를 자체 생성, 에너지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만든 순수한 물, 즉 증류수뿐이다. 연료인 수소는 물을 분해해 다시 얻으면 되는 구조.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수소전지차를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부른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 수소전지차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궁극의 친환경차를 완성한 셈.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의 정책은 수소전지차보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전기차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보다 모든 측면에서 뛰어난 수소전지차를 두고 전기차에 파격적 지원을 고집하는 이유는 친환경차업계와 대중의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2분 충전에 424km 주행, 힘도 좋아

    수소전지차는 모든 측면에서 전기차보다 우위에 있는 친환경차다. 전기차가 가진 가장 큰 기능적 약점인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를 완벽하게 극복하면서도 전기차의 모든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전기차가 30분(급속충전 기준) 충전해 140km 정도를 갈 수 있는 반면, 수소차는 단 2분 충전으로 424km를 갈 수 있다. 현재 운행되는 경유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주행 성능이다. 반면 전기차와 같이 전기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이 거의 없다. 또 전기를 충전해 움직이는 전기차와 달리 전기를 자체 생성해 사용하므로 더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전기차의 큰 약점 가운데 하나인 저속에서 힘이 떨어지는 현상이 수소차에선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친환경 측면에서도 수소전지차는 전기차를 압도한다. 전기차의 경우 기존에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해 전지를 충전한다. 당연히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게 되고, 그에 따라 발전소도 늘어나야 한다. 전기차의 전기 사용량을 충당하려면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친환경 발전’이라 부르는 조력, 풍력, 수력발전의 경우 생산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은 상대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친환경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사용이 늘면 그만큼 전기 사용량도 늘어난다. 정부는 당연히 효율이 높고 건설이 쉬운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려 할 것이다. 무분별한 전기차 만능론은 오히려 환경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수소전지차는 수소와 대기 중 산소의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성한다. 자체적으로 동력 생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전소 전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며 발생하는 부산물은 환경오염 물질과는 거리가 먼 증류수다. 내연기관 차량에 뒤지지 않는 주행 성능과 전기차에 비해 월등한 친환경성 덕에 수소전지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다.  

    수소전지차의 상용화를 막는 가장 큰 약점은 높은 가격이다. 현대자동차의 양산형 수소전지차 투싼ix 가격은 8500만 원 이상으로 내연기관차 2800만 원, 전기차 4500만 원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훨씬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약점에 대해 자동차업계에선 “정부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수소전지차에 대해 잘 아는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의 주장이다.

    “전기차에 비해 성능이나 환경 문제 해결에 탁월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수소전지차가 화석연료 자동차를 대체할 공산이 크다. 2018년까지 단가를 현실적으로 낮춘 수소전지차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전기차 지원책처럼 정부의 지원금과 인프라 지원이 있다면 수소전지차는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자동차 시장을 친환경차 시장으로 재편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7월 7일 내놓은 종합대책안에 따르면 수소전지차를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의 최대치는 2750만 원으로 이를 모두 받는다 해도 차량 가격은 6000만 원(투싼 ix)이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최대 2000만 원대 보조금을 받으면 내연기관차량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세제혜택까지 고려하면 더 싸지는 경우도 있다. 



    CNG, LNG보다 안전하다는데

    수소전지차의 양산을 막는 다른 원인은 비과학적 괴담이다. 수소폭탄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폭발 위험이 있는 차’라는 누명을 써온 것. 쉽게 불이 붙는 화학적 특성은 이런 잘못된 이미지를 증폭했다. 하지만 수소전지차 연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와 같은 우려는 오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수소는 대기 중 4% 이상 75% 이하 농도에서만 폭발한다. 3% 이하나 80% 이상 농도에서는 폭발하지 않는다.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이므로 그만큼 확산성이 좋다. 누출되더라도 높은 확산성으로 금방 희석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CNG(압축천연가스)나 LNG(액화석유가스) 연료 차량은 지하주차장 이용을 금지하지만 수소전지차는 허용된다.”

    현재 상황에서 ‘위험한 차’라는 누명을 벗는다 해도 당장 수소전지차가 친환경차 시장에서 전기차를 이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 친환경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전 세계에 출하된 전기차에 적재된 배터리는 총 7.5GWh로 2015년 동기 대비 약 50% 성장했다. 게다가 중국과 미국 등 전기차 선도 국가에서 시장을 키우며 세계 친환경차 시장의 패러다임은 전기차로 옮겨가고 있다.

    학계에서도 전기차 시장 위주로 친환경차 시장이 꾸려지고 있다는 진단이 대부분이었다. 윤상원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당분간)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했듯 2020년까지 세계 각국은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고자 친환경차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다. (궁극적으로)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 차가 전기차가 될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될지, 수소전지차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전기차 인프라의 확산 속도가 빠르므로 (당분간) 전기차로 갈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교수는 수소전지차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직 친환경차 시장은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이다.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잠식하며 한국 자동차 시장의 위기론이 나오고 있지만, 수소전지 등 신진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한국 기업들이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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