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5

2016.07.06

사회

프리마켓 열풍 “새로움을 판다”

양대 산맥 홍대 프리마켓 vs 밤도깨비 야시장…예술적 향취 vs 기획된 관광명소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07-01 17: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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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프리마켓 열풍이다. 그중에서도 서울 홍대 인근은 프리마켓의 성지다. 2002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홍대 프리마켓’ 외에도 망원동 일대까지 작은 프리마켓이 번져 있다. 홍대 프리마켓에서 활동하던 판매자나 자원봉사자가 다른 곳에서 프리마켓을 운영하기도 한다.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열린 이태원동 우사단 마을의 ‘계단장 프리마켓’도 홍대 프리마켓 판매자 중 이태원에 사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프리마켓이다.

    프리마켓 열풍에 서울시도 동참했다. 서울시는 3월 31일 ‘여의도 월드나이트마켓’(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을 열었다. 서울시 야시장은 주로 음식을 파는 해외 야시장에 수공예품 등을 파는 프리마켓이 조합된 형태다. 서울시는 올해 야시장사업에 20억 원을 투자해 여의도 외 목동, 동대문, 청계천에서도 야시장을 열 계획이다.



    14년 전통 vs 서울시의 기획 작품

    6월 25일 밤 홍대 정문 앞 놀이터에는 매주 그랬듯 장이 섰다.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부터 14년간 지속돼온 홍대 프리마켓이다. 홍대 프리마켓이 열리는 놀이터는 판매대와 관광객들로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판매대에서는 생활소품이나 액세서리 등을 팔고 있었다. 좁은 길목은 사람들로 꽉 차 있어 출근길 지하철 같은 모습이었다.  

    프리마켓(Free Market)은 원래 플리마켓(Flea Market)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던 말이다. 이 단어가 한국에서만 의미가 달라졌다. 프리마켓은 원래 누구나 자유롭게 물건을 파는 시장을 뜻하지만, 한국에서는 한 가지 의미가 더 추가된다. 중고품이 아닌 직접 만든 새 제품만 판매할 수 있다는 것. 이 의미를 만들어낸 것은 한국의 원조 프리마켓인 홍대 프리마켓이다. 홍대 프리마켓은 2002년 6월 그해 열렸던 한일월드컵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처음 시작됐다.



    반짝 행사로 기획된 프리마켓이었지만 홍대를 찾은 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게다가 홍대 근처에 모여 살던 젊은 작가들 처지에서도 자신의 작품을 알리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그 덕에 2002년 9월 프리마켓기획단(현 (사)일상예술창작센터)이 운영하는 ‘홍대 앞 예술시장’이 시작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앞이었기에 시장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덕에 14년간 이어오며 원조 프리마켓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홍대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 관계자는 “홍대 프리마켓은 2002년 시작부터 지금까지 수공예품만 취급해왔다. 창작자와 시민이 직접 만나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당초 취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6월 25일 저녁 홍대 프리마켓에는 30개 남짓한 판매대가 있었는데, 향수나 향초 같은 공산품은 없었다. 판매대 모두 판매자가 직접 만들거나 디자인한 수공예품이 놓여 있었다.

    6월 24일 저녁에 찾은 서울밤도깨비야시장사업단의 ‘여의도 월드나이트마켓’은 홍대 프리마켓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일단 장소가 홍대 프리마켓에 비해 훨씬 넓었다. 놀이터에서 열린 홍대 프리마켓과 달리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리는 곳은 여의도 물빛공원이다. 넓은 공원에 푸드트럭과 디자인 제품을 파는 부스들이 구획을 나눠 늘어서 있었다. 공원 가운데 공터에서는 공연도 진행됐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의 역사는 짧다.  3월 31일 상설화된 신생 프리마켓이다. 후발주자답게 운영도 공격적이다. 공예품만 판매하는 홍대 프리마켓과 달리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는 푸드트럭이 자리를 잡았다. 그것도 한두 대가 아니라 42대의 푸드트럭이 시장 주변을 감싸고 있다. 푸드트럭에서 파는 음식도 다양하다. 길거리에서 흔히 사 먹을 수 있는 닭꼬치나 튀김은 물론 일반식당에서 보기 힘든 세계 각국 전통 요리까지 완비돼 있었다.

    판매 물품도 홍대 프리마켓에 비해 다양했다. 물품 판매대는 총 70개가 영업 중이었다. 그중에는 공예품이 아닌 다른 물건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홍대 프리마켓의 경우 수공예품만 취급하는 데 반해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서는 수공예품 외에도 생활소품이나 아이디어 상품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후발주자임에도 홍대 프리마켓보다 훨씬 큰 규모로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예산 덕분이다. 서울밤도깨비시장사업에 서울시가 지원한 예산은 올해에만 20억 원, 지원된 예산이 큰 만큼 명확한 콘셉트와 엄선된 업체 등 사업 기획이 탄탄했다. 지난해 밤도깨비 야시장을 처음 기획한 윤성진 전 서울밤도깨비야시장사업단장은 “밤도깨비 야시장은 입지 선정, 공간 배치, 입점 점포까지 완벽하게 기획된 관광 야시장이다. 당초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서울시의 관광사업으로 시작한 만큼 장소부터 입점 업체까지 치밀하게 짜놓은 전략을 바탕으로 기획, 운영되는 시장”이라 설명했다.



    깔끔한 여의도 vs 소박한 홍대

    두 시장이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 이유는 각 시장의 핵심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홍대 프리마켓은 작가들과 주민들이 만나는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판매자들도 매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홍대 프리마켓 한 공예품 판매자는 “손님들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된다. 물론 매출이 높으면 좋겠지만 손님들이 작품을 구경하며 예쁘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의 핵심 과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되는 것이다. 매력적인 시장을 구성하고 좋은 제품을 들여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공예품을 판매하는 한모(30) 씨는 “밤도깨비 야시장에 매장을 여는 데는 제품을 알리려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매출이다. 서울 내 많은 프리마켓에서 판매해봤지만 매출은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 입점한 매장의 평균 하루 매출은 200만 원. 홍대 프리마켓의 핫셀러(비교적 물건을 많이 파는 판매자)의 하루 매출이 100만 원 선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사업단 관계자는 “밤도깨비 야시장의 경쟁 상대는 국내 프리마켓이 아닌 해외 관광명소가 된 야시장들”이라며 “홍대 프리마켓 같은 소규모 프리마켓과는 목표도 다르고, 영업시간도 다르다. 경쟁 상대라기보다 프리마켓 문화를 함께 만드는 상생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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