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4

2016.06.29

法으로 본 세상

MBC ‘압구정 백야’ 2심 “방통위 제재 정당”

‘막장 드라마’ 제재 소송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choepro@lawcm.com

    입력2016-06-27 14: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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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극장에선 언젠가부터 ‘막장 드라마’란 말이 유행이다. 시청률을 올리고 싶은 욕심 탓일까. 상업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조차 건전한 이슈로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건강한 토론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본연의 사명을 완수하기보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내용으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를 방송한 MBC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낸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방통위 제재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평일 오후 8시 55분~9시 30분에 방영된 ‘압구정 백야’는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올렸지만 황당한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딸이 가족을 버린 친어머니에게 복수하려고 새 가정을 꾸린 친어머니의 의붓아들을 유혹해 며느리가 된다는 비상식적 내용은 물론이고,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시어머니가 친딸이자 며느리에게 폭언하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적인 장면이 빈번히 등장했다. 또한 등장인물의 생사가 아무런 맥락 없이 황당하게 결정돼 극 흐름에 비춰봐도 지나치게 무리한 설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방통위가 비윤리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 설정과 폭력 장면을 이유로 지난해 4월 ‘드라마 관계자 징계 처분’을 내리자 MBC는 사상 최초로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지상파 방송사는 가족 시청 시간대에 가족 구성원 모두의 정서와 윤리 수준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할 책임이 있는데, ‘압구정 백야’가 이 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방통위 손을 들어줬다. MBC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MBC가 항소하면서 주장한 이유는 1심과 별반 다르지 않고, 새로 제출된 증거를 감안해도 결론이 달라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온 가족이 시청하는 시간대인데도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설정과 폭언·폭력으로 가족 구성원의 정서와 윤리의식을 해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공공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판결을 환영했다. 상황만 두고 보면, 지상파 드라마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느 범위까지 허용돼야 하는지와 관련한 것이어서 결코 그 의미가 작거나 가볍지 않다. 더구나 방송사가 감독기관의 행정처분에 불복한 최초 사례인 만큼 차후 대법원 판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MBC는 법적 쟁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6월 12일 직원이 컴퓨터로 사내전산망에 접속하면 e메일과 메신저 대화 내용, 첨부파일 등을 서버에 자동저장하는 ‘로킹’ 기능이 있는 보안프로그램 ‘트로이컷’을 직원들 몰래 컴퓨터에 설치했다 형사사건에서 유죄 확정을 받았다. 또 “사측이 노동조합(노조) 관련 자료를 관제서버에 저장해 수집 및 보관하고 열람까지 한 것은 노조의 일상적 조합활동과 쟁의행위를 위축하고 방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주요 간부들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이는 대법원 확정판결이다.

    이번 ‘막장 드라마’ 제재 사건을 계기로 공영방송의 책임과 사명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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