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4

2016.06.29

책 읽기 만보

불타는 지구의 경고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06-27 12:03:4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당신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협상만 하고 있습니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캐나다 대학생 안잘리 아파두라이가 각국 대표를 향해 한 말이다.  

    그럼 되짚어보자. 1979년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이후 8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세계기상회의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설치를 의결했고, 8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협약 체결 요청이 공식 제의됐다. 90년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기상회의에서 기본 협약을 맺은 뒤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기후변화협약의 주요 내용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탄소, 프레온가스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었다. 97년 각국은 일본 교토에 모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했다. 그 결과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 90년을 기준으로 2013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1%나 늘어났다. 경제학자 존 레일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길어질수록 배출량도 훨씬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이 2014년 유엔기후변화 정상회담에 맞춰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This Changes Everything)’를 출간한 이유는 하나다. 절박함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경고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 늘려나가는 현재 경로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기후변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대도시는 침수 피해를 겪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문화가 바닷물에 잠기며, 우리의 자녀는 맹렬한 폭풍과 혹독한 가뭄의 공격에 직면해 대피와 피해 복구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소모할 것이다. 원하는 것이 이런 미래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정말 우리는 지난 20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 대기 중 탄소를 안전하게 흡수하는 기적의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는 요행을 바라거나, 부의 확보야말로 기상이변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최선의 보호책이라는 터무니없는 합리화로 위안을 삼았다. 한때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합리적 방법으로 여겨졌으니, 탄소시장을 인정하는 순간 자연은 오염 물질을 배출하기 위한 ‘화폐’로 전락했다.

    구세주는 없다. 탄소 배출권 거래 같은 자본주의로도 지구를 구할 수 없다. 클라인이 내놓은 해법은 아주 단순하다. ‘이제는 죽은 것들이 쉴 수 있도록 놔두어야 할 때다.’ 여기서 죽은 것들이란 오래전 죽은 생명체들이 부패하면서 남긴 잔존물, 즉 화석연료다. 만신창이가 된 지구를 살릴 시간이 촉박하지만 어쨌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사
    앙드레 모루아 지음/ 신용석 해제·옮김/ 김영사/848쪽/ 3만 원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꼽히는 저자가 ‘영국사’(1937), ‘미국사’(1943)에 이어 ‘프랑스사’(1947)를 출간하면서 이른바 역사서 3부작이 완성됐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전달할 때 객관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과 유려한 문장으로 역사 서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 역자가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한 것을 다듬어 35년 만에 재출간했다. 




    비사교적 사교성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심정명 옮김/ 바다출판사/ 212쪽/ 1만2000원


    37세까지 일정한 직업 없이 산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일하기 싫은 당신을 위한 책’을 써 유명해진 저자가 이번엔 전공인 칸트 철학과 ‘관계 맺기’에 대해 들려준다. 칸트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를 형성하고자 하는 성질’과 ‘자신을 개별화하는 성질’ 둘 다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도저히 못 참겠지만 싹 갈라설 수 없는 동료에 둘러싸인다”고 설명한다.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김/ 비엠케이/ 300쪽/ 1만8000원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는 37세인 1944년부터 세상을 떠난 54년까지 약 10년간 일기를 썼다. 칼로 사후 41년 만에 발견된 이 일기장에는 17세 때 교통사고를 당해 서른두 번의 수술과 세 번의 유산을 경험하며 만신창이가 된 육체, 연인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과 이혼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전에 이 일기의 일부가 공개됐다.




    빈 배처럼 텅 비어
    최승자 지음/ 문학과지성사/ 124쪽/ 8000원


    ‘빈 배처럼 텅 비어/ 나 돌아갑니다’로 끝나는 표제시를 시작으로 ‘내 詩는 당분간’의 전문 ‘너의 존재를 들키지 마라/ 그림자가 달아난다//(내 詩는 당분간 허공을 맴돌 것이다)’를 마지막에 배치한 이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의 생존을 증명하는 시에 대해 절절히 노래하고 있다. 시 92편을 묶어 여덟 번째 시집을 펴내며 시인은 이렇게 한 줄 적는다. “한 판 넋두리를 쏟아놓은 기분이다.”  




    날마다 아름다운 죽음을 살고 싶다
    김옥라 구술채록/ 청강문화산업대학교/ 320쪽/ 2만2000원


    1950년대 ‘대한소녀단 걸스카웃’ 간사장으로 국제사회에 한국의 존재를 알리는 데 앞장섰고, 80년대에는 국내 최초로 자원봉사 교육을 시작했으며 세계감리교여성연합회 회장,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회장, 각당복지재단 이사장을 지낸 98세의 ‘영원한 현역’ 김옥라 여사의 삶을 구술채록했다. “사람은 살아온 것처럼 죽어간다고 했거든요. 우리가 날마다 아름답게 살아야지”같은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다.




    독점의 조건
    김재영 지음/ 한스미디어/ 384쪽/ 1만6000원


    수첩을 ‘아직 글자가 쓰이지 않은 책’으로 만든 몰스킨, 자동차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바꾼 테슬라, 에너지 드링크라는 새로운 시장을 연 레드불, ‘피로회복제’의 대명사가 된 박카스. 이들의 성공 요인은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한 데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가 원조 브랜드 만들기, 카테고리 이름 짓기, 홍보와 확산법 등 카테고리 마케팅법을 소개했다.




    동양인은 모나리자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크리스틴 카욜·우훙먀오 지음/ 전혜영 옮김/ 에쎄/ 352쪽/ 1만8000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볼 때 동양인은 ‘알 듯 모를 듯한’ 여인의 미소와 느낌에 집중하고, 서양인은 여인이 입고 있는 옷과 장신구, 배경이 되는 풍경을 보며 ‘누구일까’를 분석한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프랑스인 교육철학자와 우한대 프랑스어과 교수인 중국인이 그림을 바탕으로 신화, 종교, 자연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서로 다른 ‘시선’에 대해 나눈 대화를 엮었다.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이종호 지음/ 북카라반/ 268쪽/ 1만5000원


    겉모양이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피부와 장기조직, 두뇌까지 사람과 유사한 ‘안드로이드’, 특수 인공장기를 달아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 된 ‘사이보그’. 인간이 꿈꿔온 로봇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SF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익숙한 소재로 로봇의 탄생부터 인간과 로봇의 공존 문제까지 설명했다. 특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관심이 높아진 인공지능이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살펴봤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