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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대통령이 힘 실은 T-50 미국 수출, 물 건너가나

“‘한국 항공기’ 강조, 수주에 도움 안 돼”…청와대는 알고 있었을까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대통령이 힘 실은 T-50 미국 수출, 물 건너가나

대통령이 힘 실은 T-50 미국 수출, 물 건너가나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2월 17일 오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TX) 공개 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군당국 주변에서 묘한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한 것은 5월 하순 들어서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 록히드마틴이 공동 추진하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지원하고 있는 T-50의 대미(對美) 수출사업이 그 주인공.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힘을 실어준 사업의 성사 전망이 하루가 다르게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게 그 골자다. 이 무렵부터 관계부처 주변에서는 “담당자들 얼굴이 사색이 됐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1000대, 50조 원. 미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고등훈련기(TX) 사업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한마디다. 미군의 노후 훈련기 T-38을 교체하는 이 사업은 기본 물량 350대(약 17조 원)에 미 해군 등의 추가 주문을 감안하면 최대 1000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우방국들이 워싱턴의 ‘선례’를 따른다면 2000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쉽게 말해 전 세계 고등훈련기의 표준이 이 프로젝트 한 방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감안하면…

T-50은 KAI와 록히드마틴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2조여 원을 들여 공동개발한 고유 기종이다. 한국 공군이 2010년까지 50대를 구매했고, 2011년 인도네시아에 16대가 수출됐다. 전술입문훈련기 TA-50, 경공격기 FA-50 등의 파생 기종이 만들어진 바 있으며, KAI와 록히드마틴은 TX 사업을 위해 이를 T-50A로 개량해 6월 2일 시제기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선정과 관련한 미 국방부의 시간표는 2017년 3월까지 제안서를 제출받아 그해 말 기종 선정과 계약을 진행한다는 것. 미국 측 예산 상황에 따라 다소 지연될 공산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업은 단지 한 건의 항공기 수출이 아니라 우리 항공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한미 공동번영이라는 큰 의미를 가진 만큼 이번 사업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2015년 12월 17일 박 대통령이 경남 사천에서 열린 ‘TX 공개 기념행사’에 참석해 남긴 이 같은 말은 정부가 이 사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 사이 한국군의 대형 항공무기도입 사업을 ‘싹쓸이’하고 있는 록히드마틴 관련 행사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을 정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아니지만, 수출사업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KAI와 공조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VIP의 의중이 실린 사안이다 보니 경쟁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업, 그것도 초도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시점에 흘러나온 비관론의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미국 내부의 역학관계상 T-50은 주요 고려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근래 들어 미국에서도 록히드마틴의 수주 실적이 단연 두드러졌던 만큼 미국 정부로서는 보잉 등 다른 주요 사업자를 ‘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를 둘러싸고 보잉의 군용항공기 생산공장이 있는 미주리 주와 록히드마틴이 T-50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밝힌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출신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 긴장감이 팽팽하다는 워싱턴 정치권 인사들의 설명도 확인할 수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간 미국 정부가 대형 무기도입 사업에서 이러한 정치논리를 고려한 적은 없었다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식 관점으로 해석한 과장이라는 것. 더욱이 아직 제안서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보잉과 노스롭그루먼 등 주요 경쟁사들은 구체적인 기종조차 선보이지 못한 만큼 유불리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는 논리다.

그러나 다양한 주변 여건을 살펴볼수록 상황이 T-50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은 점차 명확해진다. 한 해외 항공 전문가는 “T-50은 이미 완성된 물건을 개량하는 개념이지만 경쟁기종들은 미국 입맛에 맞게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검증된 기종이라는 점이나 개발비가 적게 든다는 건 탁월한 경쟁력이지만,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보고 새로 제시되는 미국 측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반영하려면 완성품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 국방예산 상황에 따라 사업 일정이 지연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이미 완제품을 갖고 있다는 장점도 희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 눈여겨볼 부분은 청와대와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움직임이 TX 수주전에서 결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없으리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 정부의 방위산업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문제가 대표적이다. 가격과 성능 등 조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가급적 자국업체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이 규정을 감안할 때 ‘T-50은 한국의 고유기종이며, 성사되면 한국의 쾌거’라는 논리를 우리 정부가 나서서 강조하는 건 결코 유리할 수 없는 행보라는 이야기다. TX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한 외국계 군수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수주전략으로만 따지면 공동사업자인 록히드마틴을 앞세우고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게 훨씬 낫다. 한국 정부가 이렇듯 공격적인 홍보를 택한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청와대는 이를 창조경제 일환이나 대통령의 성과를 과시할 기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과연 실무부처에서 이를 면밀히 보고했을지, 청와대는 제반 상황을 두루 검토했을지 의문스럽다. 대통령이 나서자 모두가 앞뒤 재지 않고 팔을 걷어붙인 형국이다.”


대통령이 힘 실은 T-50 미국 수출, 물 건너가나

미국 남부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 있는 록히드마틴의 F-35 생산공장. [사진 제공 · 록히드마틴]

‘대박 로또’ 누가 말했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한국의 예상 이익도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TX 수주에 성공할 경우 최종조립과 납품은 모두 록히드마틴에 의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에서 진행되고, 판매 금액은 KAI와 록히드마틴이 70% 대 30% 비율로 나눠 갖는다. 그러나 한국 항공산업 현실상 우리가 갖기로 한 70% 중에서도 상당 부분은 외국 항공업체 부품을 구매해 조립하는 데 써야 하는 상황. 사업으로 발생하는 고용 창출 등 경제유발 효과나 총 판매 금액 50조 원에서 받게 될 30여 조 원 역시 상당 부분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성사되면 엄청난 경사임에는 틀림없지만,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대박 로또’ 수준의 장밋빛 전망에는 과장이 섞여 있다는 이야기다.

KT-1.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011년 페루 수출을 성사시켰다며 언론을 장식했던 국산 기본훈련기다. 당시 떠들썩하던 분위기와 달리 실제 페루 측 구매는 20대에 그쳤고, 추가 구매는 페루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불가능해졌다는 게 군수항공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 정부의 공세적인 구애가 사업 수주나 확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2011년 당시에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말 TX 수주 성공에 관심이 있다면 조만간 유휴 시설이 발생할 T-50 생산라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간동아 2016.06.22 1043호 (p20~21)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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