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0

2016.06.01

골프의 즐거움

원아시아투어 중국發 균열 위기

시진핑 반(反)골프정책 아시아 골프 발전 찬물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6-05-30 17: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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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1980년 개혁·개방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선전, 주하이 등 4개 특구 도시에 외자 유치를 시도했다. 4년 뒤인 84년 중산온천골프클럽이 중국 최초로 개장했다. 그 후 해안선을 따라 자유무역구인 광둥과 상하이, 톈진에 골프장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첫 골프장이 개장한 20년 뒤인 2004년 중국 정부는 ‘신규 골프장 건설 금지’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골프장을 만들기만 하면 외국 골퍼들이 돈을 싸들고 들어오니 지방 정부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2004년 178개이던 골프장은 9년 뒤인 2013년 오히려 521개로 늘었다. 단속에 나서야 할 지방 정부는 돈벌이를 위해 골프장 건설을 음성적으로 허가했다. 농업이 근간인 나라에서 농지가 골프장으로 전환되거나 농수를 끌어다 골프장 잔디에 뿌리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중국 당국은 골프를 부패의 온상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2013년 3월 시진핑 주석이 등장하면서 반부패운동과 함께 골프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및 사정(司正) 작업이 진행됐다. 2015년   3월 말 단행된 66개 골프장 폐쇄 조치가 시작이었다. 폐쇄된 골프장은 산둥성이 8개로 가장 많고 랴오닝성, 광둥성이 각각 6개로 뒤를 이었다. 수도 베이징에선 3곳이 허가가 취소됐다. 골프장 사정 작업에 앞장서야 할 중국 고위층의 저항이 잇따르자 공산당은 지난해 10월 중순 초강수를 뒀다. 8800만여 명 당원의 골프클럽 가입을 금지시킨 것. 공산당은 “위반할 경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당적이 박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협은 실제 큰 위력을 발휘했다.

    반부패 기치를 앞세운 시진핑 정부의 골프 금지령은 자생적으로 성장하던 중국 골프투어의 싹을 잘랐다. 2009년 중국과 한국, 호주 3국 골프협회는 원아시아투어를 창설해 미국, 유럽에 맞서 아시안투어 시장을 키우자고 뜻을 모았지만 지난해부터 급격히 위축됐다. 중국골프협회가 쪼그라들자 중국 시장은 유럽과 미국 PGA투어의 나눠 먹기 놀이터가 될 공산이 커졌다.

    선수 중심의 아시안투어는 상금 규모가 영세해 아시아 각국 스폰서의 사정에 따라 휘둘리고 개최 여부도 즉흥적으로 결정됐다. 유럽과 미국 투어에 예속될 우려도 항상 존재했다. 총상금이 최소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 원)가 넘고 아시아 국가의 다양한 TV 방송 채널을 통해 중계되는 협회 중심의 원아시아투어는 성장 잠재력이 충분했다. 첫해 5개 대회로 시작한 원아시아투어는 이듬해인 2010년 10개 대회를 개최하면서 급성장했다. 중국과 한국이 3개씩 대회를 열고 호주도 2개 대회를 열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참여했다. 2011년에는 퀄리파잉스쿨까지 만들면서 제대로 된 투어의 외형을 갖춰나갔다. 중국이 워낙 큰 시장이라 유럽과 미국 투어도 원아시아투어를 경계했다.



    시진핑 정부의 반(反)골프정책은 2013년 이후 위력을 발휘했다. 중국 최대 상금액을 자랑하며 4년간 이어지던 난산차이나마스터스가 지난해 갑자기 중단된 데 이어 3년간 이어오던 국가 대항전 동팡닛산컵도 무산됐다. 대회 수는 7개로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호주PGA는 원아시아투어에서 탈퇴했다. 호주PGA는 호주PGA챔피언십과 피지인터내셔널을 들고 유러피언투어에 투항했다. 올해 원아시아투어는 4개 대회만 개최한다. 한국에선 올해 들어 SK텔레콤오픈이 떨어져나갔고 GS칼텍스 매경오픈과 한국오픈만 명맥을 유지한다. 창설 8년 만에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투어가 된 건 한국 남자골프계에도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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