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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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에 숨겨둔 추사의 속마음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04-26 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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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종일 먼지 구덩이를 헤집고 다닌 듯한 고양이 한 마리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 있다. (중략) 방금 쥐라도 한 마리 잡아먹었는지 주둥이엔 얼룩이 남아 있고, 천천히 흔들고 있는 꼬리 끝에선 절제된 힘이 느껴지는 것이 만만히 볼 녀석이 아니다. 특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흔들림 없는 녀석의 두 눈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오히려 내가 관찰당하는 것 같은 느낌에 묘한 긴장감이 엄습해 오는 작품이다.”(‘추사코드’ 중에서)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모질도(圖)’에 대한 감상평이다. ‘모’와 ‘질’은 노인을 뜻하며 ‘모질도’라고 하면 보통 나비와 고양이를 그려 장수를 축원하는 그림을 가리킨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추사 그림 속 늙은 고양이의 행색에서 안락한 노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아직도 무언가를 계획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어떤 일을 위해 오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읽힌다. 저자 이성현은 이를 복수심으로 해석했다. 헌종 6년(1840)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 귀양길에 오른 추사가 품었을 생각이다.

    ‘추사코드’의 부제는 ‘서화에 숨겨둔 조선 정치인의 속마음’이다. 서화, 조선, 정치인, 속마음 네 단어에 이 책의 내용이 함축돼 있다. 서화는 당연히 추사의 글씨와 그림을 가리킨다. 추사 시대의 조선은 1800년 정조가 승하하고 순조가 왕위에 오른 뒤 세도가들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면서 국력과 민생이 날로 피폐해지던 암울한 시기였다. 정치인은 바로 추사다. 저자가 파악한 추사는 단순한 문예인이 아니라 조선 말기 정치개혁가였다. 특히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의 스승으로서 차기 왕을 통해 정치개혁을 실현하고자 했으나 효명세자의 요절로 실패했고, 이후 석파 이하응(흥선대원군)에게 난 치는 법과 정치를 전수한다. 화가이자 한국미술사 연구가인 저자가 ‘추사코드’를 쓴 목적은 “우리가 알아왔던 추사는 추사가 아니었다”고 선언하기 위해서다. 그는 서화 속에 숨겨둔 추사의 내면을 읽어낸다. 이것이 속마음이다.

    다시 이 책 머리말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추사를 고증학(考證學)의 대가라고 부른다”로 시작한다. ‘추사는 왜 고증학에 심취해 있었을까. 이 질문은 중요하다. 저자가 도출해낸 답은, 추사는 주희의 해석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조선 성리학자들에게 “공자는 그리 말씀하신 적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고자 고증학을 연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 연구자들의 추사 해설이 표피적이고 자의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해석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같이 보면서 알아보자’는 열린 태도로 자신의 주장을 조심스럽게 전개해간다. 하지만 이 역시 자의적 해석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저자는 각오한 듯하다. 그럼에도 독자들은 그의 안내를 받아 추사 작품 속을 거닐며 조선 말기 한 정치인의 파란만장한 삶으로 빠져들어갈 것이다.





    한비자
    한비자 지음/ 김원중 옮김/ 휴머니스트/ 960쪽/ 3만6000원


    중국 전국시대 말 한(韓)나라 출신의 한비자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제후들을 원망하며 통치 교과서를 썼다. 이 책에서 제안한 세 가지 통치술은 법(法), 술(術), 세(勢)다. 법은 제도를 공평히 시행하는 원칙, 술은 인사정책, 세는 군주의 권위를 가리킨다. 역자인 김원중 교수는 천치여우의 ‘한비자교석’을 저본으로 삼고, 왕선신의 ‘한비자집해’를 참조해 전 20권, 55편의 ‘한비자’를 완역했다.




    하루 한 식물
    마키노 도미타로 지음/ 안은미 옮김/ 한빛비즈/ 320쪽/ 1만5000원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저자가 1953년 아흔 살에 출간한 책으로, 100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한 식물일기다. 감자와 마령서 구분하기, 수국, 자양화, 제비붓꽃, 연자화의 차이, 다시마의 옛 이름이 넓은말 또는 오랑캐말이라는 것 등 식물에 대한 기본 정보는 물론 어원과 일화, 고서 기록까지 뒤져 잊고 있던 식물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준다.  




    나는 왜 늘 아픈가
    크리스티안 구트 지음/ 유영미 옮김/ 부키/ 320쪽/ 1만4800원


    독일 신경과 의사이자 의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가 안티에이징 시술에 돈을 쏟아붓는 연예인들, 건강 정보를 찾아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책임하다고 겁을 주는 언론을 향해 일침을 날린다. 오래 살수록 젊음은 멀어지는 게 당연하고, 조기 검진이 모든 질병을 막아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 오히려 지나친 걱정이 병을 부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것이 생물학이다
    에른스트 마이어 지음/ 최재천 외 옮김/ 바다출판사/ 432쪽/ 1만9800원


    ‘20세기 다윈’이라 부르는 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의 대표작. 생물학이 어떤 학문이며 어떤 문제를 다루는지 살펴보는 생물학 기본서다. 생물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생명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진화생물학, 발생생물학, 유전학, 생태학 등 생물학의 다양한 분야를 통해 어떻게 생물학이 물리학과 다른 방식으로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지 보여준다.




    여신의 언어
    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고혜경 옮김/ 한겨레출판/ 416쪽/ 5만원


    고대 여신 문명의 발굴과 해독에 평생을 바친 여성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1921~94)의 책. 인류 초창기 유럽 대륙에 여성 중심의 평화로운 문명이 형성돼 있었으나 기원전 3500년을 전후로 호전적인 유목문화가 확산됐다는 가설 아래 평화로운 시기 ‘올드 유럽’의 여신 전통 문명을 찾아 나섰다. 도판 1000여 장과 함께 ‘생명의 부여’ ‘재생과 영원한 세계’ ‘죽음과 재탄생’ ‘에너지와 흐름’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기술했다.




    2020 하류노인이 온다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홍성민 옮김/ 청림출판/ 296쪽/ 1만5000원


    하류(下流)노인이란 빈곤 때문에 밑바닥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노인을 가리키는 일본의 신조어다. 40대 때 부모 간병을 위해 일을 그만두고 60대까지 비정규직으로 일한 미혼의 A씨, 취업하지 못한 자녀를 돌보느라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B씨, 치매로 가정이 붕괴돼 퇴직금을 탕진한 C씨 등 일본 하류노인의 실태 및 해결책을 중심으로 정부와 개인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제시했다.




    텃밭을 밥상에 올리다
    이현숙 글/ 신민주 사진/ 들녘/ 336쪽/ 1만8000원


    텃밭에서 갓 뽑은 당근의 강한 향과 맛에 놀라고, 금방 뽑은 열무로 담근 김치의 시원한 맛에 반한다. 우엉을 길러보면 뿌리뿐 아니라 잎도 맛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전북 부안에서 ‘유기농 텃밭 꾸러미’를 운영하는 베테랑 농사꾼이자 텃밭요리사인 저자가 사계절에 따라 100여 가지 작물과 들풀을 이용해 밥상에 올릴 수 있는 182가지 요리를 소개했다.




    숨비소리 1, 2
    휘이 지음/ 창비/ 1권 372쪽, 2권 364쪽/ 각 권 1만3000원


    서른 살에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화를 그리는 경복이는 6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동거를 계획하지만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자살을 기도하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틀어진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엄마, 그 밑에서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세 자매는 공부, 외모, 만화를 통해 각자의 길을 찾는다. 불행의 연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만화.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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