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1

2016.03.30

法으로 본 세상

개인 사생활 보호가 최대 가치

통신비밀자료 제공과 사생활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nswwh@lawcm.com

    입력2016-03-28 10: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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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내 정보는 안전할까.’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입법을 둘러싼 야당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연일 화제가 됐고, 이른바 ‘회피연아’ 동영상 제공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네이버 측 손을 들어준 판결도 인구에 회자됐다. 미국에서는 애플사가 법원 명령에도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아 논쟁이 뜨겁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앞으로 법원 영장 없이는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이 같은 선언은 과연 합법적일까.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수사기관의 장 등이 자료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따를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야 한다’가 아니라 ‘따를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제공 여부를 회사 방침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주장이다.

    이동통신사, 포털사이트, 카카오톡 같은 통신사업자가 보유한 개인정보 종류는 다양하다. 먼저 개인신상에 관한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아이디 등을 ‘통신자료’라고 하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법원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 반면, 통신 일시, 착·발신 상대방의 전화번호, 사용 빈도수, 기지국 위치 추적 자료, 아이피(IP) 주소 등은 ‘통신사실 확인자료’라고 하고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 영장이 있어야 제공한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제공된 사실이 당사자에게 통지되고, ‘통신자료’는 제공된 사실이 당사자에게 통지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통화 내용이나 e메일 등을 즉시적으로 감청하는 것은 ‘통신제한조치’라고 하며, 당연히 법원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3년간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이 개인의 통신비밀자료를 조회한 건수가 8225만 건이나 된다고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국민 인당 1.6건을 조회한 셈이다. 물론 대부분 개인신상에 관한 단순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수사기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수사를 하다 보면 먼저 영장을 받아 수사 대상자의 통화기록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통화기록에는 해당 기간 혐의자와 통화한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수십, 수백 개가 기재돼 있으니 수사기관은 통화 상대방의 실제 이름을 알고자 한 번에 수십, 수백 명의 신상을 통신회사에 조회하는 것. 다시 말해 한 사람의 통화기록을 검색했는데 조회 건수는 수십, 수백 개로 잡힌다는 얘기다. 대부분은 수사와 관계없는 친인척과의 통화로 조회 내용은 대부분 폐기된다.



    그럼에도 통신비밀자료 조회는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함부로 치부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헌법에는 국민의 사생활 보호가 기본권으로 규정돼 있고, 영장주의도 선언돼 있다. 개인 사생활 보호라는 기본 가치와 국가의 안전 및 사회질서 유지라는 필요성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으려 하기보다 진보와 보수로 갈려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으로 치닫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여기에서 선진국일수록 개인의 기본권 가치를 더욱 중요시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사 및 정보기관도 개인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을 최대 가치로 놓고 그 한계 내에서 국가 안위를 위해하는 요소를 철저히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그러한 믿음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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