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8

2016.03.09

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육회비빔밥, 복국 찍고 짜장면…

경남 창원의 봄철 맛집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6-03-04 16: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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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다가오면 이상하게 비빔밥이 생각난다. 실제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이면 묵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었고 입춘 날에는 다섯 가지 맵고 어린 나물인 오신채(五辛菜)를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어리고 매운 기운은 새로운 봄을 상징하며 겨우내 지친 속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경남 창원 상남동에 자리한 경창상가는 창원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1970년대 말부터 존재했던 화석 같은 상가다. 창원에서 가장 오래된 이 상가 안에 육회전문점 ‘마산집’이 있다. 작고 허름한 이 공간은 84년 이래로 창원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견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간판에는 육회비빔밥과 함께 경상도 식탁에 빠지지 않는 소고깃국밥, 수육의 대명사인 양수육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마산집’의 최고 인기 메뉴는 육회비빔밥이다. 양은냄비에 잘 지은 밥과 콩나물, 고사리, 도라지를 넣고 그 위에 붉은 육회와 검붉은 고추장을 올린다. 색동옷처럼 화려하고 화사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봄이 느껴진다. 고추장에서 나물까지 어느 것 하나 직접 만들지 않은 것이 없다. 고추장은 맵거나 짜지 않고 밥과 육회, 나물이 하나로 어우러지게 한다. 은근한 봄 향기처럼 은근하고 기품 있다. 함께 나오는 국물도 두부와 조개가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개운하다. 비빔밥과 잘 어울린다. 저녁이면 술꾼들은 양수육이나 육회 한 접시를 먹고 육회비빔밥으로 마무리를 한다.
    창원 재래시장의 대표 격인 명서시장은 1984년 개설됐다. 명서시장과 비슷한 나이를 가진 ‘명서밀면’은 창원을 넘어 밀면의 본고장인 부산에서도 손님이 찾아올 만큼 소문이 자자하다. 밀면은 면, 육수, 양념 등 3대 요소가 각각 제맛이 나면서 합쳤을 때 그 맛이 조화로워야 한다. ‘명서밀면’의 육수에는 사골뿐 아니라 한약재가 들어가 더 개운하다. 차갑고 깨끗한 육수는 해장에도 제격이다. 면은 얇고 달며 양념은 과하지 않다. 부산의 밀면 명가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창원과 통합한 마산은 아귀찜으로 유명하다. 토박이들은 말려 먹는 아귀보다 생아귀를 주로 먹는다. 생아귀를 찌면 살은 차지고 내장은 달보드레하다. 석전동 마산우체국 뒤편에 자리한 ‘흥부식당’이 유명하다. 생아귀는 겨울이 제철이지만 초봄까지도 맛있다. 신포동 마산어시장 주변에는 복국집이 20여 군데 거리를 이루고 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한 집은 복국거리 입구에 있는 ‘남성식당’이다. 복어로 국물을 따로 낸 후 다른 재료를 섞는 게 이 집의 장수 비결이다. 국물이 개운하고 시원하다. 복국은 주로 까치복을 사용하는데 개운한 국물에는 까치복이나 밀복을 많이 넣는다. 단순하고 건건하지만 먹다 보면 속이 든든해지고 은근히 젖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마산역 앞에는 짜장면으로 유명한 ‘홍원’이 있다. 이곳에선 일반 짜장면보다 간짜장을 추천하고 싶다. 이 집 간짜장의 면과 소스는 일반 짜장면과 같지만 소스를 본인이 직접 부어 먹으면 면의 식감이 확 살아난다. ‘홍원’은 수타면으로도 유명한데 손으로 뽑은 면은 고들고들하고 맛있다. 짜장 소스는 달달하지만 단맛이 과하지 않다.
    창원을 다녀보면 복수육 같은 비교적 비싼 음식도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해산물들은 언제나 신선하다. 창원과 마산, 진해가 통합되면서 맛의 다양성이 더욱 풍부해졌다. 입맛에 따라 가볼 만한 곳이 무척 많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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