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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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문계열 줄이면 300억 지원?

교육부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PRIME 사업 실시…대학가 눈치작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pm

    입력2016-02-29 15: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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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말이 프라임사업 신청 접수 마감인데, 학교에서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아직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어요. 개강과 동시에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넘치는 공대 졸업생 취업난 올 수도

    유원준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프라임사업’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다. 경희대 서울캠퍼스 교수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지난해 말 한 언론에 우리 학교가 정원 700명 이상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만 말한다. 개강 후 학교가 학과 통폐합 등을 밀어붙이면 혼란이 벌어질 테고, 그 과정에서 대학 교육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할까 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프라임(PRIME)은 ‘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조어, 우리말 표현은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다. 교육부는 현재 우리 대학 교육의 문제점으로 ‘사회적 일자리 수요와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 사이 불일치가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대학이 ‘산업계 요구에 맞는 교육(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을 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정원을 줄이고, 공학계열 학생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게 교육부 의견이다. 프라임사업의 골자는 이렇게 구조를 개혁하는 대학을 선정해 학교당 최대 300억 원, 연간 총 20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 2018년까지 3년간 지원 총액은 6000억 원에 이른다. 만성적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당수 대학으로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교수와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구조개혁의 칼날이 어느 학과를 향하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학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개혁 기준을 ‘산업계 요구’로 삼고, ‘취업 안 되는 학과’ 정원은 줄이고 ‘취업 잘 되는 학과’ 학생 수는 늘리겠다는 식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경희대 총학생회가 ‘프라임사업은 대학을 부품 찍어내는 공장으로 보는 정책’이라고 꼬집고, 한양대 총학생회가 ‘대학이라는 장소를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한 것 등과 맥을 같이하는 의견이다.
    교육부가 이러한 ‘개혁’을 추진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 자료다. 이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공학계열 졸업자가 21만 명 부족하다. 반면 인문·사범계열에서는 10만~12만 명, 사회계열에서는 21만 명이 ‘초과 공급’된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1월 초 KTV 국민방송 프로그램 ‘정책포커스’에 출연해 “사회적 수요와 대학 졸업생의 전공 분야가 서로 맞지 않는 ‘미스매치’가 해결돼야 청년 취업이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군대 신병훈련소장이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비판한다. “교육부가 현대 사회의 인력 수요를 예측해 대학 구조를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취업맞춤형’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기초교육을 튼튼히 받아 다양한 직종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의견이다.
    윤지관 교수는 교육부가 제시하는 자료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공대 졸업생 비율은 23%로 OECD 평균의 2배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3배, 미국의 4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반면 인문·예술계 비율은 26%로 OECD 평균(20%)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학생이 이공계로 몰리면 향후 공대 졸업생의 취업률이나 취업의 질이 오히려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교육부는 프라임사업 신청의 전제 조건으로 ‘정원 이동’을 들고 있다. 학교당 지원 금액이 150억~300억 원에 이르는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에 선정되려면 대학 정원의 10%, 또는 200명 이상의 학생을 재배치해야 한다. 지원금 규모가 50억 원 수준인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에 선정되려 해도 대학 정원의 5% 또는 100명 이상의 이동이 필요하다. 대학 구조 전반을 고치지 않고는 만들 수 없는 숫자다.



    ‘모 아니면 도’ 게임

    이 과정에서 몇몇 대학에서는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인하대는 지난해 12월 철학과,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폐지하고 영어영문학과, 일본언어문화학과의 정원을 줄이는 내용의 개편안을 마련했다 교수 및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주영광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당시 대학본부가 학내 구성원들에게 정보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 갈등이 생겼다. 문제는 이후에도 프라임사업을 계속 준비하는 정황이 보이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학교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 졸속 추진될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대학은 대학 구조 개편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중앙대 한 교수는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대학에서 학과를 창설 및 폐지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렇게 해서 장기적으로 대학이 발전할지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안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 수입 감소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푸는 막대한 돈을 ‘나 몰라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오히려 문제는 프라임사업에 선정될 확률이 지나치게 낮은 점이라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교육부가 300억 원을 지원하는 대학은 전국에서 1개뿐이다. 150억 원을 지원하는 대학도 8개에 불과하다. 그 안에 들어가려면 다른 대학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큰 폭의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야 하고, 상당수 교수 및 학생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 산을 넘어 구조조정 계획을 완성, 제출한 뒤 프라임사업에서 탈락했을 때 발생한다. 이 교수는 “새 과



    를 만들자면 새 교수를 뽑고 연구 설비를 들여야 하는데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미 ‘경쟁력 없는 학과’로 낙인찍어 정리하기로 한 학과를 존속시킬 수도 없다. 이에 대한 위험 부담 때문에 대학들이 ‘눈치 보기’에 들어가면 최종적으로 프라임사업 신청 대학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프라임사업에서 요구하는 대학 구조개혁 방향은 사회 및 기업의 인재 수요와 맞아떨어진다. 설령 프라임사업에서 탈락하더라도 대학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대학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는 프라임사업 선정 대학 최종 발표는 4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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