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7

2016.03.02

커버스토리 | 사교육이 미쳤다

연예인 지망생도 과외는 필수

연기· 보컬· 댄스 트레이닝까지 오디션 연계형 학원 열풍…“연예인도 돈 없으면 못 해”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2-26 17: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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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연예계 지망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엠넷(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는 최종 11명으로 구성될 프로젝트 걸그룹 멤버에 들고자 기획사 연습생 101명이 출연해 악전고투를 벌인다. 방송 중 대형기획사 연습생이 등장하면 중소기획사 연습생들은 이들을 부러워하거나 시기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한편으론 그 모습마저 부러워하는 엄청난 수의 TV 밖 아이돌 지망생이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와 더불어 전국 각지에 실용음악학원 내지 연예인 전문 양성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연예계 지망생 사이에서도 ‘금수저론’이 일고 있다. 누가 얼마나 많은 준비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연예계 진출 폭도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돌을 꿈꾸는 청소년 사이에서 아이돌 연예인이 다녔다는 학원, 유명 가수를 키워낸 작곡가 등이 운영하는 실용음악학원은 꿈을 이루기 위한 필수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에 자리한 한 유명 음악학원은 전문클래스반과 대입 위주의 종합과정반을 동시에 운영 중이다. 먼저 전문클래스반의 경우 비용은 보컬 기준 한 달에 32만 원으로, 전공 수업인 보컬과 화성학 등의 이론 수업을 겸한다. 실용음악학과 입학을 목표로 가르치는 종합과정반은 일주일에 3시간 기준 한 달 수강료가 60만 원 선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케이팝(K-pop) 열풍에 힘입어 실용음악학과를 신설한 대학이 부쩍 늘면서 입시 경쟁도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한양대 실용음악학과의 경우 2016학년 보컬 부문 수시모집 경쟁률이 436 대 1에 달했다. 실용음악학원 한 관계자는 “대입을 준비하는 아이의 경우 일대일 강습을 주로 한다. 최소 1년 이상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자도 학원 출신

    가수 지망생들이 아카데미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획사 오디션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이 학원 관계자는 “오디션 클래스에 등록하면 학원과 연계된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보컬 수업과 함께 촬영 피드백을 함께 받는데, 촬영 피드백은 기획사 오디션을 사전에 연습해 카메라로 촬영한 뒤 강사와 함께 보면서 개선점을 보완해가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 기량이 갖춰졌을 때 오디션 연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수 데뷔의 첫 관문이 오디션인 만큼 이와 관련한 교육을 사전에 받는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용도 한 달 기준 65만 원 선으로 비싸다. 심지어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오디션에서도 학원 출신자에게는 별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학원 관계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원래 개인이 알아서 오디션에 지원하지만 시즌 때가 되면 학원 쪽으로 비공개로 오디션 제안이 들어온다. 기본기를 잘 닦은 아이는 그럴 때 기회를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역으로 학원 자체적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 대비 속성 클래스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보컬 트레이닝은 기본이고 오디션 참가용 곡 선정도 직접 해주는데, 두 달에 120만 원으로 고가지만 가수 지망생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아이돌의 기본은 춤인 만큼 댄스 아카데미도 성행 중이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보컬·댄스학원은 14세 이상 25세 미만으로 수강생을 받고 있다. 대형기획사 오디션 기회와 개인 관리, 이미지메이킹, 보컬오디션반을 함께 운영하는데 실제 아이돌 안무 트레이닝과 관리를 담당했던 프로듀서가 일대일로 강습한다. 또한 4명씩 팀으로 이뤄지는 연습생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해 춤과 보컬 녹음 수업 등을 진행한다. 한 달 수강료는 40만~50만 원 선.
    연기 지망생 역시 사교육은 필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몰려 있는 강남 인근에는 아역 전문 연기학원부터 연극영화과 대입 전문학원까지 ‘아카데미’ 간판을 걸고 있는 연기자 양성소가 다수 들어서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대형 연기아카데미는 유아·초등 키즈반과 중고교 주니어반, 성인 위주 액터반으로 나눠 운영 중인데, 원한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물 미팅을 통해 어느 정도 재능과 끼가 보이는 경우에만 등록 가능하다. 학원 한 관계자는 “우리 학원은 에이전시를 함께 하고 있어 실제 캐스팅될 만한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복식 발음부터 발성, 호흡, 화술, 카메라 시선 처리 등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초등생의 경우 입문반 6개월에 연기반 12개월, 총 18개월 코스로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수업을 진행하는데 월수강료는 33만 원이다. 최초 6개월 과정은 선결제가 필수.  
    중학생부터는 예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에 한해서는 입시 수업이 진행되고, 고교생의 경우도 연극영화과나 뮤지컬학과 진학을 위한 입시반이 따로 마련돼 있다. 기본 비용은 월 30만~40만 원 선이지만 원장 레슨비에 심화교육비, 작품비, 특기활동비 등이 추가되면 비용은 월 50만~70만 원대로 올라간다.  



    돈으로 재능까지 살 수는 없어  

    방송이나 영화계 진출을 목표로 하는 클래스도 인기다. 실제로 오디션 테크닉 수업과 모의 오디션 수업 등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 오디션에 합격해 캐스팅된 경우가 종종 있다. ‘연예인도 돈 없으면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자기 개발과 품위 유지에 드는 비용은 본인이 알아서 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소속 연예인에게 드는 비용을 소속사에서 대부분 부담했지만 요즘에는 공정거래법에 의한 표준계약서에 따라 계약을 맺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연예인과 회사가 반반씩 경비를 부담한다고 한다. 20년 경력의 한 중견 매니지먼트사 이사는 “집안이 좀 넉넉한 경우 연기학원은 기본이고 피부 관리에 몸매 교정까지 다 알아서 받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준비된 연예인 지망생이라고 실제 연예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연예활동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자칫 돈으로 연예인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가 늘어나는 게 사실이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지인이 연극영화과를 꿈꾸는 반수생이라며 여학생을 소개해줬는데, 재능이 별로 보이지 않는데도 본인은 ‘어려서부터 이쪽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금수저’ 출신이라고 연예계의 길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지망생’은 돈으로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지만, 스타는 분명 타고난 재능과 끼, 피나는 노력이 합쳐져야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가수와 연기자가 소속된 한 중형 기획사 대표는 “학원이나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스킬은 엄연히 다르다. 특히 가수는 타고난 목소리와 음악적 감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돈을 들여 트레이닝을 해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또 요즘에는 연습생으로 발탁되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워낙 낮아서 대학 졸업 후에도 오디션에 통과하지 못했다면 자신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연기자 또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험상 경제적으로 풍족한 아이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스펙은 늘렸을지 몰라도 연기에 임하는 태도에서는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배우가 되려면 결핍과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그건 연기하는 사람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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