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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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화국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요 [SynchroniCITY]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겁게 즐겨야죠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2-10-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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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로 실내 활동이 제한되자 골프 인구가 급증했다. [GETTYIMAGES]

    코로나19 사태로 실내 활동이 제한되자 골프 인구가 급증했다. [GETTYIMAGES]

    영대 날씨가 갑자기 확 추워졌어요.

    현모 그러게요. 저도 어젯밤에 전기장판 꺼냈어요. 남편도 라운딩 나갔다가 추워 죽는 줄 알았다고, 올해도 골프 칠 날이 며칠 안 남았다고 아쉬워하더라고요.

    영대 ㅎㅎㅎ 라이머 님은 정말 골프를 열심히 치시네요.

    현모 골프에 미쳐서 ‘골프병자’라고 불러요. ㅎㅎ



    영대 저는 골프를 안 치니까 잘 몰랐는데, 요새 골프가 난리더라고요.

    현모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을 못 가면서 골프가 완전히 떴죠. 전 국민이 ‘골프홀릭’인 거 같아요.

    영대 참 신기해요. 정말 그렇게 모두가 재미있을까.

    현모 저도요. 정말 적성에 맞고 재미있어서 골프를 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유행이니까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영대 하여간 우리 국민 특성은 끝내주는 거 같아요. 음식이든 오락이든 뭐든 하나가 인기면 너도나도 합세해 압도적으로 띄우는 힘!

    현모 인구가 5000만 명인데 1000만 영화가 몇 편씩이나 나오는 것도 그런 특성에 기인한다고 하잖아요. 옆집이 하면 나도 똑같이 따라 해야 하는.

    골프 대중화로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GETTYIMAGES]

    골프 대중화로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GETTYIMAGES]

    영대 시애틀에 살 때는 골프가 아버지와 아들이 휴일에 골프채 하나 둘러메고 산책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다녀오는 취미 활동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골프를 일반인도 전부 선수처럼 즐겨요. 장비도, 옷도 전문가급이고, 관련 산업까지 폭발적으로 커지는 게 놀랍더라고요.

    현모 맞아요. 예전 등산 열풍 같은 거죠. 등산객들 옷차림을 보면 모두 히말라야에 가는 것 같잖아요. ㅋㅋㅋ

    영대 진심으로 궁금한 건데, 골프 칠 때 여자분들 치마가 그렇게 짧으면 불편하지 않나요. 요즘은 치마가 속옷만 겨우 가리는 길이더라고요.

    현모 저도 늘 의아했어요. 스윙할 때 다리에 걸기적거리는 게 적어야 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기능적인 부분보다 미적인 부분이 큰 거죠. 저는 너무 짧은 치마는 못 입겠더라고요. 안 그래도 핀을 꽂거나 공을 집을 때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는 동작이 많은 운동인데 민망하잖아요. 공을 엄청나게 잘 치면 모를까.

    영대 이왕이면 “운동할 때도 예쁘게 하겠다”는 건가 보네요.

    현모 한국 골프 패션이 워낙 발달하다 보니 미국에 사는 사촌언니도 휴가 때 한국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골프의류 사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영대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인 거 같아요. 뭐든 1등!

    현모 원래 캐주얼 의류 만들던 업체도 골프 쪽이 돈이 되니까 상표만 조금 바꾸고 골프 브랜드로 탈바꿈해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많고요. 오히려 골프의류로 포장해 가격대를 올리니까 더 잘 팔리더래요.

    영대 저는 그런 거대한 세상이 있다는 걸 방송하면서 알게 됐어요. 이제는 여배우보다 여자 프로 골퍼들이 잘나가는 시대라고요.

    현모 그럼요. 요즘 여자 프로 골퍼들은 외모도 배우들 저리 가라죠. 골프 관련 방송이나 광고시장이 폭풍 성장하다 보니 수입도 좋고 인기도 장난 아니고요.
    영대 동반 라운딩을 하는 비용이 자동차 한 대 값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던데요.

    현모 그래도 줄을 선다잖아요. 그야말로 골퍼 전성시대인 거죠. 오죽 화제면 영화배우와 스캔들 지라시까지 돌겠어요. 근거도 없는 억울한 루머에 당사자들이 너무 짜증날 거 같아요.

    영대
    아니면 말고 식 황색언론! 에휴….

    현모 연예인이나 방송인도 골프를 잘 치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너도나도 열심인 거 같아요. 골프 전문 채널뿐 아니라 지상파 채널에도 골프 프로그램이 즐비하니까요. 골프가 하나의 스펙이 된 거죠.

    영대 저는 시청할 일이 없는 프로들이라 실감이 안 돼요.

    현모 저희 집은 매일 밤 몇 시간씩 골프 프로그램이 상영되고 있답니다. 웃긴 게 남편은 실제로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티칭 프로그램을 보는 게 아니에요. 그냥 젊은 남녀가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스크린골프 하는 걸 봐요. 저는 늘 왔다 갔다 하며 소리만 듣는데, 남들 게임하며 노는 걸 왜 그리 보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농담으로 ‘food porn’(푸드 포르노: 음식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요리나 먹방 사진)처럼 ‘golf porn’(골프 포르노)라고 불러요. ㅎㅎㅎㅎ

    영대
    현모 님은 왜 골프를 안 좋아하세요.

    현모 골프를 무지하게 오래 치긴 했지만, 한 번도 깊이 빠져본 적이 없어요. 남편처럼 골프에 미쳐봐야 실력이 늘 텐데, 저는 골프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아서 골프가 최우선 순위가 되질 않더라고요. 최근 남편이 하도 “골프 골프” 해서 함께 즐겨보려는데 돈도, 시간도 많이 들고요. 거기에 쏟는 에너지가 아까울 때가 많아요.

    영대 그니까요! 비용이 한두 푼이 아닌데, 젊은 층은 왜 그렇게 골프를 쉽게 접하는 걸까요.

    현모 글쎄요. 저축에 대한 개념이 다른 거겠죠. 주변에 부자 친구들을 뒀든가. ㅎㅎㅎㅎ

    영대 하긴 Z세대는 몇 달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과감하게 쓴다죠.

    현모 9홀 돈 다음 중간에 의상 갈아입고 사진 찍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기도 한대요. 골프장에 여러 번 다녀온 것처럼요. ㅎㅎㅎ

    영대 와우, 그것도 굉장한 열정이네요!

    현모
    맞다, 얼마 전 여자 선배님들과 식사하는데, 갑자기 골프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다들 사는 게 바빠서 골프는 못 쳐봤다는 말에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저만 골프를 못 치는 게 아니었어요! TV나 인터넷을 보면 저만 빼고 죄다 일하면서 애도 키우고 골프도 잘 치는 골프 여신들 같았거든요. 그날 고백을 듣고 스스로에게 골프로 스트레스 주지 말자고 위안했어요.

    영대 그럼요. 어디까지나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만 쳐야죠.

    현모 남편의 요즘 이상형이 프로 골퍼라. ㅠㅠ 하루는 방송 촬영차 남편이랑 역술인을 만났는데, 제 사주에 학위나 자격증이 좋다고 하니까 남편이 대뜸 골프 티칭 프로 자격증을 따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지도 않은 얘기를 꺼내는 거예요. 그런데 역술인이 그 말을 듣자마자 버럭 하면서 여성분 태생이 화초인데 ‘쇠질’을 하라는 게 무슨 소리냐고 후련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ㅎㅎㅎ 그 말 듣고 다시 한 번 위안을 얻었죠.

    영대
    골프공화국에서 살아남기 거참 힘드네요. ㅋㅋㅋ 그래도 현모 님 피지컬이 아까우니 포기하지 말고 파이팅하세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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