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0

2022.07.29

술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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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2-07-28 09: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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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우 지음/ 너와숲 /1만8000원

    김현우 지음/ 너와숲 /1만8000원

    인생에서 술이 빠질 수 없듯이 영화에서도 술이 빠질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배경이나 소품에 그친다. 이 책은 뒷전에 놓여있던 술을 주연급으로 끌어 올렸다. 영화팬들조차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주목하지 않았던 영화 속 술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았다.

    양주가 귀하던 시절, 애꾸눈 선장의 캡틴큐는 비싼 양주를 마시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980년 등장한 기타재제주였다. 양주 원액은 찔끔 들어가고 대부분 소주 주정에 색소를 섞은 것이었지만 서민과 대학생의 가벼운 호주머니에 딱 맞는 술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다만 싸구려의 이미지는 벗지 못했기에 ‘질투는 나의 힘’에서 문학잡지 편집장(문성근)과 신입기자(박해일)의 미묘한 관계를 화기애매(?)하게 이끄는 소품이 됐다.

    이 책에 등장하는 36종류의 술 중에서 가장 입맛을 다시게 한 술은 ‘잭 다니엘’. 테네시 위스키라고 불리는 잭 다니엘은 이 책에서 소개한 ‘여인의 향기’ 뿐 아니라 스카페이스 진주만 리썰웨펀 어퓨굿맨 트루라이즈 등 수많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중적인 술이다. 흔히 여인의 향기의 명장면을 시각장애인인 프랭크 중령(알파치노)이 탱고를 추는 것을 꼽는다. 하지만 프랭크 중령이 입에 달고 사는 잭 다니엘과 어울리는 장면을 꼽으라면 페라리를 타고 뉴욕 뒷골목을 누비는 장면을 꼽는다. 거칠면서도 단맛이 살짝 감도는 잭 다니엘은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가끔 최고 속도로 질주하는, 그래서 짜릿한 순간을 느끼는 프랭크 중령, 아니 사람들 인생의 단면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다.

    저자는 ‘악마를 보았다’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를 제작한 페머민트앤컴퍼니의 대표이사이자 프로듀서. 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영화에 대한 심오한 평을 적은 책은 아니다. 그냥 ‘기분 꿀꿀한데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자’는 일상처럼 가볍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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