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9

2022.07.22

‘김기현·장제원 연대’ 부상… 요동치는 윤핵관 구도

[이종훈의 政說] 잇따른 구설수에 권성동 리스크 부각, 조기 전당대회 이뤄지나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2-07-22 10: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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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장제원 의원이 7월5 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장제원 의원이 7월5 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요즘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간 갈등이 정치권의 관심사다. 누가 더 실세고, 누가 결국 살아남을지를 두고 말이 오간다. 두 사람 모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둘 중 누가 2인자 자리를 꿰찰 것인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수그러들지 않는 윤핵관 갈등설

    갈등설이 불거진 계기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이다.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두고 두 사람 간 인식 차가 드러났다. 권 원내대표는 ‘사고’로 규정짓고 자신이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는 방안을 선호했다. 장 의원은 당대표 ‘궐위’로 규정짓고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장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 연대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른바 ‘간장 연대’다.

    상황을 주도한 것은 권 원내대표다.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 이틀 후인 7월 10일 윤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다음 날 의원총회를 개최했고 결국 자신의 방안을 관철시켰다.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으며 당권을 쥐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장 의원은 7월 10일 회동에도, 11일 의원총회에도 불참했다. 이후 갈등설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갈등설이 일파만파 퍼져가던 7월 15일 두 사람은 전격적으로 오찬 회동을 가졌다. 회동 직후 권 원내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힘을 합쳐서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할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해 잠시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 역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뒷받침을 잘하는 것으로 얘기했다”고 회답했다. 갈등설이 잦아드나 했는데, 장 의원이 7월 18일 권 원내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의 말이 무척 거칠다면서 “이제 집권 여당 대표로서 엄중하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는 조언도 내놨다. 장 의원이 문제 삼은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것이다.

    “장제원한테 물어봤더니 대통령실에 안 넣었다 그래서 내가 좀 뭐라고 했다.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더니 자리 없다고 그러다 나중에 넣었다고 하더라.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는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 10만 원 정도.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



    요약하면 첫째, 인사 청탁을 했다. 둘째, 당시 대통령실 인사 문제를 다루던 장 의원으로부터 응답이 없었다. 셋째, 재차 압력을 행사했다. 넷째, 장 의원이 7급도 아닌 9급으로 채용을 추진했다. 인사 청탁이 무시당한 것에 대한 서운함마저 묻어나는 발언이다. 여기에 대해 장 의원은 “다 죽자는 이야기냐”며 입단속을 하고 나선 격이다. 권 원내대표는 “장 의원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당내 의원, 당원의 비판을 열린 마음으로 듣도록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세간의 반응은 격하다. 공무원시험 준비생과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권 원내대표를 조롱하는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강원랜드 교육생 공개 채용에 인턴비서 11명의 채용을 청탁한 의혹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권성동 리스크가 커지면서 독주 체제가 오래가기 힘들 것이라는 때 이른 관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장 의원이 주장했던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어가는 양상이다. 장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를 지지하는 또 다른 윤핵관 김기현 전 원내대표와 힘을 합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른바 ‘김장 연대’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윤핵관 내부의 권력 구도도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닮은꼴

    각종 설이 난무하지만 실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당권을 쥔 사람은 권 원내대표다. 윤 대통령과 실시간 소통도 권 원내대표가 더 원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를 당무 창구로 보는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정두언 전 의원의 행보도 떠오른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초기 개국공신으로 영향력이 상당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두 차례 내부 권력 투쟁을 거친 끝에 밀려났다. 이 전 대통령에게 이 전 의원은 경외의 대상이자 정치권 진입의 길을 터준 정치 대선배였다. 이런 끈끈한 관계를 도외시한 것이 권력에서 밀려난 이유였던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세 상당수가 ‘옛 친이명박계’다 보니 두 정부 간 유사성을 이야기하는 이가 적잖다. 임기 초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조차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윤핵관 간 권력 투쟁도 유사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학습효과 때문에라도 장 의원은 제2의 정두언이 되는 길을 피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장 의원은 예술가적 기질이 강했던 정 전 의원에 비해 훨씬 현실주의자다. 1차 권력 투쟁에서 사실상 밀려난 만큼 반전 드라마를 쓸 지략과 정치력을 충분히 갖췄는지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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