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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절실한 민주당, 더 많은 ‘박지현’이 필요하다

[이종훈의 政說] 국민 여론 반영한 정치 신인 발탁, 새로운 정치 성공 방정식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변화 절실한 민주당, 더 많은 ‘박지현’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7월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당내 청년 출마자 모임 ‘그린벨트’ 행사에 참석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7월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당내 청년 출마자 모임 ‘그린벨트’ 행사에 참석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7월 4일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8·28 전당대회 대표 경선 출마 피선거권 자격 부여를 불허했다.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할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해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권리당원으로서 당대표·최고위원 피선거권을 부여받는다. 다만 당무위원회 의결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당무위원회 차원의 예외적 승인을 요구했지만, 결국 거부당한 것이다.


박지현 경선 출마 불허로 민주당이 놓친 ‘변화’

박 전 위원장은 6·1 지방선거 직전인 5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86용퇴론’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사흘 만에 또 다른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던 윤호중 의원에게 사과하고 용퇴 요구를 철회하는 등 좌충우돌 행보로 논란을 빚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가 지방선거 패배에 일조했다는 당 안팎의 평가도 없지 않다. 다만 민주당이 박 전 위원장의 대표 경선 출마를 불허해 놓친 것도 있다. 바로 ‘변화’다. 현재 민주당에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민주당은 3월 대선 패배 직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렸다. 당시 ‘혁신형 비대위’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방선거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관리형 비대위’를 구성했다. 그래도 혁신이라는 이미지는 포기할 수 없었는지 보완책으로 택한 방안이 바로 박 전 위원장 영입이었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위원장은 혁신 아이콘이다. 실제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막판 민주당이 ‘이대녀(20대 여성) 바람몰이’를 할 때 상징적 인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런 인물을 전당대회라는 대형 이벤트에서 아예 지워버리기로 한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에 어떤 의미일까. 연이은 선거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계기를 마련하는 자리다. 당연히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 흥행 핵심 요소는 역시 ‘변화’여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민주당 비대위는 ‘변화’보다 ‘구태’를 무한반복 중이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혁신형 비대위를 꾸리지 못한 한계를 반영한 결과다. 이런 식이면 흥행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 박 전 위원장의 대표 경선 출마를 불허한 7월 4일 회의에서 비대위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마련한 예비경선 룰도 뒤집어 논란을 빚었다. 전준위는 이번 전당대회 대표 경선과 관련해 예비경선 때부터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30%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기존의 폐쇄형 경쟁 구도를 개방형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7월 6일 당무위원회 회의 후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예비 경선에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전준위 측 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위원장 출마는 최종 불발됐다.

최근 국민의힘은 선거 출마자를 뽑는 본 경선에 100%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100%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택한 결과 압승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예비경선 룰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80%, 당원 여론조사 20%였다. 역선택 방지 조항도 넣지 않았다. 보수 정당이 이렇게 민심 반영에 열심인 상황에서 정작 진보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의 비대위는 일반국민 여론조사 30% 반영에도 머뭇거린 것이다. 보수 정당보다 더 보수적 행보를 보이는 민주당을 계속 진보 정당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소극적인 관리형 비대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7월 6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7월 6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방선거 패배 직후 현 비대위를 구성할 때도 혁신형 비대위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당대회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관리형 비대위를 선택했다. 사실은 관리형 비대위이지만 ‘혁신’을 표방한 기묘한 형태다. 그래서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수준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민주당 비대위 행보를 보면 우려가 현실이 된 모양새다. 심지어 매우 소극적인 관리형 비대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계파정치로부터 자유롭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는 속절없이 친명(친이재명)계와 반명(반이재명)계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는 중심축이 사라진 상황에서 반명계 주류를 이루는 친문(친문재인)계는 다시 당권을 쥐려고 애쓰는 중이다. 이재명 의원은 그 틈을 노려 당의 새로운 주인이 되려 시도하고 있다. 어느 쪽이 당권을 쥐든 또다시 계파정치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청산 대상이 돼야 할 계파정치의 온존은 앞으로도 계속 민주당 발목을 잡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이 의원이 대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과거 문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따라가고 있다. 일단 당권을 쥔 후 2024년 총선에서 인재 영입을 주도해 친명계를 대거 조직하려는 포석이 읽힌다. 차기 대선을 앞둔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여전히 계파정치의 끈을 놓지 못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그림이다. 그렇다면 이 의원은 그런 방식으로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문 전 대통령이 당선할 때까진 이런 방정식이 유효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그 방정식은 깨졌다. 당내 조직 기반이 전혀 없는 정치 신인이 국민여론에 힘입어 당내 경선을 돌파하고 본 선거에서도 승리하는 새로운 방정식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탄생도 기존 정치 방정식을 깬 이변이었다. 그 이변이 없었다면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을 공산이 크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선 얼마나 크고 다양한 이변이 펼쳐질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 정치 방정식이 얼마나 먹혀들지 의문이다. 기존 계파정치를 그대로 둔 민주당이 승기를 잡으려면 여권의 실수에 기댄 반사 이익을 기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감나무 아래서 입만 벌리고 있기보다 스스로 노력하는 편이 더 떳떳하다. 민주당은 박 전 위원장을 쳐내기보다 더 많은 박지현을 구해야 한다. 더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해 정치 신인들에게 전당대회 도전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1347호 (p44~45)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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