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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과 록의 상쾌한 조우

[미묘의 케이팝 내비] (여자)아이들·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모랩 영향 받은 록 사운드 곡 많아져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케이팝과 록의 상쾌한 조우

‘TOMBOY’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여자)아이들. [사진 제공 · 큐브엔터테인먼트]

‘TOMBOY’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여자)아이들. [사진 제공 · 큐브엔터테인먼트]

케이팝에 록 붐이 일고 있는 것 같다. 팀의 음악적 색채 자체를 록으로 설정하고 출발한 엔하이픈, 드림캐쳐도 있지만 (여자)아이들의 ‘TOMBOY’나 WOODZ(조승연)의 ‘난 너 없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Good Boy Gone Bad’를 비롯한 최근작들도 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밴드로 구성되지 않은 ‘아이돌그룹’이 록 사운드를 사용하거나, 음원 서비스에 음악 장르를 록으로 기재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댄스팝을 근간으로 한 케이팝이 일견 가장 완고한 장르인 록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케이팝과 록의 조우는 역사가 길다. 1990년대부터 H.O.T.처럼 아이돌 보이그룹이 메탈 사운드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밴드 형태로 활동하는 클릭비 같은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케이팝 1세대의 특이 사례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대에는 맥락이 있었다. 아이돌의 전범이 된 서태지와 아이들이 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감각으로서 ‘변형된 록’을 활용하려는 욕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미소년 아이돌과 힙합이 과거 음악과는 선명히 구별되는 시대를 열고 있었고, 세계적으로는 힙합과 메탈이 섞인 랩메탈이 반향을 일으킨 직후였다. 아이돌이 표현하는 격정과 싱싱함에도 록은 유용해 보였다. ‘록은 청춘의 음악’이라니까.

이모랩 트렌드와 결합

다만 이 명제는 지나치게 도식적이었다. 록을 케이팝에 도입하는 의도 역시 많은 경우 ‘젊음의 음악 힙합’ ‘젊음의 음악 록’ ‘둘이 만나면 더 좋다’ 정도로 단순한 듯 보였다. 록 트렌드에는 변천이 있었으나, 1990년대 뉴메탈 이후로는 케이팝에 이식하기 딱 좋은 배합의 새 메뉴가 등장하지 않았다. 2000년대에는 밴드에 래퍼나 DJ를 추가하거나, 기타 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와 남성 래퍼의 만남 같은 포맷이 드라마와 가요계에 넘쳐났다. 그러나 록을 사랑하는 아저씨가 타인의 것인 힙합과 청춘을 다루는 듯한 피상성의 향취가 짙게 풍기는 경우가 많았다. 록 팬은 빠르게 나이 들었고, 록은 이미 대중에게 청춘의 이미지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여자)아이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은 이 시대와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이모랩(Emo Rap: 미국 힙합의 한 장르) 트렌드의 맥락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지(Grunge)와 이모펑크(Emo Punk), 팝펑크(Pop Punk) 등의 샘플링을 특징으로 하는 장르다. 록의 시선에서 봐도, 블루스에 기반한 하드록-메탈 계보보다는 펑크에서 출발한 스타일의 비중이 커서 정서적·취향적으로 완연히 다른 질감을 갖는다. 또한 이모랩의 영향을 받은 케이팝은 힙합과 록 크로스오버의 교과서인 런-D.M.C.(Run-D.M.C.)도, 그 협업자 에어로스미스(Aerosmith)도, 랩메탈 대표주자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이나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도 바라보고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힙합과 청춘을 대상화하던 록 아저씨와도 무관하다. 지금의 힙합과 케이팝 시선에서 록을 대상화·도구화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의 질척임과 결별한 상쾌함이 이들 록을 한결 싱싱하게 한다.

어찌 보면 문화 변방 특유의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해외에서 느닷없이 이모랩이 들어오고, 록과 케이팝이 결합하던 그 나름의 계보가 초기화되며 우리 시장이 바뀌어버린다니 말이다. 그러나 케이팝은 해외 트렌드의 무엇을 어떻게 이식하는가라는 고민의 예술이기도 하다. 그 노력과 선구안, 이로 인한 파장을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다. 케이팝이 기댈 만한 계보 없이 록과 함께한다면, 그리고 록이 이로 인해 새 출발을 한다면 기대감을 갖고 지켜봐도 좋겠다.







주간동아 1346호 (p64~64)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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