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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생방 중 “FUXX”가 들려 아찔했어요 [SynchroniCITY]

어떤 상황도기품 있게 대처해야죠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오스카 생방 중 “FUXX”가 들려 아찔했어요 [SynchroniCITY]



3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AP=뉴시스]

3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AP=뉴시스]

영대 수고하셨어요! 무척 잘 봤습니다.

현모 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보셨어요?

영대 네, 저희는 온 가족이 같이 봤어요.

현모 어머, 민망스러워라. 어떠셨어요?



영대 일단 우리가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영화 ‘코다’가 작품상을 수상해 뿌듯했고요. 그거 외에는 사실 윌 스미스 때문에 생각들이 다 하얗게 날아갔어요. ^^;;

현모 끄윽…. 저는 오늘 수명이 10년 단축됐네요.

영대 거의 이번 주 내내, 아니 한 달 내내 회자될 거 같은데요?

현모 오스카 역사에 길이길이 기록될 일이죠. 후보가 무대에 올라 시상자를 때리고 욕설을 하다니요!

영대 재미있는 게, 미국 현지에서는 1분가량 딜레이 중계가 되기 때문에 욕설이 무음 처리된 채 나가서 시청자들은 그가 정말 욕을 했는지 확실히 몰랐거든요. 그런데 전 세계 동시 생중계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돼 모두가 알아버렸네요. ㅡ.ㅡ

현모 그랬군요. 저는 스튜디오에서 현지 오디오를 그대로 들으니까 이게 전파를 타고 방송에도 나갔는지, 안 나갔는지 확실치 않아서 궁금했거든요. 욕했다고 멘트를 하긴 했는데, 정말로 시청자들이 그걸 적나라하게 들었을 줄이야…. ㅡ.ㅡ

영대 와, 또박또박 큰 소리로 방송됐답니다. 국내 방송사 생방으로.

현모 휴… 맙소사.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네요.

영대 다들 그랬겠지만, 첨엔 그냥 어리둥절했어요. 윌 스미스도 잠깐 카메라에 잡혔을 땐 분명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고, 일어나 무대를 향해 걸어갈 때만 해도 시상자인 크리스 록 표정이 크게 당황하지 않고 그냥 순발력 있게 맞받아치길래, 이게 일부러 연출한 상황인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인가 영 긴가민가했거든요.

현모 그러니까요! 전 사실 빨리빨리 다음 순서 자료를 챙기느라 화면도 안 보고 있었는데, 어디서 난데없이 쌍욕이 들리기에 고개를 들어보니, 뭐지? 지금 이걸 나만 들은 건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상황 파악이 안 되더라고요. 순간 뇌는 정지!

영대 오우, 다시 생각해도 아찔해요. 우리 딸들도 전부 뜨악하고 일동 정지…. ㅋㅋㅋ

현모 생방송 도중 별별 돌발 상황이 많이 생기지만, 와 진짜 한시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구나 다시 실감했네요.

영대 사실 폭력까진 너무 갔죠. 아무리 상대방이 아내에 관해 무례한 발언을 했다고 해도요. 일단은 참았다가 나중에 수상 소감을 하러 올라갔을 때 “사실은 앞서 들은 저급한 농담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고 기품 있게 꼬집을 수도 있었고, 이날 수상을 못 해서 당장은 무대에 설 일이 없었다 해도 추후에 얼마든지 따로 언론 인터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서로 예의는 지키자는 식의 반응을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현모 그죠. 훨씬 품위 있고 위엄 있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물론 상대 기분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선 넘은 농담에 무조건 너그럽게 허허 웃으며 반응하는 게 능사는 아니겠지만요. 또 그동안 유명인으로 살아오면서 사생활, 특히 아내에 관한 공개적인 가십이나 루머에 억울한 측면도 많았을 테니, 남모르게 마음고생도 심했을 거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공감과 이해가 가요. 그래도 수많은 동료가 힘들게 일군 성과를 어려운 시기에 겨우 힘내서 축하하는 잔칫날인데, 감정이 앞선 물리적 행동과 욕은 전혀 성숙한 태도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영대 그래서 저는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도 조금 의아하더라고요. 사랑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게 자신의 소명인 거 같다고 하고, 가족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책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죠. 과연 그게 조금 전 폭력적인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 설득이 되진 않았어요.

현모 폭력은 절대 어떤 상황에서든 해결책이 아니죠. 더 큰 폭력을 낳을 뿐….

영대 아마도 중간 쉬는 시간에 PR 담당자가 와서 스피치에 대해 이런저런 코칭을 해준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와 닿진 않더라고요.

현모 ㅠㅠ 흑, 저는 며칠 전 그가 주연한 영화 ‘킹 리차드’를 극장에서 무척이나 감동적으로 봐서 그가 막 우리 아버지처럼 보이고 그 배역에 취해 있었는데, 이번 일이 감동을 약간 파괴했어요.

영대 전 아직 안 봤는데, 어찌 몰입이 될는지…. ㅎㅎ

현모 우리나라였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앤서니 홉킨스며 알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등 대선배들까지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 세상에 후덜덜…!

영대 우리나라였으면 난리 났죠. ㅋㅋㅋ

현모 역시 표현의 자유, 수정헌법 제1조의 나라. ㅋ 솔직히 오스카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시상식들에서도 갈수록 농담이 워낙 세서, 저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신기하기도 하고 조마조마할 때가 많아요. 자극적으로 웃기려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함부로 막말하는 유의 개그는 눈살 찌푸리게도 하고요.

영대 크리스 록도 만천하가 보는 앞에서 한 대 얻어맞았으니, 앞으로는 좀 조심할지도.

영화 ‘킹 리차드’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윌 스미스. [AP=뉴시스]

영화 ‘킹 리차드’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윌 스미스. [AP=뉴시스]

현모 그나저나 우리가 저번에 신나게 대화한 ‘대부’ 50주년을 기념하는 아주 특별하고 의미 있는 순서가 있었는데, 윌 스미스의 ‘F bomb’(욕 투척) 바로 뒤에 이어져서 전 그냥 어버버하고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

영대 그니까요! 게다가 ‘대부’ 촬영지까지 직접 다녀왔으니 하실 말씀도 많았을 텐데, 워낙 그 앞 사건의 충격이 커서 ‘대부’ 이벤트가 묻혀버렸어요.

현모 얼마 전 한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생방송 도중 의사가 쓰러지는 영상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상황이 닥치면 얼마나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을까 속으로 자문했는데, 뭐든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듯해요.

영대 그래도 연결 상태가 고르지 않고, 미리 공유된 자료도 적어서 애먹었을 텐데, 그럴수록 현모 님의 내공이 느껴지더라고요.

현모 깜짝 게스트들이 왜 이리 많던지. 메건 디 스탤리언이 나왔을 때 ‘오잉?’ 아무리 봐도 내 눈엔 그가 맞는데, “맞겠지?” 하고 반신반의하고. 더 놀랐던 건 갑자기 훅 들려오는 방탄소년단 목소리! “광고 타임인가” “축하 영상인가” “우리나라 제작진이 만든 건가” “아카데미 측에서 준비한 건가” 아무것도 몰랐는데 끝나고 나서 물어보니 방송국 분들도 사전에 들은 정보가 없었대요.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BTS가 오스카까지 진출한 거~~! 저 이제야 정신 차리고 하나씩 깨달으면서 제대로 뒷북이네요.

영대 맞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으로 출국했다네요.

현모 꺅, 그래미 어워드 참석하러 가는 거군요!

영대 올해는 수상까지 할 거 같은데, 그 영광의 순간을 현모 님이 전하지 못 하신다니 제가 다 속상합니다.

현모 흠 어쩔 수 없죠. ㅠㅠ 누가 중계하든 이번엔 꼭!!!! 방탄이 수상했으면 좋겠어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They ‘butter’ win!!!

영대 그리고 제가 일부러 바쁘실 거 같아서 끝날 때까지 말씀 안 드렸는데, 생일 축하드려요. 갖고 싶은 거 말씀하시면 다 막국수로 대신해드릴게요.

현모 하하하, 감사해요.

영대 진짜, 생일에 새벽부터 고생 많으셨습니다.

현모 올해 생일은 윌 스미스 오라버니께서 ‘생일빵’을 날려주신 덕분에 잊지 못할 생일로 기억될 거 같아요!

영대 역시 그거마저 웃음으로 승화하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 1333호 (p62~64)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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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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