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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직후 재개된 검찰 수사 尹 당선인 의식했나

서울동부지검 ‘산업부 블랙리스트’ 본격 수사에 민주당 긴장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정권교체 직후 재개된 검찰 수사 尹 당선인 의식했나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검찰이 현 여권 인사가 연루됐거나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서울동부지검이 ‘산하기관장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를 압수수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정부기관과 대기업을 수사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고발로부터 길게는 3년 가까이 지난 현 시점에, 그것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정권교체기에 파장이 적잖은 수사를 시작한 배경을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지지부진하던 검찰 수사가 벌써부터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이 수사를 뭉개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을 의식해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이 3월 25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이 3월 25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사표 수리하기로 정부 방침 정해져” 압박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3월 25일 정부세종청사의 산업부 운영지원과, 혁신행정담당관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사흘 뒤인 28일엔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에너지공단·한국광해광업공단·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과 한국중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서부발전 등 한국전력공사(한전) 자회사 4곳도 압수수색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17년 9월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과 일부 고위 공무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개 공공기관 사장들로부터 사실상 강제로 사표를 받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그때 사직한 이들은 임기가 1년 4개월~2년 2개월 남은 상황이었다.

당시 산업부 관계자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정부 방침’이라며 사퇴를 종용한 구체적 정황도 포착됐다. ‘동아일보’ 단독 보도(3월 30일 ‘백운규 ‘기관장 물갈이’ 발언 5일 전, 산업부 국장 “사표 방침 확정”’ 제하 기사 참조)에 따르면 복수의 전직 한전 자회사 사장들은 2017년 9월 산업부 모 국장이 “사표를 수리하기로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면서 “‘일신상 이유’를 사유로 적어서 내달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백 전 장관이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 며칠 전 일이었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은 41곳으로, 정부 부처 중 두 번째로 많다. 백 전 장관의 물갈이 발언 후 기관장들이 잇달아 사직해 한때 절반 이상이 공석이었다.

검찰이 갑자기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동부지검 측은 이번 사건과 비슷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을 참고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재인 정부 첫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은경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이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은 것을 말한다.

이번 산업부 압수수색은 김 전 장관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로부터 2개월 시차를 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서울동부지검 측 설명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환경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공통분모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소시효는 7년으로 수사에 시간적 여유도 있다. 검찰은 전직 산업부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 압박’ 증언도 2019년



5월 이미 당사자 진술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이 3월 10일 대선 결과를 지켜본 후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文 엮으려는 것 아닌가, 예의주시”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서울동부지검 청사. [동아DB]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서울동부지검 청사. [동아DB]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 수사·지휘라인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선 검사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하는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장관을 보좌한 바 있다. 다만 박근혜 정부 때부터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해 검찰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상태였다. 심 지검장의 부친은 재선 국회의원과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다. 심 전 지사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윤 당선인의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공주농고를 졸업했다. 심 지검장은 추 전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를 추진할 때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2020년 11월 추 전 장관의 징계 청구 강행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기조실장이던 심 지검장은 “윤 총장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 결재 라인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팀을 이끄는 최형원 부장검사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광주 대동고 후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소속으로 윤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코바나컨텐츠 불법 후원 의혹’ 사건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산업부 압수수색에는 최 부장검사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여권 일각에선 검찰 수사에 견제구를 던지고 나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3월 28일 서울동부지검의 압수수색을 두고 “구체적으로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동부지검이 (산업부 등을) 압수수색했다는 것을 보고받고 ‘참 빠르네’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김성환 의원도 3월 3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별건 수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엮어보려는 검찰의 의도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 건(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정하게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간 지지부진했던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검찰 캐비닛에 쌓인 다른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검찰이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듯한 조짐도 포착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3월 28일 삼성전자 본사와 삼성물산 자회사 삼성웰스토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6월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물량을 모두 몰아주는 등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며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공정거래법 위반뿐 아니라 삼성전자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혐의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미루다 압수수색 “통상적 수사 흐름 아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고진원)의 검사 인력(9→15명)을 확충해 삼성전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두고 윤 당선인의 의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당선인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 당시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검찰 책무로 내세웠다. 검사 시절 윤 당선인은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수사에 여러 차례 참여한 바 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박범계 장관의 서울 남강고 후배로 박범계호 법무부에서 검찰국장 등 요직을 지냈다.

현재 서울동부지검은 ‘청와대 330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비롯해 국무총리실과 교육부, 통일부 측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 사건에 관한 수사도 맡고 있다. 이 사건들의 피고발인 중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도 있다. 그 외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2018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추가 수사 가능성도 남아 있다.

어수선하고 예민한 권력 교체기에 검찰이 오래 묵힌 사건을 수사하는 데는 무엇보다 정권교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수사에 나선 일선 검찰청이 모두 현 정부에서 잘나가던 검찰 간부들이 지휘를 맡은 곳이라서 더더욱 그런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친정부 성향 검사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과 그에 따른 대대적인 검찰 물갈이 인사를 앞두고 그간 수사 지연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차기 정부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뒤늦은 ‘면피성 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 “검찰이 이미 3년 전 기초적 진술을 확보했다는데 그 후 이렇다 할 수사 진행이 없었다”며 “통상적 수사 흐름에 비춰볼 때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렸다가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서울동부지검 측 설명에 대해선 “보통 1·2심 법원 판결을 보면 사건 유무죄 윤곽을 큰 틀에서 알 수 있다”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2심(지난해 9월)에서 김 전 장관 등의 유죄가 인정됐다면 비슷한 성격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도 미룰 필요가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정부에서 살아 있는 권력이 연루된 사건 수사는 일단 미루고 보는 잘못된 풍조가 검찰에 생겼다 보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사하면 뉴스가 된다”면서 “지금이라도 검찰은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로 독립성·중립성 논란을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333호 (p6~8)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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