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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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음악 조각들이 완성하는 하모니

[미묘의 케이팝 내비] 케이팝을 이끄는 독특한 원동력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2-03-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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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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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노래를 이어 붙인 듯하다.” 케이팝을 이야기할 때 곧잘 접하게 되는 말이다. 한동안 케이팝 아이돌 음악의 특징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발라드처럼 잔잔하게 시작해 이내 빠른 댄스곡이 되거나, 강렬한 비트로 몰아치다 갑자기 처연한 감성의 솔로가 시작되거나, 발랄한 노래가 느닷없이 매서운 댄스 브레이크를 맞이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정서나 장르가 숨 가쁘게 교차하고 때로는 템포마저 달라져 감상 흐름을 뒤흔드는 게 케이팝이다. 그래서인지 이 표현은 케이팝을 폄하하는 맥락에서도 자주 들린다.

    현대 팝송은 노래의 다양한 형태 중 ‘ABC 구조’를 흔하게 취하고 있다. 주제를 제시하는 A 부분(버스·verse), 이를 심화하거나 반전을 기하는 B 부분(브리지·bridge), 프리코러스(pre-chorus), 그리고 가장 핵심이 되는 후렴인 C 부분(코러스·chorus)으로 구성된다. 케이팝을 비롯한 어떤 노래들은 그 뒤에 한 토막을 덧붙여 후렴을 강화하거나 확장하기도 한다. 이상을 한 번 반복하고(2절), 크게 변화를 줬다(브리지) 다시 후렴을 반복하는 형태다. 이와 같은 구조는 사실 각 부분이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여러 개 문단으로 된 글과도 같다. 소주제, 시각, 태도 등이 매번 다르기에 전체 내용에 흐름이 생긴다. 팝송이라는 양식은 사실상 서로 다른 음악의 조각들을 어떻게 하나로 꿰어내느냐 하는 문제다. 음악가도 따로 만들어둔 노래 조각들을 다른 노래에 붙여서 완성하는 식으로 작곡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물론 ‘얼마나 잘 붙이느냐’ 문제이기도 하다. 전체를 하나의 유려한 흐름으로 이어내는 것은 ‘팝송’의 미덕으로도 여겨진다. BTS(방탄소년단)나 몬스타엑스가 해외 팬을 겨냥해 제작한 영어 앨범이 보여주는 세련되고 깔끔한 감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케이팝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돋보이는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런 곡들마저 각 부분은 분명 선연한 차이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곡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음악 퍼즐들의 아티스틱한 조합

    또한 어떤 곡들은 명백히 그 반대를 지향한다. 가사나 보컬 연출에도 느닷없거나 생뚱맞은 대목을 집어넣는 것과 비슷하게, 변화 낙차를 의도적으로 크게 가져가는 것이다. 청자의 귀를 잡아끌며 수시로 자극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과격하다면 과격한 기술이다. 과속방지턱에서 도리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듯한 이 미학적 지향성은 케이팝 창작자와 아티스트에게 어느 정도 일반화됐다고 볼 수 있다. “여러 노래를 이어 붙인 듯”한 감각을 많은 이가 케이팝 특징으로 여기는 이유다.

    순간의 영감으로 일필휘지한 노래가 가질 법한, 물 흐르는 듯한 일관성도 매혹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위적인’ 손길보다 우월하다고 여긴다면 다소 낭만주의적 환상이 섞여 있다고 말할 만하다. 인간은 나무나 짐승의 털, 가죽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계 자체가 자연에 존재하는 소리를 인공적으로 재단한 것이다. 고래 등 일부 동물을 제외하고는 인간이 유일하게 음악 행위를 한다. 음악은 인공물이다. 팝 음악은 대부분 서로 다른 음악적 조각들의 인공적 연속이다. 더 ‘자연스러운 듯한’ 연결과 그렇지 않은 연결은 있을 수 있지만 인위적이지 않은 음악적 연결이란 없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폄하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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