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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빵 투자로 5년간 55억 번 소아과 전문의 성현우

비결은 우량주 종목에 올인하는 ‘스나이퍼 매매’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몰빵 투자로 5년간 55억 번 소아과 전문의 성현우



주식투자에 성공해 5년 만에 대출 없이 서울 반포에 있는 아파트를 매수한 성현우 소아과 전문의. [지호영 기자]

주식투자에 성공해 5년 만에 대출 없이 서울 반포에 있는 아파트를 매수한 성현우 소아과 전문의. [지호영 기자]

전세를 월세로 갈아탄 뒤 남은 보증금으로 주식 1개 종목에 올인한 무주택자가 있었다. 그는 주식투자 5년 만에 세후 수익금 55억 원을 벌었으며, 서울 강남 아파트가 최고가를 찍은 2021년 여름 반포에 있는 112㎡(34평형) 아파트를 현금으로 장만했다. 소아과 전문의가 본업인 개인투자자 성현우 씨 얘기다.

2021년 12월 26일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개인투자자가 1조 원 이상 사들인 13개 종목 가운데 테슬라(19.7%), SK하이닉스(7.1%), 네이버(4.8%) 3개 종목만 수익이 났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카카오 등 나머지 10개 종목은 평균 매입가보다 주가가 떨어졌다. 2021년 ‘1000만 개미’ 시대가 열렸지만, 수익을 낸 개미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박스권에 갇혀 있던 올해 성씨가 높은 수익률을 낸 비결은 바로 ‘스나이퍼(sniper) 매매’. ‘저격수’라는 뜻 그대로 1개 종목에 투자금을 ‘몰빵’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 투자라 할 수 있다.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선 선뜻 하기 힘든 그의 ‘몰빵 투자’ 노하우를 소개한다.

1개 종목 1~6개월 투자

1개 종목만 매수하는 ‘몰빵’ 투자로 유명한데.

“5년 전 빚을 갚고 내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안정적이지만 수익이 적은 분산투자로는 자가(自家) 마련은커녕 대출금도 갚지 못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수가 빠지면 포트폴리오 전체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민하다 1개 종목의 비중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일명 ‘스나이퍼 매매’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보면 “한 번에 한 놈만 골라서 팬다”는 대사가 나온다. 스나이퍼 매매도 이처럼 원샷-원킬, 1개 종목만 골라 1~6개월간 투자하는 중기 스윙매매(일반적으로 2~3일 간격을 두고 하는 매매) 투자법이다. 단, 투자 종목 선정 기준은 있다. 코스피200에서 매매하고, 변동성이 큰 종목이나 이미 주가가 상승한 종목, 재무제표가 부실한 종목은 피한다.”

저점 매수, 고점 매도가 투자 포인트 같다.

“저점 매수가 중요하지만 저점을 정확히 찍어 들어가지는 않는다. 주가가 비교적 싼 편이라고 생각되면 매수한다. 그리고 매수 뒤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늘 한다. 지금까지 투자한 종목들도 최소 5000만 원에서 3억 원까지 떨어졌다.”



MDD(고점 대비 최대 손실폭)를 정하고 투자하나.

“항상 ‘얼마까지 하락해도 감당할 수 있나’를 미리 생각하고 투자한다. 2021년 20억 원을 투자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수 후 3억 원까지 마이너스였지만 팔지 않았다. 상장 후 4~5개월간 조정을 거친 만큼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였다. 처음부터 3억 원 손실까지 참아보겠다고 작심했다.”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나.

“주식에서 10~20% 수익은 실력이지만, 그 이상은 운이라고 생각한다.”

소아과를 개원한 뒤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2017년 4월 경제적 안정을 기대하면서 소아과를 개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당시 결혼 2년 차였는데, 집도 없는 상태에서 빚만 3억 원가량 됐다. 신용등급은 8등급이었고. 소아 인구가 점점 줄고 있으니 앞으로 수입이 늘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39세가 되도록 뭐 했나 싶었다. ‘빚 갚다가 인생 끝나겠다’는 불안감을 안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초창기 투자는 어땠나.

“2017년 여름 1000만 원으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했는데, 6개월 지나니 수익률이 -6%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종잣돈을 늘려 투자하기 시작했다.”

종잣돈 규모는?

“본격적인 투자는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쯤 시작했다. 전세를 월세로 갈아타고 남은 보증금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이후에도 돈이 생길 때마다 주식에 넣다 보니 어느 순간 투자금이 2억~3억 원으로 늘어났다.”

1년에 4~5개 종목 투자

중기 스윙매매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병원에서 진료하다 보니 단타투자를 할 수 없었다. 생활 사이클이 1개월에서 6개월가량 투자하는 중기 스윙매매와 맞았다. 1개 종목을 매수하면 천장까지 기다렸다 한 번에 매도한다.”

지금까지 투자한 종목은 몇 개나 되나.

“2017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6개 종목을 투자했다. 1년에 많아야 4~5개 종목에만 투자한다.”

위험천만한 몰빵 투자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기술적 매매법이 있나.

“장기간 하락했다 매출이나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올라가는 턴어라운드 주식을 좋아한다. 주식이 장기간 하락하면 20일, 60일, 120일 이평선(이동평균선)이 120일, 60일, 20일, 5일 순으로 역배열된다. 이평선이 역배열에서 정배열로 바뀌는 구간에서 대량 매수한다. 매도는 이평선이 정배열에서 분출하는 시세를 취할 때 한꺼번에 한다.”

이평선이 정배열로 바뀐다고 해서 퀀텀 점프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평선이 역배열 상태에서 더 하락해야 되는데 하락하지 않고 버티다 어느 순간 오르는 골든크로스(주식 차트에서 단기 이평선이 중기 이평선을 뚫는 것)가 나타난다. 이때 정말로 오르는 것인지, 일시적인 반등인지를 보려면 20일 이평선뿐 아니라 60일 이평선, 120일 이평선까지 어떤 모습으로 올라가는지를 살펴야 한다. 거래량과 캔들 모양뿐 아니라, 세력 움직임도 파악해야 한다. 사실 이런 기술적인 매매는 수학 공식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기업이나 섹터 상황 등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주식을 매매할 때 기술적 지표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20억 수익

투자 종목은 어떤 방법으로 선정하나.

“세상을 읽으면 돈이 보인다. 나는 이를 ‘천지인 투자’라고 이름 붙였다. 천(天)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것, 지(地)는 산업이나 회사를 둘러싼 생태계 환경, 인(人)은 해당 회사가 현재 처한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업이익률과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 등 재무제표 지표, 현재 주가가 비싼지 싼지도 분석해 종목을 고른다.”

지금까지 투자해 벌어들인 총수익은 얼마나 되나.

“2017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냈다. 이후 2020년을 제외하고 한 해에 3억~10억 원 수익이 났다. 총수익금은 55억 원, 최근 3년 수익률은 570%가량이다. 증권사 레버리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남들보다 좀 더 빠른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까지 투자한 종목은?

“2~3년 전에는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12만8000~15만 원 사이에 매수한 뒤 20만 원대에 익절해 3억5000만 원가량 수익을 냈다. 임플란트 회사 덴티움 주식은 15% 폭락한 날 10억 원어치 매수해 열흘 만에 1억5000만 원 수익이 났다. 덴티움은 최근 3년간 단기 스윙매매를 한 유일한 종목이다. 이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널 3억 원, 휠라홀딩스 3억 원, 코오롱인더스트리 4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 20억 원 수익을 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금까지 투자한 종목 중 가장 큰 수익금을 기록했다. 16만2000원대에서 매수한 뒤 15만3000원까지 하락했지만 참고 견뎌 이후 30만 원대에서 매도했다(그래프 참조).”

전공과 관련 있는 바이오 종목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셀트리온, 신라젠,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오롱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에 투자해봤다. 하지만 임상 실패 리스크가 크다는 점 때문에 바이오 종목은 꺼리는 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들어간다는 모멘텀이 있어 투자했지만, 임상 3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수많은 역경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익절했다.”

실패한 투자도 있나.

“중소형 항공사에 투자해 2억 원가량 손해를 봤다. 2020년에는 VIX ETN(공포지수 상장지수증권)에 15억 원을 투자했다 5억 원 정도 손실을 입었다. 호황이던 2020년에 손해를 크게 본 것이다. 2017년 투자를 시작해 2020년 종잣돈을 15억 원으로 불렸지만 이후 투자는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사고 싶었던 아파트가 매매가 25억 원 정도였는데 20억 원 문턱에서 투자 종목들이 자꾸 손실을 봤다. ‘5억 원만 더 벌자’는 심리적 압박이 매매를 꼬이게 만들었다. 이후 집을 사겠다는 생각을 버렸더니 거짓말처럼 수익률이 좋아졌다.”

지금 매수 중인 종목은?

“크래프톤이다. 연말 대주주 양도소득세 때문에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최근 눈여겨보는 종목이 있다면?

“SK스퀘어다. SK스퀘어는 상장 후 2~3주간 하락해 최근 최고가 대비 반토막이 났었다. 2021년 12월 20일쯤 투자해볼까 했는데, 사전 공부가 안 돼 있어 못 했다. 어떤 회사인지, 매출은 어떤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차트만 보고 들어가려니 주저하게 되더라. 그날이 저점이었다.”

내 집 마련 꿈은 이뤘나.

“2021년 8월 반포에 있는 34평형 아파트를 대출 없이 현금으로 매수했다. 당시 레버리지까지 75억 원을 주식에 넣고 있었는데, 20~30%가 마이너스가 나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자산 분산 차원에서 아파트를 매수했다.”

주식투자는 수행

한국주식에만 투자하는 이유가 있나.

“밤 11시에 개장하는 미국주식은 내 생활 패턴과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국 기업에 대해 잘 모른다. 미국에서 대학(코넬대 경제학과)을 나왔지만, 2001년 졸업 후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온 것 말고 미국에 갈 일이 없었다.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기업이 유망할지 뉴스로만 접하고 있어 미국시장 흐름을 읽기가 쉽지 않다. 여러모로 미국주식은 내 능력 밖인 것 같다.”

경제학을 공부한 게 투자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실제 세상은 경제학 이론처럼 돌아가지 않는다(웃음). 경제학에서는 환율과 금리의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그릴 때 인플레이션처럼 다른 변수들은 고정한 채 논한다. 실제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변수가 수없이 많다. 경제학적으로 계산하기 불가능한 것이 많다.”

주식 관련 책을 100권 넘게 읽었다고 들었다.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

“1700년대 쌀 투자자로 유명한 혼마 무네히사의 ‘거래의 신, 혼마’다. 혼마는 주식 차트의 양봉과 음봉 캔들을 창시한 사람이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혼마가 투자에 실패한 뒤 절에 들어갔는데, 한 스님이 “저 깃발이 왜 흔들리는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혼마가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거 아닌가요”라고 답하니 스님은 “저 깃발이 흔들리는 건 자네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일세”라고 말했다. 시세가 흔들리는 것은 인간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선문답인데, AI(인공지능)가 투자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통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헝가리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와 조지 C. 셀든의 ‘주식 시장의 심리학’도 즐겨 읽는 책이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마음공부도 많이 한 것 같다.

“주식투자는 수행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스러울 때가 많고, 희망과 욕심에 가득 차 있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투자할 때 바깥세상을 보지만 나는 내면을 돌아보려고 한다. 내가 욕심을 내고 있는지, 공포에 싸여 있는지 늘 주시한다.”

앞으로도 ‘스나이퍼 매매’를 계속할 생각인가.

“스나이퍼 매매는 넉넉하지 않은 종잣돈을 크게 불리기 위해 했던 투자법이다. 좀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앞으로 조금은 다르게 투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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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21호 (p36~39)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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