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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째 작은도서관 충남 서산에 둥지

김수연 목사 “책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선물”

  • 전채은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chan2@donga.com

100번째 작은도서관 충남 서산에 둥지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100번째 작은도서관 ‘운산작은도서관’이 11월 25일 충남 서산시에 문을 열었다. [동아DB]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100번째 작은도서관 ‘운산작은도서관’이 11월 25일 충남 서산시에 문을 열었다. [동아DB]

11월 25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의 ‘운산작은도서관’. 손을 꼭 잡고 이곳을 찾은 한 노부부는 출입구 근처에 붙어 있는 도서관 특강 안내문을 꼼꼼히 읽었다. 이날 문을 연 운산작은도서관은 개관을 기념해 성인을 위한 인문학 강의와 어린이를 위한 구연동화, 만들기 강의 등을 마련했다. 인문학 강의에 참석한 주민 신순분(68·여) 씨는 “책을 좋아하는데 주변에 도서관이 없어서 매번 사다 보니 책이 집에 1000권 넘게 쌓였다. 우리 면에 책도 보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100번째 작은도서관을 열었다. 김수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는 “처음 작은도서관을 짓기 시작했을 때는 100호 정도가 마지막이 될 줄 알았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이 일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책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작은도서관 건립 후원 사업을 담당하는 김진영 KB국민은행 브랜드 ESG그룹 대표는 “물질과 정신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게 우리의 후원 취지”라면서 “101호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1000호 점까지 달리겠다”고 밝혔다.

운산작은도서관은 서산소방서 의용소방대 사무실을 리모델링해 단장했다. 1층에는 책 3600여 권이 비치됐고, 2층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열람실을 비롯해 각종 문화 행사를 진행할 프로그램실,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 등이 마련됐다. 개관을 맞아 이곳을 찾은 윤효림(8) 양은 “그동안 아빠가 사준 책만 봐서 아쉬웠는데, 도서관에서는 역사책, 동화책, 만화책까지 다 볼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윤빛나(8) 양은 “책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도서관 어린이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책을 읽다 보니 한결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독서문화 조성, 지역 주민 소통 창구로 활용

운산작은도서관은 인근 학교 도서관을 빼면 운산면의 유일한 도서관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책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도서관을 찾은 주민 장찬순(55·여) 씨는 “운산면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는데 도서관이 들어선 건 처음 본다”며 “아이들도 그 전에는 책 한 권 보려면 30분 이상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며 기뻐했다.



주민들은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도서관을 반겼다. 조무성(53) 씨는 “그동안 50, 60대가 퇴근 후 어울릴 만한 곳이 식당이나 술집밖에 없어 나처럼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았다”며 “앞으로 퇴근 후 자주 들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운산작은도서관 인근에는 초교 2곳, 중고교가 각각 1곳씩 있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운산초 돌봄전담사 장명숙 씨는 “도서관이 전반적으로 안전하고 알차게 단장돼 있어 돌봄교실 아이들과 자주 와야겠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세워진 작은도서관은 문화 소외지역의 독서문화 형성과 지역 주민 간 소통에 기여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1호 점은 2008년 경기 부천시에 문을 연 ‘도란도란작은도서관’이다. 2002년 세워진 공립도서관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시설을 넓히고 소장 도서도 늘렸다. 환경이 개선되자 도서관 이용자가 늘었고, 칠순 노인과 아홉 살 아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개관 당시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들은 어느덧 성인이 됐다. 이들은 어린 시절 선물처럼 찾아온 작은도서관을 ‘또 하나의 집’으로 기억한다.

11월 25일 충남 서산시 운산초 어린이들이 운산작은도서관 어린이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동아DB]

11월 25일 충남 서산시 운산초 어린이들이 운산작은도서관 어린이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동아DB]

책 읽어주기 품앗이도

공동육아의 장으로 활용되는 작은도서관도 있다. 2016년 리모델링한 서울 성동구 작은도서관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책엄책아)는 낭독 모임, 민화 그리기, 그림책 공부 모임 등 성인을 위한 동아리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부모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 아이가 늘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족끼리도 친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 부모가 아니어도 어른이면 누구에게나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이렇게 ‘책 읽어주기 품앗이’를 하던 학부모 중에는 재능을 살려 ‘책놀이 활동가’로 변신한 이들도 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2015년 국방부와 협력해 현재까지 전국 관사 27곳에도 도서관을 만들었다. 작은도서관은 특히 군인 파병 기간에 유용하게 쓰인다. 장병들이 장기 파병을 떠난 사이 남은 가족은 도서관에 모여 소통하고 서로의 안부도 묻는다.

작은도서관 건립이 여의치 않은 곳은 ‘책 읽는 버스’가 찾아간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동식 도서관으로, 농어촌지역이나 지역 축제 현장 등을 방문해 책 대여 및 구연동화, 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책 읽는 버스에는 책 1000여 권과 함께 널찍한 의자도 마련돼 누구나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주간동아 1317호 (p52~54)

전채은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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