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6

2021.09.10

정의당 ‘5%+a’ 득표 시 민주당 대통령 어렵다

[이종훈의 政說] “대선 단일화 없다” 강조, ‘민주당 2중대’ 오명 탈피하나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9-1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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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이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했다. 결선투표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10월 6일 본선 후보가 정해진다. 결선투표가 이뤄지더라도 10월 12일 결정이 난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격렬한 논쟁 속에서 진행되다 보니 정의당 경선은 상대적으로 국민의 관심 밖이다.

    정의당은 이번 대선에서 완주할까.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5월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말씀드리지만 단일화는 없다. 완주할 거다. 적어도 집권 여당이나 제1야당이 이 구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결선투표제를 당연히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연합정치가 되려면 결선투표제 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출마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출마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 - 민주당 묶일 일 없다”

    2017년 대선에서 완주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단일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심 의원은 8월 29일 네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34년 묵은 낡은 양당체제 불판을 갈아야 한다”며 “민주당과 단일화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은 거대 양당의 승자독식 정치를 종식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의당 내 또 다른 대선후보인 이정미 전 대표 역시 9월 6일 출마 의사를 밝히며 “정의당과 민주당은 이제 더는 하나의 진보 진영으로 묶일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제 범보수, 범진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선에 뛰어든 김윤기 전 부대표와 황순식 경기도당위원장 역시 완주 의사를 피력한 상태다.

    정의당은 오히려 9월 7일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진보 정당은 물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2022 대선 공동대응기구’를 발족했다.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반면, 진보 정당과는 단일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선을 긋는 배경에는 배신감도 한몫했다. 정의당은 2019년 총선 당시 의석수 증가를 기대하며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하는 선거법 개정에 앞장섰지만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얻은 것은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이고, 잃은 것은 의석수다.

    정의당은 이후 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해왔다. 차별화 전략의 핵심은 민주당을 기득권 정치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여영국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인 4월 2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기조를 드러냈다. 여 대표는 당시 “반기득권 정치전선이 구성되면, 또한 반기득권 정치비전이 제시되면 그것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이 모일 것이다. 그들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해 이른바 ‘오픈프라이머리’로 반기득권 대선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기득권이라는 수식어가 눈길을 끈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또 다른 이유는 진보 가치 상실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 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비판하고 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8월 30일 “적폐 세력을 청산하고 상식적인 나라가 되길 소망했던 촛불 정신을 짓밟고, 그 촛불의 힘으로 시민들이 만들어준 의석수를 본인들 기득권 수호의 방패막이로 삼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민주당은 언론 입을 틀어막는 독재 정권의 길을 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9월 7일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고발했다. 사흘 전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참석한 대전·충남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거리두기, 접촉 제한 등 정부 방역지침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방역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사태에 대한 항의 성격이 강하다. 민주노총 역시 이번 구속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이 선전포고를 했다며 대정부 투쟁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유럽에선 보수 정당 - 진보 정당 연정 흔해

    정의당의 대선 완주는 민주당에게 어떤 의미일까. 2017년 대선처럼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압승할 가능성이 크다면 변수가 되지 않는다. 반면 초박빙 구도로 흐른다면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심상정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6.17%를 득표했다. 2020년 총선에서 정의당은 9.67% 득표율을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8월 31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5%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종철 전 대표가 성추행으로 사퇴한 직후 정당 지지율이 한때 떨어졌지만 최근 회복세다.

    정의당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5%+a’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다면 민주당 후보를 낙선하게 만드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대선 이후 국민의힘과 연정 카드까지 제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선 정국 전체를 뒤흔드는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의당을 비롯한 ‘2022 대선 공동대응기구’ 측이 환경부와 노동부를 담당하는 것을 전제로 국민의힘과 연정하는 방식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수권 정당을 꿈꾸는 정의당으로서도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상상력이 안드로메다로 간다고 지적할 것이 분명하지만, 유럽에서는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의 연정이 흔하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진보 정당 녹색당과 우파 정당의 연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성사됐다. 오스트리아와 아일랜드에서도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이 연정 중이다. 독일 역시 9월 총선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녹색당이 기독교민주연합(CDU)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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