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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미, 케이팝 ‘머리 꼭대기에서’ 춤추다

[미묘의 케이팝 내비] 아이돌 모습은 이 산업이 원하는 바에 불과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전소미, 케이팝 ‘머리 꼭대기에서’ 춤추다

멋진 대조의 미를 선사하는 전소미의 신곡 ‘덤덤’ 앨범 커버. [바이브 캡처]

멋진 대조의 미를 선사하는 전소미의 신곡 ‘덤덤’ 앨범 커버. [바이브 캡처]

케이팝산업에서는 ‘팔색조’라는 말을 흔히 쓴다. 다양한 재능이나 매력을 지녔다는 뜻이지만, 때로는 묘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어떤 장르든 소화할 수 있다’는 칭찬은 사실 팬에게는 의미가 약하다. 팬은 대체로 아티스트의 음악적 스펙트럼 중 어떤 부분을 좋아하지, 그 넓이를 정량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산업에서는 기자, 평론가, 팬들도 종종 기획사 사장에 이입한 언어를 사용한다. 이 아이돌은 다재다능해 시장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수익을 낼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하는, 그런 대목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전소미의 신곡 ‘덤덤(DUMB DUMB)’은 이중성을 노래한다. 한껏 내숭을 부리며 상대 남자의 마음을 사는데, 실은 그것이 “네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추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반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팔색조’와 더불어 종종 쓰이는 ‘반전매력’이라는 표현은 가장 흔하게는 미모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털털하다는 식의 맥락에 등장한다. 이런 용례는 전소미에게도 자주 주어졌다.

그런데 그것이 다양한 재능과 매력이 공존하면서 때로 한두 가지가 전면에 드러나는 ‘팔색조’나 ‘반전매력’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노래 속 주인공은 “시간은 없고 쇼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한쪽 면은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적어도 상대가 사랑에 빠질 때까지는 말이다. 이런 팽팽한 긴장으로 인물은 입체성을 얻는다. 곡은 이를 달콤하고 아기자기한 전개부와 장난스러우면서도 냉랭한 ‘드롭’의 낙차로 표현한다. 프로듀서 테디의 평소 장기이기도 하지만, 이 곡에서는 주제와 맞물려 더욱 멋진 대조의 미를 선사한다.

뮤직비디오는 고등학교와 졸업 무도회 등을 배경으로 한다. 사립학교 교복풍의 체크무늬나 화사한 색감, 심지어 클럽 장면의 어둑한 불길함까지도 미국의 옛 하이틴 영화 같다. 지난 10여 년간 케이팝이 클리셰(판에 박은 듯한 표현)로 사용해온 것을 고스란히 하나의 세계처럼 세워놓았다. 그래서 이 노래는 내숭 많은 소녀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의 이야기에서 좀 더 넓은 곳으로 확장된다. 연예인으로서 전소미와 세계의 관계에 관한 은유, 또는 케이팝 아이돌산업에 대한 우화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이다.

남들이 좋아하는 표정, 마른 몸, 적은 양의 식사, 겁 많은 모습 등은 여성 아이돌에게 아주 흔히 기대되는 모습이니 말이다. 클럽 무대에 올라 날개를 펼치고 모두의 주목을 받는 주인공은 방금 전까지 어둑하고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중이 보는 아이돌 모습은 온전히 그의 것이라기보다 사실 이 산업이 원하는 바 그대로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 단편의 이면을 좀처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함부로 재단하고 말할 수만은 없다. 당연하지만 우리가 줄곧 잊곤 하는 이야기다.



작사에도 참여한 전소미는 곡의 마지막 대목에 “이제 애쓰지 않아도”라는 한 줄을 준비해뒀다. 전소미의 일면만 보려 하는 세상에서 언젠가 그에게 어떤 내숭도 필요 없게 될까. 장담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가 이런 산업의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추려 한다는 것이다. 이 도전적인 아티스트의 야심은 자못 괜찮은 첫걸음을 떼고 있다.





주간동아 1301호 (p63~63)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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