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1

2021.08.06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LG폰 남은 과제는?

모바일 핵심기술 미래신사업에 적극 활용… 애플과도 전략적 협업

  • 윤혜진 객원기자

    입력2021-08-10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LG전자의 모바일사업 철수를 알리는 현수막. [뉴시스]

    LG전자의 모바일사업 철수를 알리는 현수막. [뉴시스]

    LG전자가 7월 31일 26년 역사를 지닌 휴대전화사업을 완전히 종료했다. 그동안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는 LG전자에 아픈 손가락이었다. ‘초콜릿폰’ ‘프라다폰’ 같은 피처폰으로 전성기를 누릴 때도 있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늦은 대처로 2015년 2분기부터 24분기 연속 적자라는 흑역사를 남겼다. 2008년 세계 시장점유율 3위에서 지난해 9위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LG전자는 아무리 스마트폰이 소비자와 가장 많은 접점을 지닌 기기라 해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LG전자는 7월 29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철수하는 스마트폰사업의 상반기 중단 영업손실이 1조3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1조3000억 원 중 상반기 영업 운영에 따른 손실이 5300억 원, 이를 제외한 순수 철수 비용이 7700억 원이다. 사업 종료 후에도 충분한 사후서비스를 지속할 계획이다. 기존 제품에 대해선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를 3년(보급형 모델은 2년) 동안 지원하고 에이에스(AS)는 제품 제조일로부터 4년간 제공한다. 배터리, 충전기, 전원 케이블 등 모바일 소모품도 LG전자서비스센터에서 살 수 있다. 스마트폰사업은 종료하지만 질서 있는 퇴진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신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버리고 가전·전장 부문 집중

    화면이 말려들어가는 ‘LG롤러블’ 스마트폰. 올해 상반기 출시가 점쳐졌지만 LG전자 의 모바일사업 철수 결정으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동아DB]

    화면이 말려들어가는 ‘LG롤러블’ 스마트폰. 올해 상반기 출시가 점쳐졌지만 LG전자 의 모바일사업 철수 결정으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동아DB]

    남은 과제는 4G(4세대)·5G 관련 특허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다. LG전자가 보유한 4G·5G 관련 통신 특허자산은 약 2만4000개로, 4G 표준특허 보유 수 세계 1위, 5G는 2위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 측은 “모바일 분야에서 축적해온 핵심 지식재산권(IP)을 스마트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통신 특허는 전장사업이나 차량용 커넥티드 핵심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기에 텔레매틱스(차량 정보통신장치)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라디오 등 인포테인먼트 제품 개발에도 대부분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수차례에 걸쳐 MC사업본부 인력 3300여 명을 재배치했다. 전체 인원의 약 80%에 이르는 2700명이 LG전자 내 다른 부문으로 옮겼는데, 그중 생활가전(H&A) 파트로 가장 많이 이동했다. 특히 사내 ‘브레인’ 조직으로 손꼽히는 CTO(Chief Technology Office) 부문으로 800명이 옮겨 눈길을 끈다. 이들은 기존 LG폰 AS·OS 업그레이드 업무를 비롯해 가전·전장·로봇 분야에 필요한 6G 이동통신, 카메라 등 모바일 핵심기술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600명이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그룹 내 전장·배터리 계열사로 전환 배치됐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으로도 50명이 이동했다. LG전자는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한 이후부터 자동차 부품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LG폰 빈자리 두고 펼쳐질 스마트폰 전쟁

    LG전자의 이 같은 선택과 집중에 대해 증권가도 모바일사업 철수를 ‘리스크 해소’라 판단하고 향후 LG전자의 주가 방향은 전장사업에 달렸다고 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LG전자 VS(자동차부품솔루션)사업본부의 흑자 전환 가능성이 주목된다”면서 “LG전자는 MC사업 중단 이후 분기별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이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는 MC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경쟁사이던 애플과 손을 잡았다. 8월 중순부터 LG베스트샵 150여 개 매장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LG베스트샵 매장은 전국적으로 400여 개에 달해 애플로선 유용한 판매 거점이 생기는 셈이지만,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등 신제품 출시를 코앞에 둔 삼성전자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LG전자의 결정이 국내시장뿐 아니라 세계 모바일 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측 제재로 중국 화웨이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LG폰의 빈자리를 두고 중요한 스마트폰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LG전자 스마트폰이 미국에서만큼은 1000만 대가 팔려 점유율이 10% 이상이었다. 이번에 철수하면서 그 1000만 대 수요를 애플이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며 “LG전자 처지에서는 LG이노텍이나 LG디스플레이, LG화학의 아이폰 부품 공급을 강화하고 애플과의 전략적 협업을 이어가는 게 실적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동맹 상대가 꼭 애플이어야만 하는지 아쉽다”는 시각도 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한국에서 점유율 20%에 만족하던 애플이 국내시장의 혼전을 틈타 애플스토어 수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로선 더는 국내에서 LG전자와 통신사를 바탕으로 한 출혈경쟁은 안 해도 되지만 애플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고 평가했다.

    한눈에 보는 LG폰 역사

    LG폰 황금기를 이끈 피처폰 ‘초콜릿폰’. [동아DB]

    LG폰 황금기를 이끈 피처폰 ‘초콜릿폰’. [동아DB]

    1995년 LG정보통신에서 ‘화통’ 출시
    1997년 ‘싸이언’ 상표 첫 등장
    2000년 LG정보통신과 LG전자 합병
    2004년 300만 화소 디카폰 ‘김태희폰’ 인기
    2005년 블랙라벨 첫 모델 ‘초콜릿폰’, 2007년 1000만 대 판매 돌파
    2007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함께 기획한 ‘프라다폰’ 출시
    2010년 첫 스마트폰 ‘옵티머스’ 출시
    2012년 일체형 배터리 장착한 ‘옵티머스G’ 출시
    2014년 ‘G3’ 성공, 누적 판매량 1000만 대 기록
    2015년 G시리즈 부진에 내놓은 ‘V10’ 무한부팅 논란
    2020년 ‘벨벳’과 ‘윙’ 출시에도 5년간 누적 영업적자 5조 원대 기록
    2021년 4월 모바일사업 종료 발표, 7월 31일 사업 종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