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0

2021.07.30

‘KF-21 라이벌’ 러시아 Su-75, 파란 일으킬 듯

UAE 오일머니로 개발… 美 F-35 대체재 지향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1-08-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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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0일 모스크바 항공우주박람회(MAKS 2021)에서 공개된 러시아 신형 전투기 Su-75 ‘체크메이트’. [AP=뉴시스]

    7월 20일 모스크바 항공우주박람회(MAKS 2021)에서 공개된 러시아 신형 전투기 Su-75 ‘체크메이트’. [AP=뉴시스]

    7월 20일 모스크바 항공우주박람회(MAKS 2021)에서 전격 공개된 러시아 신형 스텔스 전투기 Su(수호이)-75 ‘체크메이트(Checkmate)’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가 직접 나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체크메이트는 각국 군·방위산업계 관계자로부터 ‘러시아판 F-35’(미국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연말 트루트네프 부총리의 집무실 한편에 놓인 전투기 모형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러시아가 비밀리에 개발 중이던 체크메이트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정보 당국은 ‘스크리머(Screamer)’라고 별명 붙인 해당 전투기 모델의 개발 현황을 추적, 올해 초 수호이(러시아 전투기 개발업체)가 주도해 개발하는 단발 엔진 스텔스 전투기라고 판단했다.

    러시아 국영방위산업체 로스테흐(Rostec)의 세르게이 체메조프 사장이 한 브리핑에 따르면 체크메이트는 2026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대당 가격은 약 3000만 달러(346억 원)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향후 최소 300대 이상을 수출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한다. 그 나름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체크메이트 초기 양산형은 러시아의 현용 전투기 엔진 중 가장 성능이 좋은 AL-41을 탑재할 계획이다. 미국 F-22 전투기에 탑재하는 F119-PW-100 엔진(156킬로뉴턴(kN))보다 강력한 176kN급 추력을 발휘한다. 러시아는 개발이 거의 완료된 차세대 엔진 이즈델리예 30(Izdeliye 30) 탑재도 검토하고 있다. 강력한 ‘심장’ 덕에 20t급 체크메이트는 상당한 기동성과 폭장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도 나선 홍보전

    체크메이트의 ‘눈’은 Su-57 전투기에 탑재된 N036 NIIP 파생형 레이더다. Su-57에 탑재된 원래 모델은 탐지거리 최대 400㎞로 30개 표적을 동시 추적해 그중 8개 이상을 공격할 수 있다. 체크메이트의 경우 여기에 전자광학추적장치(EOTS), 적외선탐색추적장치(IRST) 등 패시브 센서도 탑재한다. 제작사 측은 인공지능 기술로 각 센서가 탐지한 정보를 종합해 조종사에게 제공하는 ‘센서융합’ 능력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무장 능력도 상당히 강력하다. 미국 F-35는 스텔스 모드를 포기하고 폭장량을 늘릴 경우 최대 8t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러시아는 체크메이트의 무장 탑재량을 최대 8.1t으로 설계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내부 무장창이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체크메이트 동체 하단 내부 무장창에 중거리공대공미사일 최대 5발을 탑재할 수 있다. 블록-4 개량 전 F-35 내부 무장창에 중거리공대공미사일 4발(개량 후 6발)만 탑재 가능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체크메이트는 미국 F-35의 3분의 1 가격에 고성능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를 표방한다. 물론 원가 절감 때문에 완전한 스텔스 능력 발휘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남아 있다. 그럼에도 한국 KF-21과 비슷하거나 다소 우수한 레이더 반사 면적(RCS) 저감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스펙을 종합하면 러시아가 체크메이트를 통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F-35에 준하는 성능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크게 낮은 ‘러시아판 F-35’로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F-35 성능은 대단히 뛰어나지만 미국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수출이 까다롭다. 러시아는 F-35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나라를 겨냥해 비교적 싼값의 대체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체크메이트는 수출시장을 겨냥해 개발됐다. 놀랍게도 러시아 정부의 이렇다 할 예산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체크메이트를 생산한 수호이와 미그·일류신 같은 메이커를 산하에 둔 러시아 통합항공기제작사(UAC)는 엄청난 적자를 안고 있다. UAC의 채무는 5300억 루블(약 8조3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여러 항공기 메이커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부채 덩어리 미그사를 끌어들인 것이 주된 원인. 경영난에 빠진 UAC가 신형 전투기 개발을 무사히 진행한 것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오일머니 덕이었다.

    러시아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국제 방위산업 시장에서 한국산 KF-21 ‘보라매’(사진)의 호적수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러시아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국제 방위산업 시장에서 한국산 KF-21 ‘보라매’(사진)의 호적수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UAE의 이란 압박

    UAE가 최소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개발 예산을 러시아에 제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UAE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과 함께 반(反)이란 군사협력체를 결성했다. UAE와 이란은 페르시아만 인근 섬들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같은 이슬람 국가지만 종파(UAE 수니파, 이란 시아파)가 서로 다른 점도 갈등 원인이다. 지난해 여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는 UAE에 F-35 50대 판매를 추진했다. 이에 민주당은 상원에 F-35 UAE 수출 반대 결의안을 제출했다. UAE가 F-35를 보유할 경우 이란을 자극해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UAE의 F-35 구입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UAE는 러시아산 체크메이트라는 ‘보험’에 가입하면서 미국의 간섭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체크메이트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UAE는 F-35 없이도 이란을 상대로 강력한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의 몽니에 반발한 UAE의 오일머니 덕에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킬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한국산 KF-21 ‘보라매’의 강력한 적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체크메이트의 개발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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