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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쥴리’ 네거티브戰… MZ세대가 비웃는다

[이종훈의 政說] 잘사는 나라 됐는데도 정치만 ‘후져’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 · 정치학 박사

‘김부선’ ‘쥴리’ 네거티브戰… MZ세대가 비웃는다

배우 김부선 씨(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 [뉴스1, 동아DB]

배우 김부선 씨(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 [뉴스1, 동아DB]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여야 불문하고 네거티브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타 진영 대선주자를 향해서도, 자 진영 대선주자를 향해서도 거침이 없다. 공격은 여야 1위를 달리는 대선주자들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윤석열 X파일’과 파일 내용 중 일부인 ‘쥴리’, 최근 끝난 ‘장모 재판’ 건으로 수세에 몰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배우 스캔들’과 ‘전과 전력’, 최근 불거진 ‘성남FC 관련 의혹’ 수사로 공격받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7월 5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예비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이 지사를 향해 “윤 전 총장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 이 후보에 대한 검증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이른바 스캔들 해명 요구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고 답했다.

후발주자 초조함 이해하지만…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다음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성추행 전문당이라는 저잣거리의 비아냥거림이 무색할 만큼 민망한 일이고, 저급한 막장 토론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를 상대로 네거티브전을 펼쳤고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싸잡아 네거티브전을 걸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윤 전 총장 관련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 중”이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쥴리’ 의혹에 대해 들었다”고 말하며 ‘윤석열 X파일’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까지 가세해 잔불을 산불로 만들려 애쓰는 형국이다. 네거티브전이 여야 협공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왜 이렇게 네거티브전에 열중할까. 후발 주자의 초조함 때문이다. 노력해도 지지율이 안 오르니 네거티브전이라도 벌여 대세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속셈이다. 저들의 딱한 처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선거와 정치가 혼탁해지는 문제는 가벼이 볼 수 없다. 정치는 한국에서 가장 후진 분야로 꼽힌다. 더 나아지려 노력해도 부족할 판에 퇴보가 웬 말인가.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7월 2일 한국을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자랑스러워야 할 순간이지만 대선판을 보며 한숨만 내쉬는 국민이 많다.

네거티브전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는 이준석 대표를 향해 ‘유승민계’ 프레임을 걸었다. 연장선상에서 ‘윤석열 입당 장애론’까지 펼치기도 했다. 나 후보는 6월 8일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후보의 경솔함이 윤석열 총장의 입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이준석 리스크’는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맹렬한 네거티브전에도 이 대표가 당선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적어도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에게는 네거티브전이 더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이 너무 강해 그렇다고 평가한다.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30대 0선’ 당대표의 탄생을 단순히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치 문화와 지형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이는 최근 각 정당이 환심을 사려 애쓰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게서 더 강렬하게 나타난다.

한국은 압축 성장을 하며 단기간에 선진국이 된 나라다. 경제도, 정치도 빠른 속도로 선진화 과정을 거쳤다. 다만 두 분야는 성장 속도에서 차이가 있다. 앞으로 과제는 둘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이 문제에서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앞서가기 시작한 것은 다소 역설적이다. 대체 무엇이 진보 정당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성공 신화에 빠진 ‘진보꼰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 네거티브전으로 재미를 본 추억에 사로잡혀 있다.

선진국이 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추격과 모방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계와 과학계에서는 탈추격과 초격차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정치권에서도 이제 탈추격과 초격차를 이뤄야 한다. 타국이 추격하고 모방하고 싶은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는 미국, 영국과 다른 방식일 것이다.

네거티브 즐기는 ‘꼰대’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 체제를 ‘한국적 민주주의’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적이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을 추격하고 모방하려는 국민 욕구를 억제하고자 만든 억지 논리다. 결국 권위주의 통치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 모델을 만들자고 하면 당시의 ‘한국적 민주주의’를 연상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다소 위험 요소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전통 선진국과 다른 방향이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 체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과 적잖은 차이가 있다. 같은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지만 간선제인 미국과 달리 직선제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을 통해 끝내 획득한 국민적 성과다. 선진국이 대부분 채택한 내각제적 요소를 일부 차용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개헌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87년 헌정체제’를 대신할 새 헌정체제는 전통 선진국과 비교해 더 민주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촛불혁명 이후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진보꼰대 정치를 극복한다면 한국은 한층 더 민주화할 테고, 정치계에서도 탈추격과 초격차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 단초는 네거티브전이라는 중독성 강한 마약을 끊는 일이어야 한다.





주간동아 1297호 (p10~11)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 ·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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