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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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추미애 vs 이낙연-정세균 복식이 시작됐다

“난타전은 추미애가 한다, 이재명은 정공법으로!”

  • 김수민 시사평론가

    입력2021-07-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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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방송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합동 TV토론회에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화를 나눈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스1]

    7월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방송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합동 TV토론회에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화를 나눈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 윤석열’ 양강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각 여권과 범야권에서 중도 확장성이 가장 높은 주자라면, 추 전 장관과 홍 의원은 강성 지지층에 기반을 둔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처지에선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 자신을 뒤쫓는 경쟁주자는 강성 지지층에 일단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추 전 장관과 홍 의원에 가로막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여권과 범야권에서 각각 2위 주자로 떠오른다면 다른 주자들이 탈락하면서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굳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낙연이 조국을 쳤다”

    관건은 ‘추미애 효과’와 ‘홍준표 효과’가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나아가 여권과 범야권에게 끼칠 영향이다. ‘감초 조연’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곧잘 흥행 요인이 되지만, 주인공 비중을 잡아먹고 작품의 균형을 파괴하기도 한다. 시청자 여론 때문에 드라마에서 주연과 조연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조연이 주인공과 같은 편이라면 상호보완이 되는지, 주인공과 대척점에 선 악역이라면 설득력이 있는지도 주요 변수다.

    이 지사와 추 전 장관의 관계는 묘하다. 여전히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가장 큰 시험대인 ‘조국 사태’와 관련해 이 지사는 검찰 수사를 비난하면서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했다. 민주당 후보 국민면접관에 ‘조국 반대 진영’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포함됐다 취소되자 ”대승적으로 대범하게 받아 안는 게 좋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김 대표의 국민면접관 임명 시도를 나란히 비판했다. 강성 지지층을 여전히 신경 쓴다. 강성 친문(친문재인)층 일각에서 “이낙연이 조국을 쳤다”며 이 전 대표를 공격하던 차였다. 반면 이 지사는 강성 지지층의 ‘양념질’에 당하지 않고 무풍지대를 통과하고 있다. 추 전 장관도 심상치 않다. 그간 해온 강성 지지층 대변을 계속할 뿐, 이를 이 전 지사 공격으로 연결하지 않는다. ‘반이재명 연대’에도 비판적이다. ‘경선 연기 불가’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선 이 지사와 같은 편에 선다. 굳이 나누면 ‘이낙연-정세균’ 대 ‘이재명-추미애’ 복식조 대결이다.

    2019년 한일 수출규제 갈등 당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렇게 외쳤다. “개싸움은 국민이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이는 무슨 의미일까. 무엇이든 문재인 정부가 하면 그것이 ‘정공법’이고, 지지층이 개싸움을 해도 종국에는 정부 방식을 따르겠다는 뜻이다. 이번 대선 전략은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개싸움은 추미애가 한다! 이재명은 정공법으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사건 피해자에 대한 연대’를 말했지만, 당내 및 범여권 경쟁자인 우상호 의원,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박영선-우상호(김진애)=이재명-추미애’라는 도식이 나온다. 한쪽은 확장을 위해 자기편도 손절하고, 다른 쪽은 강성 지지층을 대변하며 본선 전 살풀이를 하는 전략이 대선에서 되풀이되는 셈이다.



    전략이 성공하려면 이 지사와 추 전 장관 간 공방이 치열해야 한다. 그래야 ‘이 지사가 강성 친문을 물리치고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었다’는 서사가 피어난다. 현재 두 주자는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수준이다. 물론 싸움이 일어나면 위험도 있다. 추 전 장관의 거침없는 페이스가 민주당의 수준을 상징하는 것으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이 지사가 이를 이겨내지 못한 채 휘말리면 본선에서 막대한 지장이 따른다. 이 경우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9월에 끝난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전쟁전야, 윤석열 vs 홍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동아DB]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동아DB]

    윤석열-홍준표의 관계는 전쟁전야 같다. ‘윤석열 X파일’이 불거지자마자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홍준표 의원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윤석열 대 홍준표’라는 구도를 염두한 발언이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비협조적이라는 사실은 둘을 아는 모든 국민이 예측하던 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통 보수층 대다수가 ‘윤석열 지지’로 정리된 듯 보이는 것은 그간 전통 보수층에서 내세울 주자가 마땅치 않아서였다. 윤석열이라는 트럭이 국민의힘이라는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입구(중도 보수층)에 차를 대려는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곤경을 겪지만, 안쪽(전통 보수층) 깊숙이 주차한 홍 의원은 타격이 적다. 홍 의원은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초식(招式)을 마음껏 구사할 것이다. 추 전 장관이 민주당에서 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홍 의원의 페이스는 윤 전 총장의 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통 보수층의 윤 전 총장 지지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이 지사 지지에 비해 설익고 무르다. 홍 의원의 대선주자 및 당대표 경력도 간과할 수 없다. 주연과 조연이 교체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그렇다고 윤 전 총장이 보수층을 목표로 ‘선명성 경쟁’에 몰입해서도 곤란하다. ‘홍준표와 그다지 구별되지 않는 윤석열’이 될수록 중도층의 지지와 본선 경쟁력은 떨어진다. 중도층 지지 하락은 본선 패배를 의미한다.

    홍 의원이 경쟁 막바지에 뜻밖의 중도 확장 카드를 내세워 윤 전 총장에게 일격을 가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도전에 맞서 지지층을 방어하면서도 이를 역이용해 중도 확장 전략을 꾀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는 것이다.

    추미애와 홍준표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주자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결승에 오를 가능성은 더더욱 떨어진다. 이 중 한 명이 결승에 오르면 반대편은 필승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결승 진출자에게는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다. 결승 진출자들이 각각 이전 승부에서 어떻게 단련됐는지, 얼마만큼 부상과 전력 손실을 입었는지가 우승과 준우승을 가리는 법이다. 결승에는 결승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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