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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디지코 KT’ 질주 와중에 집안싸움 ‘시끌’

현대미디어 인수 두고 자회사와 ‘갈등’… 대선 후 정치적 외풍도 변수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구현모 ‘디지코 KT’ 질주 와중에 집안싸움 ‘시끌’

구현모 KT 대표가 3월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구현모 KT 대표가 3월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KT가 ‘디지코’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디지코는 구현모 대표가 지난해부터 내세운 KT의 캐치프레이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을 뜻한다. 본업인 유무선 통신업을 넘어 인공지능(AI), 미디어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최근에는 글로벌 클라우드 1위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디지코 실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월 250억 원을 들여 설립한 미디어 사업 컨트롤타워 ‘KT 스튜디오지니’(스튜디오지니)도 디지코 작업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KT는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최근 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콘텐츠 강화 의지가 자칫 계열사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T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스카이라이프)와 갈등 때문이다.

‘디지코 KT’ 앞세운 광폭 행보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 [사진 제공 · KT스카이라이프]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 [사진 제공 · KT스카이라이프]

5월 말 스카이라이프 우리사주조합과 노동조합은 KT가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추진하려 하는 ‘현대미디어 인수’와 관련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당초 스카이라이프는 KT보다 앞서 종합유선방송 사업자 현대HCN과 그 자회사인 현대미디어를 동시에 인수하고, 이후 스카이라이프 자회사 스카이TV와 현대미디어를 합병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김철수 스카이라이프 대표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당시 김 대표는 “현대HCN과 현대미디어 인수가 스카이라이프의 독자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때도 김 대표는 현대HCN 인수를 거듭 약속했다. 주총에서 그는 “지난해에는 위성방송 단일 사업자에서 명실상부한 TPS(방송+초고속인터넷+전화 서비스) 사업자로 거듭났고, 올해는 현대HCN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KT가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현대미디어를 인수해 손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집안 갈등이 시작됐다. KT가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 구조를 강화하는 데 현대미디어와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사)가 유용하다고 판단해서다. 5월 말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를 방문해 현대미디어 인수 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T는 6월 안에 과기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현대HCN 변경 승인, 현대미디어 변경 신고를 접수할 예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카이라이프 노조는 “합리적 사유 없이 (모회사) KT에 의해 일방적으로 (스카이라이프) 지배구조가 변경될 경우 김철수 대표와 현 경영진 모두에게 주주가치 훼손에 따른 배임 행위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부당한 경영 간섭을 일삼는 KT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구 대표와 김 대표의 개인적 친분에서 비롯됐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두 사람 모두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와 KAIST 경영과학 석사 출신이다. 지난해 강국현 전 스카이라이프 대표가 KT로 옮기면서 그 자리를 김 대표가 꿰찼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학연에 따른 정실인사’라는 뒷말이 나왔다. 이번에 김 대표가 KT에 현대미디어를 내준다면 이를 두고도 “김 대표가 구 대표를 위해 알아서 실책했다”는 눈총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코 KT’라는 비전이 KT 전체를 위해 옳은 방향이 맞긴 하나, 계열사 정책을 쥐락펴락하면서까지 강압적으로 추진한다면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내년 임기 3년 차를 맞는 구 대표가 연임을 위해 확실하게 내밀 수 있는 카드가 ‘기업가치 제고’인 만큼 디지코 KT를 내세운 광폭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新사업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 관건

4월 취임 2년 차를 맞은 구 대표는 탈(脫)통신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콘텐츠 중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3월에는 기자간담회와 투자자 포럼을 차례로 열어 콘텐츠 제작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실시간 채널 스카이TV와 올레TV(인터넷TV·IPTV), 스카이라이프 등 그룹 미디어 플랫폼에서 유통해 수익을 낸 뒤 다시 콘텐츠에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3년 말까지 최소 4000억 원 이상 투입해 지식재산권(IP) 1000개, 드라마 100편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증권가는 KT의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장악력이 커지면서 한국 통신사들이 자칫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KT의 적극적인 변화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KT는 2019년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모여 만든 ‘웨이브’(OTT 연합플랫폼)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스튜디오지니 설립이 불가피했다.

구 대표의 이 같은 구상에 우려를 표하는 이도 적잖다. KT가 신사업을 꾸준히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동안 KT는 수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의 사업을 모두 지워버리곤 했다. 콘텐츠 사업은 지속성을 가지고 꾸준히 진행돼야 하는 분야라 안정적인 리더가 필요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경영진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미디어 인수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특정인의 일방적 주장일 뿐, 아직 어떤 것도 명확하게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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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93호 (p18~19)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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