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2

2021.06.04

“尹, 국민의힘 당대표는…” 속내 내비쳤다

[이종훈의 政說] “밥만 먹고 헤어질 수 없다”던 尹, 의원들 만나며 메시지 던져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6-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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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윤며들다’라는 말이 대유행이다. 너도나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스며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을 만나려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당대표 후보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자신이 대표가 되면 윤 전 총장을 ‘모셔오겠다’고 선언한다. 나경원 후보는 대선 경선 연기론까지 들고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윤 전 총장의 접촉 빈도도 늘었다. 윤 전 총장은 5월 26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정진석 의원을 만났다. 한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고려했던 정 의원은 윤 전 총장 영입에 누구보다 열성적인 인물이다. 5월 29일에는 외가가 있는 강원 강릉에서 이곳이 지역구인 권성동 의원과 만나 식사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이 학창 시절 외가를 방문하면 함께 놀았던 친구로 알려졌다. 윤희숙 의원도 만났다. 윤 전 총장이 먼저 만나길 청했다고 한다.

    尹, 입장 정리 끝났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석은 분분하다. 첫째, 당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다. 국민의힘에 합류하거나 협력할 만한 명분을 잘 만들 사람을 당대표로 선택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보 수집이다. 입당하든, 제3지대에 머물든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핵심 협상 대상이다. 당내 역학관계 파악이 필요하다. 셋째, 최소한의 교두보 마련이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조직 기반이 없다. 입당할 경우 당내 경선에서 불리하다. 자신을 적극 지지해주면서 분위기를 주도할 의원이 필요하다.

    당대표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사실이 열쇠다. 윤 전 총장은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월 2일 부친과 함께 투표에 참여한 바 있다. 지지층을 향해 적극적으로 투표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이들을 만났을 개연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은 4월 13일 JTBC와 통화에서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내가 정치권 인사와 만나게 되면 밥만 먹고 헤어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기 시작했다면 ‘정리’가 끝났다는 의미다. 그들과 단순히 ‘밥’만 먹으려고 만난 것이 아니다. 윤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



    ‘7월 입당설’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6월 1일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 측근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입당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에는 국민의힘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즉시 언론을 통해 “윤 전 총장이 ‘입당 여부와 시기는 정해진 것이 없고 많은 의견을 들으며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입당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은 셈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5월 29일 강원 강릉시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만찬 회동을 가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 권성동 의원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5월 29일 강원 강릉시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만찬 회동을 가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 권성동 의원실]

    국민의힘 의원 만남에 숨겨진 코드

    연이은 회동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내가 국민의힘에 입당할지도 모른다. 나를 지지하는 이들, 특히 국민의힘 당원 여러분은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줄 인물을 당대표로 선출해달라.’ 윤 전 총장 처지에서 계파 소속 대선주자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당대표는 적잖게 부담스럽다.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 차기 당대표가 되는 상황을 선호할 것이다. 국민의힘 밖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진행해도 자신을 본선에 올려줄 인물이라면 더욱 좋다.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과 당내 경선룰에 관심이 클 것이다. 내년 대선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처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의힘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100% 반영하는 방식 말이다. 윤 전 총장은 이 같은 경선룰을 관철할 당대표를 선호할 공산이 크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각 분야 전문가와 접촉을 이어왔다. 5월 11일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나 청년실업 및 양극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엿새 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기도 했다. 5월 27일에는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와 만찬을 가지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및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남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본인의 단점인 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를 보강하는 동시에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5선 정진석 의원은 충청도 출신이면서 외교·안보 전문가다. 4선 권성동 의원은 강원도 출신의 법률 전문가다. 초선 윤희숙 의원은 서울 출신이면서 경제 전문가다. 선수와 지역, 그리고 전문성이 제각각이다. 의도적으로 선별했다고 봐야 한다.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대통령이 된다 해도 정당 기반은 국민의힘일 수밖에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당내 조직 기반을 만들어둬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 접촉은 정해진 수순이다.

    윤 전 총장의 행보는 의도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성공할 경우 정치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검사 출신이라 정치력이 있겠느냐”는 그를 향한 의구심 역시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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