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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만드는 산업 몸담았으면 알아서 치워야죠”

[제로웨이스트] 이윤 적은 리필 팩 쓰라는 화장품 회사 대표 김영균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쓰레기 만드는 산업 몸담았으면 알아서 치워야죠”



MZ세대에게 비건 뷰티, 클린 뷰티 브랜드로 잘 알려진 아로마티카의 김영균 대표와 인터뷰를 하던 5월 3일 오후, 한창 그의 대답을 듣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지금 화장품 회사 대표와 인터뷰 중인 건가, 아니면 환경단체 대표와 인터뷰 중인 건가.’ 인터뷰 내내 김 대표는 신제품 홍보보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더 많이 했다.

상대적으로 이윤이 적은 리필 제품을 종류별로 내고, 적극적으로 리필 제품을 홍보하고, 제품을 덜어 쓸 수 있는 견고한 공용기를 만들어 팔고, 분리수거가 잘 안 되는 펌프 대신 단일 소재 캡으로 마개를 교체하고, 제품을 리필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만들고, 100% 재활용한 용기로 전 제품 용기를 교체하고…. 소비자 눈에는 예뻐도 경쟁사 눈에는 썩 예뻐 보이지 않을 일이다. 아로마티카 측에서 “우리는 지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 하면 소비자도 “어, 쟤네는 하는데 왜 너희는 안 해?” 할 게 뻔하기 때문.

100% 재활용 용기에 담긴 화장품과 리필 팩을 판매하는 아로마티카. [홍태식]

100% 재활용 용기에 담긴 화장품과 리필 팩을 판매하는 아로마티카. [홍태식]

천연향료 매력 빠져 사업 시작

무역학을 전공한 김 대표의 첫 직장은 화장품업체가 아닌 KDB산업은행이었다. 이후 호주에서 아로마 세러피를 접하고 원료를 수입해 사업을 하다 본격적으로 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에센셜 오일 등 화장품 원료를 국내 업체에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을 했고, 이후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거쳐 2004년 아로마티카를 세웠다. 아로마티카의 2020년 매출은 186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지금은 해외 35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해외 매출이 전체의 약 25%을 차지한다. 그는 “창업 당시에는 아로마 세러피 시장 자체가 국내에 없었다”고 했다.

첫 직장은 관련 업계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뷰티 사업을 시작했나.

“호주에서 아로마 세러피를 공부하고 자격증을 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천연향에 관심이 갔다. 아로마 세러피를 접하면서 우리가 쓰는 수많은 화장품에서 나는 매력적인 향이 대부분 합성향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도 천연, 유기농을 강조해 팔리는 많은 뷰티 제품에 합성향이 들어간다. 제대로 된 아로마 세러피를 대중에게 알리고 천연향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지금의 아로마티카를 있게 한 향은 단연 ‘로즈메리’가 아닐까.

“맞다. 이번에 연 제로 스테이션 화단에도 로즈메리와 라벤더를 심었다. 일단 로즈메리 향은 호불호가 적고, 자극적이거나 느끼한 향이 아니라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로즈메리 라인은 부침 없이 잘 팔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피부가 얇고 약한 편이라 학창 시절에는 리치한 보디로션을 얼굴에 발라야 건조함이 가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보습에 관심이 많은데, 로즈메리 라인 중에서도 에센스를 즐겨 쓴다.”

아로마티카가 가진 ‘최초’의 기록들을 알려달라.

“미국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인증을 최초로 받아 국내에 소개했다.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33여 개 제품이 EWG VERIFIED™ 인증을 받았다. 화장품을 용기에 다시 채워 살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도 처음 시작했다. 아, 전체 라인의 화장품 용기를 100% 재활용 플라스틱 재질로 바꾸고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은 것도 최초다.”

100% 재활용 화장품 용기 사용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 [홍태식]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 [홍태식]

아로마티카 홈페이지 슬로건은 ‘피부도 살리고, 지구도 구하자’다. 지난 한 해 동안 폐플라스틱과 폐유리를 재활용해 만든 PCR 페트(PET) 제품과 리필 팩 제품을 출시해 150만 개가량 팔았다. 최근에는 자사 전 제품의 용기를 100% 재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전체 라인을 재활용이 쉬운 투명 페트 용기로 교체했고, 수분리 라벨(물에 잘 녹아 쉽게 분리되는 접착제를 사용한 라벨)을 적용한 제품도 내놨다. 아로마티카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패키지와 포장재를 사용해 지난 한 해 동안 약 70.3t의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제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면 단출한 패키지에 담겨 온다. 파손을 막기 위한 충전재와 박스 테이프도 종이 재질이다. 김 대표는 “전 제품 용기를 바꾸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미쳤으니까 그냥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제품력만으로도 충분히 잘 팔릴 텐데, 쓰레기까지 신경 쓰는 이유는 뭔가.

“그게 옳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로즈메리 스칼프 샴푸가 유색 페트에 담겨 있었다. 이후 용기를 투명 페트로 바꿨다. 라벨도 분리해 버리기 편한 수분리 라벨로 바꿨다. 이 결정을 하면서 1억 원어치 넘는 용기를 버려야 했다.

흔히들 화장품 용기는 PET G(글리콜 변성 PET수지)라서 재활용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여기 있는 생수병이나 화장품 용기나 똑같은 페트다. 하지만 선입견 때문에 재활용업체가 쓰레기를 수거해 가도 화장품 용기는 소각해 연료로 써버린다. 그래서 얼른 투명 페트 용기를 세상에 선보여 재활용이 잘 되는 환경을 조성하자고 생각했다.”

원료 선별과 수입, 연구, 제조, 물류까지 직접 관리한다며 진정성을 강조해왔다. 친환경에 대한 ‘진정성’은 어떤가.

“업계에서 4R나 5R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화장품산업이 식품산업보다 쓰레기는 적게 나온다 해도, 쓰레기를 양산하는 산업인 건 분명하다. 공병을 회수하는 것도 가정에서 분리배출하면 자원 선순환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쓰레기통’ 크기를 키우자는 의미였다. 많은 화장품 기업이 공병을 회수하지만 재활용업체에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우리처럼 수거한 공병을 재사용해 다시 용기로 만드는 곳은 잘 없다. 진정성이 좀 느껴지나(웃음).”

환경을 생각한다면 화장품을 살 때 뭘 체크해야 할까.

“전성분 확인하기, 제품 분리배출 표시 확인하기. 제품 라벨에 분리수거 방법과 QR코드를 넣었다. 스캔하면 상세 페이지를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한 뷰티업체가 자사 제품 용기에 재활용 등급을 표시하고 있다. 그게 비록 ‘재활용 어려움’ 등급이라 해도 시작했다는 게 중요하다.

화장품을 살 때 쓰레기가 걱정된다면 단일 소재로 된 용기를 썼는지 체크하면 좋겠다. 우리는 클렌징 패드 같은 제품을 낼 계획이 없다. 마스크 팩도 수없이 고민하다 단종시켰다. 제품에 넣는 화장솜이 마치 버려지는 옷처럼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된다고 봤다.

Z세대 소비자는 제품이 피부에 좋아도 이 제품을 썼을 때 환경이 파괴되거나 지구가 망가진다는 생각이 들면 사용하기를 주저하더라. 용기를 단일 소재로 바꾸면 안 되느냐, 펌프와 스프레이를 안 쓰면 안 되느냐고 생산자에게 먼저 요구한다. 그게 요즘 소비자다.”

쓰레기 만들었으면 처리도 해야

과거와 오늘 인터뷰에서 화장품업계는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만큼 환경을 지키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장품업체가 용기를 회수했을 때 잘하면 펠릿 공장까지는 가도, 완전히 재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불량 플라스틱이 들어가면 (제품 병 중 하나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용기가 올록볼록하게 나온다. 소비자에게 고려해달라 양해를 구하고 팔고 있다. PCR(Post Consumer Recycled)와 PIR(Post Industrial Recycled) 소재를 재사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규모 있는 회사들이 먼저 재활용 용기, 투명 페트 용기를 써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안 된다’는 선입견을 깨주면 좋겠다.”

얼마 전 뷰티업계에서 페이퍼 보틀에 담은 화장품을 두고 그린 워싱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지금같이 수준 높은 에코 워리어(소비자)에게 발각될 줄 몰랐을지도(웃음). 업계에서 말하는 페이퍼 보틀은 플라스틱 레이어 위에 종이를 싼 용기다. 외관이 종이여도 안에 플라스틱 필름이 붙어 있다. 아직은 종이만 가지고 완벽하게 화장품을 담을 수 없다. 문제는 종이류로 분리수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층 얇은 플라스틱 용기를 쓰기로 했다면 종이로 감싸지 않아도 내용물은 충분히 보호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안 예뻐서다. 우리도 여러 용기 재질을 두고 토론을 벌였고, 종이 튜브를 고민하다 재활용이 어려워 포기했다. 그런 제품을 팔려고 분리배출 방법을 명확히 적시한다면 교육적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OTHER’라 하지 않고 종이라고 우긴다면 그게 진짜 그린 워싱 아닐까.”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고체형 클렌저를 내놨는데 소비자 요청 때문이었다고. 다른 신제품 출시 계획은?

“고체형 클렌저, 일명 비누는 아로마티카 창립 초기 출시한 제품인데 당시에는 잘 팔리지 않았다. 이번에 출시한 건 어떻게 보면 ‘복각’이다. 지지난해부터 비누 열풍이 불면서 고체형 클렌저 출시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반기에는 버섯 라인 제품군이 나온다.”

‘완전한 순환과 재활용을 통해 지구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을 최종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로마티카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0)에 나오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중간 중간 수차례 일어나 플라스틱 쓰레기를 들어 보이며 업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역설했다. 그는 “화장품 용기뿐 아니라 테이크아웃 컵과 배달용기도 모두 PP(폴리프로필렌)나 페트 같은 단일 소재로 바꿔야 한다. 법적 측면이 보완돼 전 업계가 단일 소재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충성 고객에게는 “용기를 재사용하고, 리필을 최대한 써달라”고 당부했다.

오늘 용기 내기 딱 좋은 곳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 [홍태식]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 [홍태식]

아로마티카가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연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은 지속가능한 환경과 뷰티를 지향하는 아로마티카의 브랜드 철학을 만나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하는 알맹상점과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했던 아로마티카는 앞서 서울 가로수길 본사 2층에 브랜드 체험관인 ‘하우스 오브 아로마티카’를 운영해왔다. 이번에 더 많은 이가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기존 브랜드 체험관에 티 카페, 아로마 세러피 존, 플라스틱 방앗간 등의 공간을 추가한 게 ‘아로마티카 제로 스테이션’이다.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티 카페’에서는 로즈메리 민트 녹차 티와 라벤더 우롱차 같은 허브 믹스 시그니처 티, 콤부차 등 다양한 티 음료를 판다. 테이크아웃 컵과 빨대는 제공되지 않으니 사서 나갈 예정이라면 텀블러를 꼭 챙기자.

아로마티카의 리필 제품(왼쪽). 리필 스테이션에서 다양한 제품을 덜어 살 수 있다. [홍태식]

아로마티카의 리필 제품(왼쪽). 리필 스테이션에서 다양한 제품을 덜어 살 수 있다. [홍태식]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제품 존을 따라 쭉 들어가면 대표 공간인 ‘리필 스테이션’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샴푸, 보디 워시, 클렌징 오일부터 주방 세제까지 아로마티카에서 파는 제품을 대부분 리필로 살 수 있다. 리필 전용 공병을 구매할 필요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플라스틱 생수병이나 음료병 등 어떤 용기라도 원하는 제품을 덜어갈 수 있으며, g 단위로 계산한다. 생수통 절반만큼만 제품을 살 수도 있다. 평소 제품이 궁금했다면 조금씩 사서 써보는 것도 좋겠다. 리필 스테이션 옆 ‘아로마 테라피 존’에서는 아로마티카의 제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며, 47가지 에센셜 오일도 시향해볼 수 있다.

매장 입구에 있는 재활용 수거함은 아로마티카의 ‘무한 플라스틱 사이클’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다. 유리, PP, PE, OTHER, 그리고 투명 PET와 유색 PET, 플라스틱 병뚜껑까지 세세하게 분류돼 있는데 방문객이 다 쓴 용기를 재활용 수거함에 분리배출하면, 이를 선별해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로 만들고 다시 제품으로 탄생시킬 계획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굿즈를 만드는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협업한 ‘플라스틱 방앗간 가로수길점’도 있다. 기존 재활용 시스템에서는 크기가 너무 작아 재활용이 어려웠던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오면 사출기를 활용해 이를 녹여 비누 받침대로 만들어준다.

시공 부자재부터 매장에 배치하는 가구까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버려진 폐기물로 가구를 만드는 다양한 환경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해 가구를 만들었다. 달걀판을 재활용한 의자부터 폐마스크를 녹여 만든 의자까지 허투루 놓인 가구가 없다. 스테인리스 빨대, 버려진 식품 봉지로 만든 컵 코스터, 다회용 밀랍 랩까지 다양한 제로 웨이스트 굿즈를 살 수 있다.

카페에서는 테이크아웃 컵이나 일회용 빨대, 비닐을 제공하지 않는다. [홍태식]

카페에서는 테이크아웃 컵이나 일회용 빨대, 비닐을 제공하지 않는다.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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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89호 (p36~39)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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