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8

2021.05.07

레트로 인기에 올라탄 소주병 두꺼비의 힘

하이트진로는 어떻게 판을 뒤집었나

  • 이재범 경제칼럼니스트

    ljb1202@naver.com

    입력2021-05-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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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술’ 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면서 올해 초 편의점에서는 일시적으로 하이트진로 주류 상품이 품귀 현상을 빚었다(왼쪽). 두꺼비 이미지가 들어간
신용카드가 등장할 정도로 진로는 두꺼비 캐릭터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하나카드]

    ‘홈술’ 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면서 올해 초 편의점에서는 일시적으로 하이트진로 주류 상품이 품귀 현상을 빚었다(왼쪽). 두꺼비 이미지가 들어간 신용카드가 등장할 정도로 진로는 두꺼비 캐릭터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하나카드]

    # 힘겨운 회사 업무를 끝내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던 중 소주 한잔이 간절히 당긴 직장인 김철수 씨. 이럴 때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지만, 일상을 바꿔놓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야속하기만 하다.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라면에 소주나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며 편의점에 들어섰다 깜짝 놀랐다. 즐겨 마시는 참이슬이 딱 한 병만 남은 게 아닌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스트레스가 더 쌓일 뻔했다.

    소설 같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질 뻔했다. 식당에서 사적인 모임이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연히 ‘혼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1월 CU는 각 편의점에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진로이즈백 물량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과거 하이트진로가 유흥용과 개인용 판매 비중을 55 대 45로 했다면 지금은 35 대 65로 개인 판매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다양한 협업 상품 인기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한 다양한 제품들. [사진 제공 · 이마트24]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한 다양한 제품들. [사진 제공 · 이마트24]

    한물갔다고 여겼던 ‘진로’ 소주도 진로이즈백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두꺼비로 대표되던 진로 소주는 2019년 레트로(복고풍) 유행과 함께 3D(3차원)로 만든 두꺼비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었고, 출시 7개월 만에 1억 병을 팔았다. 인기에 힘입어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두껍상회’는 줄을 서서 대기해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소주 브랜드 캐릭터인데도 아이들까지 좋아할 만큼 사랑받고 있다.

    여세를 몰아 다양한 굿즈도 팔고 있다. 여러 회사와 컬래버레이션한 상품도 완판됐다. ‘두꺼비감자칩’ ‘두껍면떡볶이’ ‘두꺼비헛개껌’ 등이 출시됐으며, 길을 걷다 보면 두꺼비 캐릭터가 그려진 후드 집업이나 반팔 티셔츠, 크로스백 등을 한 젊은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진로이즈백은 여느 소주 광고와 달리 오로지 두꺼비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 층을 공략했다. 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파고들어 실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또다시 소주 대란 올까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엄청난 주가 상승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갈수록 도로를 주행하는 테슬라도 눈에 많이 띈다. 비싼 테슬라 주식을 살 수 없고, 테슬라 차는 더더욱 구하기 힘든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테슬라’가 있으니 바로 술이다. 시중에서 그냥 달라고 하면 살 수 없다. 한국인의 독특한 음주 문화인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을 이제는 테슬라라고 부른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을 섞은 걸 테슬라라고 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적자였던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도 테라 덕분에 흑자로 돌아섰다. 여전히 업계 1위는 오비맥주지만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볍게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하이트진로는 프랑스, 칠레, 뉴질랜드 등 10여 개국으로부터 와인을 수입해 판매하는데, 전체 매출에서 비중은 크지 않아도 갈수록 매출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맥주와 소주 시장은 지난해 매출이 2019년보다 각각 9%, 4%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술 시장이 축소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하이트진로에는 남의 일이다. 매출은 2019년 2조350억 원에서 지난해 2조2563억 원으로 10.9%, 영업이익은 2019년 882억 원에서 지난해 1984억 원으로 124.9% 상승했다. 이 덕분에 2019년 적자였던 당기순이익은 2020년 866억 원이 됐다. 지난해 전반기보다 하반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실적이 다소 줄어들었는데도 이런 성과를 낸 것.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으니, 백신으로 집단면역이 서서히 생기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

    ‘보복소비’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서 많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그간 자제했던 모임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모임에서 맥주와 소주가 빠질 수 없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외식을 즐기며 왁자지껄 떠들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혼술의 영향으로 편의점에서 ‘소주 대란’을 겪었던 것처럼, 식당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들썩이는 물가에 맥주와 소주 가격이 소폭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 하이트진로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나쁘지 않다. 여기저기서 “소주 주세요” “맥주 주세요”가 아닌 “두꺼비 주세요”를 외치고, 곳곳에서 “캬~” 하며 ‘테슬라’를 원샷하고 활짝 웃을 즈음이면 주가도 덩달아 오르지 않을까. 당신은 어떻게 보는가.

    이재범은… 네이버 독서 분야 파워 블로거. 1000권 넘는 실용서적 독서를 바탕으로 초보자들에게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투자법을 ‘천천히 꾸준히’라는 모토 아래 전파하고 있다. 저서로 ‘주식의 완성 교양쌓기’ ‘서울 아파트 지도’ ‘부동산 경매시장의 마법사들’ ‘집 살래 월세 살래’ ‘부동산 경매 따라잡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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