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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매장에 갔다, 쇼핑 말고 작품 감상하러 [구기자의 #쿠스타그램]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품 전시한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루이비통 매장에 갔다, 쇼핑 말고 작품 감상하러 [구기자의 #쿠스타그램]

전시 외에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건물 자체도 볼거리다. [조영철 기자]

전시 외에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건물 자체도 볼거리다. [조영철 기자]

독일 추상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그의 대표작이 얼마 전 한국에 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삼성미술관 리움, 대림미술관 같은 곳이 아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가야 할 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Espace Louis Vuitton Seoul). 청담동 루이비통 매장(루이비통 메종 서울) 꼭대기 층이다.

올해로 89세,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1932년생 작가 리히터는 ‘찐팬’과 컬렉터가 많기로 유명하다. 가수 에릭 클랩튼이 소장했던 1994년 작 ‘추상화(Abstraktes Bild) 809-4’는 2012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3400만 달러(약 380억 원)에 팔렸다. 당시 작가의 최고가 기록이었다. 다음 해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1968년 작 추상적 풍경화 ‘대성당 광장, 밀라노’가 3700만 달러(약 414억 원)에 낙찰되며 당시 전 세계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2015년에는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온 1986년 작 ‘추상화(Abstraktes Bild) 599’가 4630만 달러(약 518억 원)에 거래되며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계속 갈아치워 나갔다. 2017년과 2018년 글로벌 아트마켓에서 연간 거래 총액 1위 작가로 이름을 올린 이가 바로 리히터다.


무료로 만나는 리히터 작품

국내에 들어온 독일 추상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이번에 전시된 리히터 작품은 2007년 작인 ‘4900가지 색채’ 9번째 버전이다. [조영철 기자]

국내에 들어온 독일 추상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이번에 전시된 리히터 작품은 2007년 작인 ‘4900가지 색채’ 9번째 버전이다. [조영철 기자]

그런 리히터의 대표작이라니, 평소 미술에 큰 조예가 없더라도 관심이 갈 만하다. 지금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건 2007년 작 ‘4900가지 색채’. 쇼펜하우어의 4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 녹색을 조합해 만든 대규모 작품이다. 정사각형 색깔판 4900개로 만든 작품으로 잘 모르고 보면 “거대한 모자이크인가” “매직아이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색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니, 어렵고도 신비한 미술의 세계다.

이 시리즈는 1966년 산업용 페인트 색상표를 대규모로 확대 재현한 색채판에서 영감을 얻었다. 리히터가 2007년 독일 쾰른 대성당의 남쪽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디자인 작업을 의뢰받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색채를 배열한 것이 작품으로도 이어졌다. 쾰른 대성당의 남쪽 스테인드글라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훼손됐는데, 리히터는 중세시대 창문에 쓰인 72가지 색채를 1만1500장 수공예 유리 조각으로 구성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돔펜스터(Domfenster)’를 제작했다. 사연을 알고 보면 ‘4900가지 색채’에서 돔펜스터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서울 전시장에는 436.5㎝ 규모의 대형 작품 2개, 좌우에 각각 242.5㎝, 145.5㎝ 크기의 작품이 걸려 있다. 이 작품은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 시리즈 중 9번째 버전인데,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이 주도한 루이비통재단(Fondation Louis Vuitton) 미술관의 컬렉션이다. 이 작품이 루이비통재단 소장품이 된 후 한국에서 전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장님들이 사랑한 작가

매장에서 QR코드를 인식하면 리히터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다. [조영철 기자]

매장에서 QR코드를 인식하면 리히터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다. [조영철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리히터의 대형 색채 추상화를 자택에 걸어놓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그가 수집한 작품 중에는 리히터의 ‘두 개의 촛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에 들어서자 2021 봄/여름 신상 가방과 스카프, 지갑, 옷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장 직원에게 “리히터 전시를 보러 왔다”고 하니 4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명품 매장이 대부분 그렇듯 매장 내 사진 촬영은 금지이지만 화려한 색채로 꾸며진 엘리베이터 안은 예외. 이 때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도슨트의 안내를 받고서야 비로소 ‘거장의 모자이크’ 내지는 ‘거장의 매직아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도슨트는 “이 작품의 경우 ‘색채의 마법사’로 불리는 리히터의 면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9.7㎝ 정사각형 색깔판 25개로 이뤄진 컬러 패널 196개를 11가지 형태로 구성할 수 있어 구성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 어떤 색에 집중해 감상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카멜레온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은 전시 외에 건물 자체도 볼거리다. 2019년 개관한 이곳은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 4층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루이비통재단 미술관과 더불어, 한국 역사가 담긴 건축물인 수원화성과 흰 도포 자락을 너울거려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전통 동래학춤의 우아한 움직임에서 받은 영감을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디자인에 담았다.

7월 18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무료’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원활한 작품 감상을 위해 전시 관람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받는다. 일반 예약과 도슨트 예약 중 선택하면 되는데, 기자처럼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싶다면 도슨트 예약을 클릭하자. 전시장에서는 리히터의 ‘돔펜스터’ 제작 과정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화면 옆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데, 이어폰이 따로 없으니 챙겨 가도록 하자.

기사를 쓰기 전부터 기자의 카카오톡 친구창에는 리히터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을 프로필로 해놓은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젊은 층의 호응도 좋다. 관람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7시까지. 휴일은 루이비통 매장과 같다. 전시를 다 보고 갑자기 ‘쇼핑’이 하고 싶어졌다면 매장으로 가면 된다. 2021년 기준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루이비통 매장이니 어지간한 모델은 다 있을 것이다.

#루이비통전시 #4900가지색채 #인증샷맛집

여기는 어쩌다 SNS 명소가 됐을까요. 왜 요즘 트렌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 장소를 찾을까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찾아가 해부해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주간동아 1285호 (p62~63)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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