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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유정 씨의 제로 웨이스트

[책 읽기 만보]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유정 씨의 제로 웨이스트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허유정 지음/ 뜻밖/ 224쪽/ 1만3800원

돈을 빨리 벌고 싶다는 생각에 바지런히 구직 활동을 하던 유정 씨는 졸업 전 첫 직장을 구했다. 입사보다 좋았던 것은 바로 서울에서 자취생활. 24년간 대구를 떠나본 적 없던 그는 혼자 살아보는 게 꿈이었다. 자취 초기에는 요리도 하고 잘 챙겨먹었지만 입사 6개월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마치 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살았다. 퇴근 후 녹초가 된 몸으로 끼니를 인스턴트식품과 배달음식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그렇게 직장인 3년 차가 되자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 그때 일회용품이 가득한 집 안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싱크대 위에는 빈 즉석밥 그릇과 삼각김밥 비닐이 널려 있었고, 현관에는 배달음식 용기가 통로를 막고 있었다.

그동안의 식습관을 보면 아픈 이유는 분명했다. 그래서 우선 배달음식 주문 횟수를 줄여나갔다. ‘환경호르몬 영향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플라스틱 사용도 의식적으로 피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입에 닿는 플라스틱을 줄여나간 게 제로 웨이스트의 시작이었다고 유정 씨는 고백한다.

“여기, 네가 정말 좋아할 것 같아.” 2018년 친한 선배의 초대로 찾아간 독일 함부르크 여행은 유정 씨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선배가 데려간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다양한 곡물과 식자재, 샴푸와 섬유유연제 등을 포장 없이 살 수 있었다. ‘제로 웨이스트’라는 말도 처음 들었다. 그 전까지 환경보호는 환경운동가가 하는 일로 여겼다. 하지만 함부르크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이들은 모두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이었다. 또 환경을 위하는 일도 생각만큼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핸드워시 대신 비누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실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론은 간단했다. ‘멋있었고, 따라 하고 싶었고, 그리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그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크릴 수세미와 액체 세제는 천연 수세미와 설거지 비누로, 지퍼 백은 실리콘 백과 밀랍 랩으로, 일회용 행주는 소창 행주로 바뀌었다.



저자는 쓰레기 없는 살림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부엌, 욕실, 거실과 옷방, 청소와 세탁 등 공간 및 상황에 따라 대체 가능한 제로 웨이스트 제품들을 안내한다. 또 쓰레기 없이 장보기, 쓰레기 없이 커피 즐기기 같은 노하우도 알려준다.

“하면 할수록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해.” 누군가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유정 씨를 칭찬하면 하는 말이다. ‘그래도 폐만 끼치는 건 아니라 다행이야.’ 쓰레기를 줄이면서 유정 씨가 종종 하는 생각이다.





주간동아 1284호 (p64~6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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