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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장병·유족 분노 “거수기 ‘軍사망진상규명위’ 잘못 규명하라”

무자격 ‘천안함 좌초론자’ 재조사 진정, 일사천리 통과?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천안함 장병·유족 분노 “거수기 ‘軍사망진상규명위’ 잘못 규명하라”

2010년 4월 24일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 함미가 인양됐다.  [동아DB]

2010년 4월 24일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 함미가 인양됐다. [동아DB]


‘천안함 재조사’ 논란을 일으킨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는 어떤 조직인가. 규명위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을 설립 근거로 삼는다. 군 사망사고 진정 조건에 대해 특별법 제15조 1항은 ‘군 사망사고를 당한 사람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군 사망사고에 관하여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다’, 2항은 ‘1항에 따른 진정은 이 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진정 자격은 ‘사망자 친족 및 목격자’

이 법은 3년 동안만 작동하는 한시법(限時法)이기에 조사 기간을 고려해 진정은 이 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로 한다고 못 박아 놓았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듬해 2018년 제정됐으니 진정 기한은 2020년 9월 14일까지였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6년에도 해당 특별법과 흡사한 ‘군 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3년간 집행한 적이 있다. 그때 조사로 군 의문사에 관한 진상이 여럿 밝혀졌기에 새 특별법 제2조에 ‘군 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진상이 규명된 사건은 제외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특별법은 무분별한 진정을 막고자 진정인 자격을 사망자의 친족이나 사건 목격자 등으로 한정했다. 이번에 재조사 진정을 낸 이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 조사위원을 지낸 신상철 씨. 그는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합조단에 합류했으나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신씨는 천안함 전사자의 친족이나 목격자가 아님에도 마감 일주일을 앞둔 2020년 9월 7일 진정을 냈다. 

규명위는 대통령 직속 정부 조직이므로 공무원으로 구성된다. 특별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규명위는 7명으로 이뤄진 위원회와 사무국으로 구성되며 총 공무원 수는 84명이다.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전문위원과 보조인력은 물론, 자문위원도 둘 수 있기에 실제론 구성원이 100명을 넘는 조직이 됐다. 한 해 군에서 사망하는 이는 60명 안팎이다. 대부분 사인이 분명히 밝혀지기 때문에 규명위가 조사해야 할 사건은 2006년에 비하면 적었다고 볼 수 있다. 

특별법은 규명위를 검찰청 등 정부 부처가 파견한 공무원 40명(늘 공무원인 이들이라 ‘늘공’으로도 불린다)과 별도 채용한 별정직 공무원 44명(어쩌다 공무원이 된 이들이라 ‘어공’으로도 불린다)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어공이 44명으로 과반수다.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규명위원과 사무국장, 조사총괄과장과 조사1·2·3과장은 어공 몫으로 알려졌다. 늘공이 맡은 주요 직위로는 예산 집행 등을 맡는 운영지원과장 등이 있다. 따라서 규명위는 한마디로 ‘어공 맘대로’ 조직이 될 개연성이 있다. 



신씨의 진정이 있어도 그가 무자격자임을 파악해 각하하면 된다. 그럼에도 사무국은 신씨의 진정을 다른 건과 함께 위원회에 상정했다. 규명위의 실세로 꼽히는 사무국장은 고상만 씨다. 동우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강기훈 무죄석방 공동대책위원회’ ‘전국 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인권위원회’를 거쳐 노무현 정권에서 만든 ‘의문사 진상규명위’의 조사관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정권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2006)에 앞서 민간인 사망 사건을 다루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2002)를 만들었다. 

현재 규명위원장(장관급)은 이인람 씨다. 경기고,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군 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 법무관을 하다 전역,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위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한통련 명예회복 대책위’ 위원장, 고상만 씨가 조사관을 했던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부위원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신씨 진정이 포함된 줄 몰랐다” “관례라서…”

지난해 12월 14일 규명위는 사무국이 올린 안건을 심사한 뒤 모두 조사하라고 결정했다. 자격이 없는 신씨의 진정도 조사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 결정에 대해 누구도 대놓고 반발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누수가 생겼다. 천안함 사건 11주기를 치르며 재조사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 것. 그러자 일부 관계자는 “(신씨가 진정을 낸) 안건이 포함돼 있는지 몰랐다”고 재빨리 발뺌했다. 또 다른 이는 “위원 전부가 만장일치로 반대하지 않으면 조사하라고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고도 해명했다. 안건을 정확히 심사해야 하는 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을 했다면 이는 배임으로 볼 수도 있다. 4월 2일 규명위는 임시회의를 열어 뒤늦게 만장일치로 신씨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쌍끌이 어선을 동원한 해저 조사로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북한제 어뢰 파편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하자는 저의는 무엇일까. 4월 6일 천안함 전사자 유족들은 청와대로 몰려가 대통령 면담과 함께 이인람 위원장 등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청와대 측은 “규명위는 독립기관이라 청와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대통령 직속인 규명위를 두고 ‘독립기관’이라고 한 것이다. 장관급 위원장까지 둔 규명위는 왜 진정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것일까. 규명위의 심사 과정을 ‘규명’하고 잘못의 책임을 묻자는 목소리가 적잖다.





주간동아 1284호 (p20~21)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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