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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러브콜’ 받은 인도, 美 무기 대량 구매

미군 전략폭격기 76년 만에 印 착륙…쿼드 매개로 군사협력 강화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中 ‘러브콜’ 받은 인도, 美 무기 대량 구매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가 에어쇼에서 인도 공군 전투기들과 비행하고 있다. [AERO INDIA]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가 에어쇼에서 인도 공군 전투기들과 비행하고 있다. [AERO INDIA]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월 3일 인도 벵갈루루 기지에서 열린 ‘에어로 인디아(Aero India)’ 에어쇼에 참가했다. 미군 폭격기가 인도에 착륙한 것은 인도가 영국 지배를 받던 시기인 194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B-1B는 에어쇼에서 인도 공군 신형 경전투기 LCA(Light Combat Aircraft: 경량 전술기) 테야스(Tejas)와 함께 비행했으며 장거리 타격 능력도 선보였다. B-1B 조종사 마이클 패슬러 미군 중령은 “우리 폭격기가 처음으로 인도 공군과 합동 비행을 했다”며 “오늘은 미국과 인도의 파트너십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에어로 인디아’는 2년마다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 에어쇼로,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전 세계 500여 개 방산업체와 60여 개국 정부, 군 대표가 참가했다. B-1B는 에어쇼 참가 이후 벵갈루루 기지를 이륙해 말라카해협과 남중국해, 대만과 필리핀 중간 해상 등을 거쳐 미국 본토로 귀환했다. B-1B의 이런 비행경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양국 군사협력 강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쿼드 4개국 정상이 3월 12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트위터]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쿼드 4개국 정상이 3월 12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트위터]

B-1B의 인도 착륙은 군사 전략적으로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인도에서 남서쪽으로 1600㎞ 떨어진 영국령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섬 때문이다. 이 섬에는 44㎢ 크기의 미군 기지가 있다. 미국은 1966년 영국으로부터 이 섬을 빌려 해공군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미 공군은 이 섬에 캠프 저스티스(Camp Justice)를 만들고, 우주왕복선 비상 착륙에 사용할 수 있는 비행장을 비롯해 순환 파견되는 전략폭력기들을 위한 제36항공유지보수단을 배치했다. 미 공군은 과거 B-52 등을 배치해 중동지역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지원해왔다. 미국이 이 섬에서 출격시킨 B-1B의 인도 영공 경유 등을 인도 정부로부터 허락받을 경우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거쳐 중동지역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견제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을 인도양의 동쪽과 서쪽에서 압박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지역 집단안보협의체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일원인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갈수록 가까워지는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월 19일부터 21일까지 뉴델리를 방문해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의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인도의 첫 고위급 대면 만남이었다. 양국 장관은 현재와 미래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 협력을 심화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지역을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정보 공유, 물류 협력, 인공지능(AI), 우주 및 사이버 등 새로운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오스틴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쿼드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같은 다자그룹을 통해 같은 생각을 가진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지역의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싱 장관은 “우리는 양자 및 다자 훈련에서 좀 더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양국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면서 “인도군과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 중앙 사령부, 아프리카 사령부 간 협력을 증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예방하고 인도의 외교안보 정책 브레인인 아지트 도발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만나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중립 노선을 걸어왔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안보 전략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중국이 영토 분쟁을 벌여온 국경지역에서 각종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데다, 인도양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남아시아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과 공동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는 지난해 11월 인도양에서 쿼드 4개국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 훈련인 ‘말라바르 2020’을 주도했다. 또 올해 1월 태평양 괌 인근 해상에서 실시된 다국적 대잠수함 훈련인 ‘시 드래건’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 훈련에는 미국과 호주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캐나다 해군이 참가했다.


美, 무기 판매로 중국 견제 지원

미군과 인도군 장교들이 2월 합동 훈련에서 작전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육군]

미군과 인도군 장교들이 2월 합동 훈련에서 작전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육군]

게다가 인도 육군은 2월 8일부터 2주간 북서부 라자스탄주에서 미 육군과 합동 훈련 ‘유드 압히야스 2020’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미군과 인도군 500여 명이 참가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훈련 시작일인 2월 8일 전화통화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지역을 위해 항행 자유, 영토 보전, 쿼드를 통한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두 정상이 쿼드를 통한 협력을 강조한 것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오스틴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인도 정부가 구매를 희망하는 무기들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등 중국 견제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인도와 군사 정보를 공유하고 병참 등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며 “국제 역학관계가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인도는 더욱 중요해지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는 그동안 해상과 육상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자 미국으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3975억 원) 규모의 MQ-9B 프레데터(Predator) 무인 공격기 30대 도입 방안을 추진해왔다. 

현재 감시·정찰용 드론만 운용 중인 인도군은 MQ-9B를 대량 구매할 경우 무인기를 활용한 전력을 대폭 증강할 수 있다. 인도는 지난해 국경지대에서 중국과 무력 충돌 위기에 직면하자 미국으로부터 MQ-9B 2대를 임대하기도 했다. MQ-9B는 미군이 2001년부터 운용해온 MQ 프레데터 시리즈의 최신형 모델이다. MQ-9B는 길이 11.7m, 너비 24m, 최대 이륙 중량 5.67t, 연료 탑재 중량 2.7t으로 각종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389㎞, 상승 한도 12㎞, 비행거리 1만1100㎞로 48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인도 정부는 또 미국으로부터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Poseidon) 6대를 추가 구매할 계획이며, 이미 P-8 12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정부는 또 전 세계에서 백신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인도를 활용해 중국의 백신 외교를 견제하고 나섰다. 쿼드 4개국은 3월 12일 화상으로 열린 정상회의를 통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가 인도 제약사 바이오로지컬 E(Biological E)에 내년 말까지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10억 회분의 생산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호주도 인도에 차관 및 물류를 각각 제공하기로 했다. 인도는 전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는 백신 강국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인도 제약사들이 아세안을 비롯해 인도·태평양지역과 그 외 지역에 2022년 말까지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미국의 기술, 일본과 미국의 자금 조달, 호주의 물류 역량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그동안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들에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며 중국의 백신 외교에 맞서왔지만 자금 등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인도·태평양지역 국가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 점을 간파하고 인도 정부의 백신 외교를 지원함으로써 쿼드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인도는 쿼드 미래 결정짓는 핵심 국가

중국 정부는 그동안 쿼드를 견제하기 위해 가장 약한 고리인 인도에 대한 구애 공세를 강화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세 차례나 유혈 충돌한 국경지역인 히말라야산맥의 라다크 갈완계곡과 판공호수 일대에 배치했던 대규모 군 병력을 철수시키는 등 화해 제스처를 보였다. 또한 인도 정부에 각종 투자를 비롯해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제안과 함께 인도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개최를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직까지 개최 시점을 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인도와 관계 개선 의도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쿼드 강화 및 확대를 저지하려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인도 정부에 “국경지역에서 상호 불신을 털어내고 신뢰와 협력으로 양국 관계를 이끌어가자”며 ‘러브콜’까지 보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 정부는 인도에 대한 포용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인도가 쿼드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1282호 (p44~46)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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