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2

2021.03.26

“남관이는 자리 욕심 없어… 盧 · 文 인연에도 공사 구별”

전현직 동료들의 조남관 인물평 “시조 즐기는 풍류가 … 檢 중립성 지킨 묘수로 인망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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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3-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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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찰청 차장검사.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찰청 차장검사.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원래 남관이가 자리에 욕심 없다. 자리 보전에 구애받지 않고 인생을 멋있게 살자는 주의다. 시운(時運)이 맞아 차장까지 올랐지만 직위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의 대학 동기) 

    조남관(56)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여권과 정면충돌을 피하면서도 검찰의 독립성을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3월 19일 대검찰청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 조 차장이 주재한 대검 부장회의 결과다. 

    3월 1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한 전 총리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대검에 검토를 지시했다. 조 차장은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되 대검 부장검사(검사장급) 7명 외에도 전국 고검장 6명을 회의에 참여하게 했다. 확대회의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조 차장은 “대검 부장검사만의 회의로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주요 안건은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하게 위증했다는 혐의를 받은 김모 씨에 대한 기소 여부. 표결 결과는 불기소 10명, 기소 2명, 기권 2명이었다. 

    현직 A 검사는 “박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 내에서 ‘총장 직무대행이 수사권을 거부해야 한다’ ‘직을 걸고 저항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았다”며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을 참석하게 한 것을 보고 차장의 수완이 보통 아니구나 싶었다. 장관에게 노골적으로 저항하지 않으면서도 검찰의 중립성을 지킨 묘수”라고 평했다. 지난해 11월 조 차장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전 총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하자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한 발 물러나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봉하마을 조문, 인간으로서 도리”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자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조남관 당시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조문했다.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자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조남관 당시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조문했다.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노무현, 문재인 정부 사람’ ‘추미애 장관 측근’부터 ‘윤-추 갈등의 중재자’까지 다양한 평을 듣는 검사 조남관. 그에 대한 전현직 검사들의 인물평을 들었다.



    조 차장은 전주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34회에 합격, 사법연수원 24기를 수료했다. 2006~2008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마지막 특별감찰반장(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사정비서관실 소속)이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비서관(2005년 1월~2006년 5월), 대통령비서실장(2007년 3월~2008년 2월)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조 차장은 검찰에서 승승장구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을 높이 평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 차장은 2017년 국가정보원 감찰실장 및 적폐청산TF팀장으로 임명돼 ‘국정원 개혁’을 주도했다. 2018년 검찰 복귀 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 이듬해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됐다. 2020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추미애 당시 장관을 보좌했고, 같은 해 대검 차장(고검장급)이 됐다. 윤 전 총장 사퇴 후 고교 선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과 함께 차기 총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전현직 검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이라는 키워드로 조 차장을 기억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조남관 당시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조문했다. 당시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아내가 ‘지금 같은 비상한 시기에 집에 가만히 있지 현직 검사가 왜 내려가느냐’고 만류했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 빈소가 있는 봉하마을로 내려가 조문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글도 올렸다.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이프로스에 올린 글로 조 차장을 인상 깊게 본 동료가 많았다. 내심 인간적 의리가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흑(黑)은 흑, 백(白)은 백이라고 얘기하는 검사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후 조 차장은 ‘노무현 정권의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성남·안양·순천 등 지청을 전전하고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를 지내기도 했다. 검사들이 보통 한직으로 여기는 자리다. 현직 C 부장검사는 “조 차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순천(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장검사)으로 가거나 고검(서울고검 검사)에서 근무하는 등 오랫동안 중요 보직을 맡지 못했다. 속된 말로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잇단 영전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우려도 있었다. 조 차장이 상관이던 C 부장검사는 “국정원에서 검찰로 돌아온 후 주위의 의심 섞인 눈초리가 있었다. 이른바 친(親)여권 성향을 갖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면서도 “직접 겪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처리가 공정하고 합리적이었다. (조 차장이)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전했다. 

    조 차장과 서울대 83학번 동기인 검찰 출신 D 변호사는 “조 차장이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인연 때문에 공사(公私)를 구별 못 할 것이라는 우려는 애초에 기우였다”며 “언론이 조 차장에게 ‘민주당 사람’ ‘추미애 장관 측근’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때 의아했다. 내가 아는 조 차장은 대학생 때나 지금이나 바르고 균형감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시절 조 차장은 어땠을까. D 변호사는 “예향(藝鄕) 호남 출신이라 그런지 시를 곧잘 읊고 판소리 비슷하게 시조창(時調唱)도 했다. 친구들이 남관이를 많이 따랐고, 그 자신도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류가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조 차장의 시조 사랑은 검사 시절에도 이어진 듯하다. 그와 일선에서 함께 근무한 검찰 출신 E 변호사도 “검찰 내에서 행사가 열리면 시조도 잘 읊고 풍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E 변호사는 “검사는 물론 수사관들과도 참 잘 지냈다. 직원들 사이에서 인품이 훌륭하다는 평이 많았다. 수사뿐 아니라 사무실 살림살이도 잘 챙겨 동료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는 조 차장이 대학생 시절 ‘운동권’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데모 몇 번 한 것은 아니고 제법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안다”(B 변호사), “(조 차장이) 학생운동 좀 했다. 당시 운동과 비(非)운동권의 경계선이 불분명하긴 했지만 3학년 때까지는 (학생운동을) 한 것 같다”(D 변호사)는 전언이다.


    “균형추 역할한 조남관 … 검찰 그만 괴롭혀야”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한 한 인사는 “서울대 법대 83학번 중 본격적인 운동권이라고 할 사람은 30명 안팎이다. 조 차장은 그 일원은 아니다”라며 “공개·비(非)공개 서클에 잠시 참여했다 그만둔 사람이 워낙 많아 확언하기는 어려우나 (조 차장은)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이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부드럽게’ 피한 조 차장이 총장 물망에서 제외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수용하면서도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수사지휘권 행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한 전 총리 수사와 모해위증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조 차장의 이번 조치는 검찰 규정에 따라 적법·적합하게 진행됐다. (조 차장이)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에 반대한 것에 이어 균형추 역할을 한 셈”이라며 “박 장관이 거론한 감찰은 범죄 혐의, 최소한 징계 혐의가 있을 때 필요한 조치로 진상규명 대상이 아니다. 한 전 총리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이미 판결도 나왔다. 검찰을 더 괴롭힐 필요가 없다”고 평했다. A 검사는 “앞으로 누가 총장이 될지 알 수 없으나, 후배 검사들 사이에서 조 차장의 인망이 높아졌다. 온건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소신 있게 의견을 개진한다는 평이 많다”고 전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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