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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신’, 헌법 위에 있나”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촛불정신’, 헌법 위에 있나”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
김태규 지음/ 글마당/ 384쪽/ 1만8000원 

“민주·정의·평등·인권·국민주권 등의 말이 최근 몇 년보다 더 풍성하게 인구에 회자된 적이 없다고 느낀다. 우리 사회는 말잔치의 최고조에 달했다. 정작 법조인으로서 체감하는 현실의 민주주의·사회적 정의·법치주의 등은 오히려 더 식은 느낌이다.” 

김태규(54) 전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심화된 법치주의의 위기를 냉철하게 짚었다. 신간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는 나라’로 포퓰리즘(populism)이 헌법 정신을 유린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38회에 합격, 사법연수원 28기를 수료했다. 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5년부터 올해 2월까지 판사로 재직했다. 

그는 현직 판사 시절 사법부 위기를 두고 죽비소리를 했다(‘주간동아’ 1276호 ‘文 정부 비판하다 사표 쓴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제하 기사 참조). 이번 정부의 ‘사법개혁’을 3권 분립을 훼손하는 겁박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코드 인사’로 세를 과시한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조직에 대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여권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5·18역사왜곡처벌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국 그는 2월 22일자로 법복을 벗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촛불정신을 받들겠다”(2018년 9월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 발언)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서 김 전 부장판사는 법치주의의 위기를 읽었다. 대통령이 집권에 도움을 준 사건을 헌법 가치보다 위에 뒀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의 비판은 정치적 셈법과는 거리가 멀다. 보수와 진보, 여야를 막론하고 법질서를 사유화하는 시도를 경계한다. “새 정권이 공수처로 야당이나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를 탄압하고자 무리한 수사를 한다면 그 역시 반대할 것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대통령이 대법원 한가운데 서서 태극기집회의 정신을 받들라고 한다면 그 정치적 함의가 무엇이든 여전히 반대할 것이다”(376쪽)라는 구절에서 그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Mr. 쓴소리 판사’의 비판은 정치권은 물론, 법원과 법조계를 망라한다. 촌철살인 비판뿐 아니라 법 일반에 대한 지식도 담겼다.





주간동아 1278호 (p64~6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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