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8

2021.02.26

“무력 통일 천명 北, ‘나토식 핵 공유’로 대응해야”

‘북한통’ 구해우의 新냉전시대 韓 생존법…“핵우산은 추상적 약속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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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2-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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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박해윤 기자]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박해윤 기자]

    1월 5~12일 북한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가 열렸다. 2016년 제7차 당대회 후 5년 만이다. 북한은 당대회를 통해 대내외 정책 성과를 분석하고 새 노선을 천명한다. 이번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년을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최악 중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이라고 평하면서도 북한 정권이 “거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구해우(57)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한국과 체제경쟁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다”며 “한국의 국가적 위기가 가시화한 중요한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구 원장은 2000∼2002년 SK텔레콤 남북경협 담당 상무, 2013~2014년 국가정보원 북한담당기획관(1급)을 지낸 ‘북한통’이다. 

    북한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의 의미는 무엇인가. 

    “남북 체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북한의 선언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고전(苦戰)했으나 정치·외교·군사적으론 한국을 제압했다는 ‘절반의 승리’ 선포다. ‘강력한 국방력에 의거해 조국 통일을 달성한다’는 내용으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한 것은 그런 자신감의 표현이다. 무력 통일을 천명한 것이다. 미국에 대해선 핵 문제와 관련해 ‘강대강(强對强), 선대선(善對善) 원칙으로 상대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처럼 북한 비핵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일방적 주장 아닌가. 

    “북한은 2017년부터 자신들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한다고 인식했다. 같은 해 6차 핵실험(9월 3일) 성공이 결정적 계기다. 이듬해 6·12 북·미 정상회담과 6·19 북·중 정상회담이 있었다. 북한이 G2로부터 비공식적으로나마 핵 국가로 인정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 관료나 안보 전문가 사이에서도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국제사회는 핵에 기초한 북한의 한반도 내 우위를 점차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北 핵무장으로 한반도 정세 질적 변화

    체제경쟁은 북한의 패배로 끝나지 않았나. 

    “냉전 시기 남북 간 체제경쟁은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옛 소련 중심의 사회주의 질서가 붕괴했다. 북한도 체제 위기를 맞았다. 이후 한국 우위가 30년 가까이 유지됐으나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 정세는 질적으로 달라졌다.” 



    구 원장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신(新)냉전 대결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화두는 중국과 패권경쟁”이라며 “이런 세계 정세에서는 미국이 과거처럼 한국을 빈틈없이 보호해주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북핵은 한국 안보에 한층 더 위험하다”고 짚었다. 

    미국이 맘만 먹으면 북핵을 무력화할 수 있지 않나. 

    “2017년 6차 핵실험 후 미국은 북폭(北爆)을 검토하다 단념했다. 북한의 반격 가능성 때문이다. 당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60개 내외로 추측됐는데, 이 중 절반 정도는 소재 파악이 안 됐다. 북한이 미국 본토는 어렵더라도 일본을 핵 공격할 가능성이 엄존했다. 완전한 북한 비핵화는 이때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바이든 시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어떤 양상일까. 

    “현재 미국은 북한 및 북핵 문제보다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지에 더 골몰하고 있다. 한반도 정책에서도 한미일 3국 공조로 중국의 영향력을 막는 것이 핵심 과제다. 2013년 부통령 시절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지 마라’며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내놨다. 중국에 다가서는 노선을 걷던 당시 박근혜 정부를 향한 경고였다.” 

    ‘지한파’인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나. 

    “셔먼 부장관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동북아 전략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그도 한국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이탈하는 것을 경고한 바 있다. 2015년 국무부 정무차관 시절 한국과 일본을 향해 ‘정치 지도자가 민족주의적 감정을 악용해 과거의 적을 비방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2015년 2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설)고 말했다. 당시 과거사 문제를 두고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었다. 중국에 맞설 한미일 삼각동맹을 흔들지 말라는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해저터널로 한일관계 복원해야

    복잡한 국제 정세 속 한국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구 원장은 “신냉전시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을 정확히 이해하고 한국의 생존 방법을 실사구시(實事求是)적으로 찾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북한 핵무기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추상적 약속인 ‘핵우산’으로는 부족하다. 냉전·탈냉전시대였다면 미국의 핵우산을 믿을 수 있다.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 미국 내 여론도 자국이 공격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동맹국을 보호하는 데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은 ‘나토(NATO)식 핵 공유’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유사시 한국군이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일관계 복원도 필요하다. 향후 미국의 세계 전략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한일 해저터널이 좋은 방책이 될 수 있다. 일본과 경제 교류가 늘면 정치적 갈등도 자연스레 풀릴 수 있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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