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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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함대 격파용 미사일 JSM, 일본은 혈안인데 한국은 외면 [웨펀]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0-12-04 14: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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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군이 60대를 운용 중인 F-15K(왼쪽)와 40대를 도입할 예정인 F-35A. [동아db]

    공군이 60대를 운용 중인 F-15K(왼쪽)와 40대를 도입할 예정인 F-35A. [동아db]

    한민족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거치며 수천 번의 외침(外侵)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았던 평화의 민족이라는 주장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극히 일부의 사학자나 언론에서만 주장하는 왜곡된 주장이다. 삼국시대에 무수히 많은 침략 전쟁이 있었고, 고려 때도 북진정책과 왜구 토벌을 추진하며 수많은 군사를 나라 밖으로 보냈던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라진 한민족의 호전적 기상

    만주 벌판과 동북아시아의 바다를 호령하던 한민족의 호전적 기상이 사라진 것은 조선왕조가 들어선 다음부터이다. 중화(中華) 사상이 가득한 성리학을 국가 지배 이념으로 도입한 조선은 숭명(崇明) 사대주의를 기본 외교 이념으로 삼고, 스스로를 소중화(小中華)로 여기며 속국을 자처했다. 

    삼국시대부터 고려까지 한민족이 세운 각 왕조는 외왕내제(外王內帝), 즉 밖으로는 외교상 왕으로 칭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황제로 칭하는 왕조가 많았고, 일부 국가는 중국과 별개로 독자적인 연호를 쓰고, 주변국을 번국(藩國)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성계는 혁명 이후 스스로 왕이 된 뒤 명에 사신을 보내 국호를 화령(和寧)과 조선(朝鮮) 가운데 어떤 것으로 할지 정해 달라고 청해 명이 정해준 조선을 국호로 채택하는가 하면, 스스로 번국(藩國)을 자처해 조공을 바치고, 책봉(冊封)을 받았다. 조선은 스스로 법을 정해 중국 황제로부터 고명(誥命)을 받았는데, 고명을 받지 못한 왕과 중전, 세자는 대내외적으로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만큼 조선은 사대에 빠져 있었다. 

    조선은 중원(中原) 천자국(天子國)의 오해라도 받을까 두려워 대외 활동은 물론 군사력 증강에도 소홀했다. 해금(海禁) 정책으로 바닷길을 막았고, 양병(養兵)과 축성(築城)조차 대국의 허락이 필요했다. 북벌을 추진했던 군주로 유명한 효종조차 1650년 정월, 청나라 순치제에게 일본의 위협에 대비하고자 축성과 양병을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가 크게 꾸지람을 들었을 정도이다. 



    이처럼 조선시대 이후 한민족은 스스로를 지킬 성과 무기를 갖추는 일을 할 때조차 “그래도 되나?”라는 물음표를 달았다. 행여 그러한 무력 증강이 대국(大國)의 심기를 건드려 평화가 깨질 것이라는 사대주의적 사고에 찌들대로 찌들었던 것이다. 이 같이 스스로를 지킬 무력을 갖추는 것을 포기하고 인접한 중국의 눈치만 보면 저절로 평화가 올 것이라는 망상(妄想)은 조선시대 이후 현대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위정자들의 DNA에 강하게 박혀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면에서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나라로 성장했다. 1년에 50조 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쓰고, 스텔스 전투기와 이지스 군함, 3000톤급 잠수함을 가진 군대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이러한 국력 성장에 맞춰 정치권과 학계에서 이른바 중견국 외교를 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중견국 외교(Middle Power Diplomacy)란 일정 수준의 국력을 가진 국가로서 초강대국 사이에서 일정 수준의 목소리를 내는 나라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명박 정부 때 확산되기 시작했고, 최근 소위 진보 민족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정권이나 세력은 중견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군사력 증강에는 대단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압박’을 ‘자극’으로 둔갑

    국가 전략 자산으로 항공모함을 갖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실제로는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변국에는 하등의 위협이 되지 않는 경항모를 추진하고 있고, 핵잠수함을 갖겠다고 큰소리치면서 그 잠수함을 진짜 전략 무기로 만들어줄 미사일 수직 발사관 설치는 극구 반대하는 것이 지금의 정부와 실무 장교들이다. 

    이들이 대형 정규 항모와 수직 발사관 탑재 핵잠수함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변국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러한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되면 주변국이 크게 반발하게 될 것이고, 이는 군비증강으로 이어져 평화를 깬다는 논리다. 그 무기의 존재 이유가 주변국을 압박해 전쟁을 억제하는 것임에도, 그 ‘압박’을 ‘자극’이라는 단어로 둔갑시켜 부정해 버리니 이러한 전략 무기 도입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공군에서 60대를 운용 중인 F-15K나 40대를 도입 중인 F-35A도 전략무기를 들여와서 전술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F-15K는 기반 플랫폼 자체가 우수해 꾸준히 개량하면 다양한 신형 무장의 운용이 가능하다. 

    가령 F-15K는 약간의 시스템 통합 과정만 거치면 100km 밖의 이동 표적 여러 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SPICE 250 유도폭탄이나, 900km 밖 표적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AGM-158B JASSM-ER, 최소 500km 이상 거리의 적 함정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AGM-158C LRASM을 통합해 운용할 수 있지만, 한국은 기존에 통합해 운용하는 SDB 유도폭탄이나 타우러스 KEPD 350 외에는 추가 무장을 통합할 생각을 안 하고 있다. 

    F-35A도 마찬가지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A는 미군이 이제 막 배치를 시작한 차세대 기종인 만큼 여기에 탑재해 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체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국공군의 F-35A는 공대공 미사일인 AIM-9X와 AIM-120C, 그리고 GPS 유도 방식의 JDAM과 일반 무유도 폭탄 정도만 운용 가능한 무장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같은 기종을 도입하는 일본은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신형 전투기 도입과 기존 전투기 성능 개량 사업에 맞춰 미래전에 대응하기 위한 고성능 미사일들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일본은 12월1일, 노르웨이 소재 방산업체인 콩스버그(Kongsberg)와 9240만 달러 규모의 미사일 추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체결했던 약 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에 이어 두 번째 계약인데, 이들 계약에 따라 일본은 내년 4월, 초기 물량을 납품받게 된다. 

    일본이 콩스버그에서 도입하는 미사일은 JSM(Joint Strike Missile)이다. 노르웨이가 개발한 NSM(Naval Strike Missile)을 미군이 채용해 F-35 전투기 탑재용으로 개량한 이 미사일은 현존하는 방공 시스템으로는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공격 무기로 평가된다. 

    이 미사일은 고고도 비행 모드(Hi-Hi-HI)를 취할 경우 550km, 초저공 비행 모드인 시스키밍(Sea-skimming) 비행 시 180km의 사거리를 갖는데, 다른 미사일이 10~20m 고도를 비행하는 것과 달리 이 미사일은 파도를 인식해 해수면을 스치듯 비행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JSM은 레이저를 이용한 디지털 고도 측정 시스템을 도입해 지형지물과 파도의 높이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비행경로를 산출한다. 이 때문에 지상의 산과 건물 등 지형지물을 인식해 피하면서 비행하는 것은 물론, 파도의 높이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파도가 높아지면 고도를 높이고, 파도가 낮아지면 고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비행 고도를 크게 낮춰 레이더 탐지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다.

    미션 플래닝 모드

    일본이 콩스버그에서 도입하는 JSM(Joint Strike Missile). [동아db]

    일본이 콩스버그에서 도입하는 JSM(Joint Strike Missile). [동아db]

    미션 플래닝 모드를 사용해 비행경로와 고도를 적 레이더의 사각지대에 맞춰 사전에 입력할 수도 있고, 여러 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명중시키는 전술 구사도 가능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표적의 근접방어 화기 모델을 입력하면 해당 무기체계의 대응 알고리즘에 맞춰 자동으로 회피기동 경로를 짜서 돌입한다는 것이다. 

    미군은 기존의 NSM 미사일을 전면 재설계해 스텔스 성능을 더욱 높였는데, 이 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도 적외선 추적 방식을 사용해 그 어떤 전파도 발산하지 않기 때문에, 현존하는 함대 방공 시스템으로는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스텔스 능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F-35A 전투기는 공대함 임무를 수행할 경우, 내부 무장창에 JSM 미사일 2발과 암람 공대공 미사일 2발을 탑재할 수 있다. F-35A의 우수한 스텔스 능력을 이용해 적 함대의 방공망 안의 사각지대로 비집고 들어와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고, 적 함대의 방공 구역 밖에서 JSM을 발사하는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 일본이 내년부터 F-35A에서 이 미사일을 운용하면, 그 ‘적 함대’는 중국이나 북한, 최악의 경우에는 한국이 될 수도 있다. 

    F-35A는 블록 4 소프트웨어부터 JSM을 기본으로 운용할 수 있다. 우리 공군이 도입하는 F-35A는 블록 3와 블록 4 물량이 섞여 있는데, 블록 3는 일부 부품 교체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블록 4 버전으로 간단하게 개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공군은 JSM 도입 계획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 미사일의 개발사인 콩스버그는 지난 2017년부터 호주와 일본, 한국에 JSM 판매를 제안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호주는 도입은 물론 부품 일부 생산 물량 계약까지 체결하며 JSM 도입에 팔을 걷어 붙였고, 일본은 대량 주문을 서두르고 있지만, 한국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JSM은 적은 비용으로 F-35A 전투기를 최강의 스탠드 오프 공격기로 탈바꿈시켜줄 수 있는 대단히 매력적인 무기지만, 제작사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 미사일에 별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미군이 F-35A에 JSM 통합을 오래 전에 결정했고, 제작사도 한국정부에 JSM 구매를 제안한 적이 있기 때문에 공군은 이 미사일의 존재를 모를 리가 없다. 미군이 각종 파생형을 대량 도입 중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 도입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JSM은 F-35A와 결합해 한국공군에게 기존에 갖지 못했던 강력한 전략적 억제력을 가져다 줄 무기다. 정부가 정말 ‘중견국 외교’를 지향한다면, 그러한 외교를 힘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이 나라가 주변국에 대한 사대(事大)를 통해 평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우리 자신을 지킬 힘을 갖추고 평화를 지향하는 나라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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