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0

..

금융기관 연평균 금융사고 2800억원, 치킨업체 연매출과 맞먹어

고객 돈 횡령에 서류 위조까지. 5년간 사고 규모로는 IBK가 1위

  • 김유림 기자

    입력2020-10-15 08: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중은행 직원이 고객의 돈을 횡령하거나 타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올 상반기 금융 사고가 21건 발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이영 의원이 10월 1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시재금(고객 예금을 대출하고 금고 안에 남은 돈)을 인출·반납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모 지점 직원은 텔러(teller) 시재금을 부당으로 반출하고 현금이 부족함에도 시재금을 정상적으로 마감한 것처럼 처리하는 방법으로 460만 원을 빼돌렸다. 신한은행에서도 한 직원이 시재금 1400만 원을 빼돌려 카드결제 대금, 생활비 등으로 충당했다. 

    신한은행 또 다른 지점 직원은 무자원 입금(통장에 없는 돈을 기입해 실제 있는 것처럼 허위 입금하는 방법) 방식으로 504만원을 빼돌렸다. 또한 상조회사의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들이 상조서비스 계약해지를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서류를 위조해 신한은행으로부터 상조예치금 5억5000만 원을 버젓이 반환받았다. 우리은행 한 지점의 직원은 가상화폐에 투자할 목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출납 시재금 1억8500만 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은행 지점장 공모, 21억 불법 대출 승인

    [GettyImage]

    [GettyImage]

    서류 위조에 의한 대규모 불법 사고도 여전하다. 하나은행 한 직원은 위조된 운전면허증을 들고 지점을 방문한 고객에게 체크카드를 발급해줘 해당 카드로 ATM기(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3600만 원이 출금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또 다른 지점에서는 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한 고객이 타인의 명의로 대출을 신청해 1억2000만 원의 대출금이 지급되기도 했다. 

    하나은행 또 다른 지점에서는 지점 직원이 지인의 명의를 이용해 3억70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사적으로 유용하고 거래처 및 직원으로부터 8100만 원을 사적으로 차임하는 등 총 2억1500만 원의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규모가 가장 큰 금융사고가 일어난 곳은 전북은행이다. 관리 책임이 있는 지점장이 불법 대출에 직접 관여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전북은행 G지점의 지점장(현 퇴직자)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 5개월에 걸쳐 타인명의의 대출임을 알고도 공모해 13개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총 24차례에 걸쳐 총 21억2000만 원의 대출을 내줬다. 해당 사건은 올 초 전 지점장의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으며, 은행이 금감원에 자진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에서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최근 5년 간 은행·저축은행·카드·보험·신용정보업체 등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액은 모두 1조 4032억 원이다. 연 평균 약 28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BHC・교촌 등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의 연매출과 맞먹는다. 

    5년간 시중은행의 누적 금융사고 발생규모는 4884억 원(총 186건)이며 사고 금액이 가장 큰 은행은 IBK기업은행(1476억 원)이다. 다음으로 산업은행 1295억, 우리은행 493억 원, 신한은행 393억 원, 국민은행 161억 원, NH농협은행 133억 원 순이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최근 5년 간 은행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사고는 유형별로 횡령·유용이 90건(48.4%)으로 가장 많고, 사기 57건(30.6%), 배임 26건(14.0%), 도난·피탈 8건(4.3%)이 뒤를 잇는다. 유형별 피해금액을 보면 사기가 4034억 원(82.6%)으로 가장 많고, 배임 601억 원(12.3%), 횡령·유용 242억 원(4.9%), 도난·피탈 3억 원(0.1%) 순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에 대해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KIF)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전산 시스템 상에서 바로 적발이 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시중은행은 내부 감사 시스템을 보완하는 등 철저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사후 징계 수위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 의원 역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대한 철저한 통제장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