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9

2020.10.08

전통주, 차례상과 취향 따라 고르는 방법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41]

  • 명욱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입력2020-09-3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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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전통주.  [GettyImage]

    추석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전통주. [GettyImage]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원래대로라면 평소 보기 힘든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날이겠지만 이번만큼은 쉽지 않다. 여전히 코로나 19의 대규모 집단 감염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정부에서도 이동을 최소화하고 가족과 친지간 비대면 추석맞이를 권고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추모관을 만들어 놨다. 

    이렇다 보니 이번 추석은 기존과 달리 굉장히 간소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유통업계에서는 제수(祭需)용 가정간편식(HMR)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새벽 배송이나 로켓 배송을 통해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차례주만큼은 비대면으로 구하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주류는 인터넷 판매가 안 되기 때문이다. 편의점, 마트 등 소매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전통몰이나 온라인몰에서는 이제까지 못 봤던 전통주 수백여 종을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차례주는 탁주, 약주 등의 발효주

    차례주에 대해서 어떠한 술을 써야 한다는 특별한 규정은 없다. 다만 전통적으로 음복(飮福)을 해 왔다는 것. 음복(飮福)이란 단어 그대로 복을 마신다는 뜻으로 가족 모두가 차례에 올린 술과 음식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누구나 다 마셔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차례주는 알코올 함유량이 높은 소주보다는 탁주, 약주, 청주 등 발효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에서는 이러한 탁주, 청주 계열만 등장한다. 총 3번에 걸쳐 제주가 행해지는데, 가장 먼저 등장하는 술이 초헌례(初獻禮)라고 불리는 막걸리. 두 번째는 아헌례(亞獻禮)라고 불리는 동동주, 그리고 마지막에 종헌례(終獻禮)로 불리는 맑은 술인 청주다. 막걸리에서 청주까지 다양한 술이 등장하는 이유는 가장 단기간에 발효시켜 마시는 술이 막걸리이며, 청주 자체가 오랜 숙성을 통해 향과 맛이 깊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청주는 역사적 의미에서의 청주이며, 주세법상의 청주와는 다르다.

    추석에는 전통 청주인 정종?

    흔히들 청주를 정종(正宗)이라고 부르는데, 정종은 대표적인 일본의 사케 브랜드다.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일본은 한국에 사케 양조장을 만들면서 정종이라는 브랜드를 많이 사용했다. 결국 당시 막걸리 및 약주는 제대로 된 제품명도 없는 상태. 그렇다 보니 고급술은 일본 사케에만 한정됐고, 그중에서도 읽기 쉬운 정종이 고급 청주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은 해방 이후에도 이어졌다. 탁주, 약주, 소주에는 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유일하게 청주만 허용한 것이다. 



    우리의 술인 막걸리와 약주는 저렴한 재료를, 일본에 의해 산업화된 청주는 고급 쌀을 사용하게 됐다. 즉 지금의 한국의 청주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일본 사케 산업에서 출발한 안타까운 역사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통주 전문가들은 주세법상에서의 청주가 아닌 약주를 사용해야 차례주에 맞다고 말한다. 약주는 약재를 넣었다는 의미보다는 '약이 될 만큼 귀하다'는 뜻으로, 전통방식으로 만든 청주가 주세법상에서는 약주에 해당한다.

    가족끼리 즐기면 그만

    성묘, 차례 등으로 이어지는 추석 문화를 이야기했지만, 추석의 유래만 본다면 실은 파티에 가깝다. 추석에 대한 내용은 김부식의 삼국사기 신라 제3대 왕 유리 이사금 때에 나온다. 

    ‘음력 7월 16일에 유리 이사금이 신라 6부의 여자들을 두 패로 나누고 매일 아침 넓은 뜰에 모여 길쌈을 하도록 하였다. 8월 보름에 이르러 그 성적을 따져지는 편이 술과 음식을 마련하게 하고 서로 노래 부르고 춤추게 하였는데, 이를 가배라 했다.’ 

    가배는 한가위의 어원으로, 결국 내용을 보면 술과 음식을 즐기며 노래를 부르며 춤췄다는 내용인데 그 어디에도 차례나 성묘 등 격식에 얽매인 부분은 나오지 않는다. 즉, 추석은 마음 편히 노는 날인 것이다. 그런 의미로 추석 때는 간단하게 가족이 즐길만한 ‘유니크’한 전통주도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결국, 추석에는 가족 모두 즐겁게 보내면 된다는 것. 조상들이 바라는 것도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비대면으로 구입 가능한 전통주

    1) 가족끼리 즐기기 위한 전통주

    별산 오디 스파클링. [부국상사]

    별산 오디 스파클링. [부국상사]

    ‘별산 오디 스파클링’ 막걸리는 오디와 쌀을 넣어 만든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막걸리이다. 색만 보면 마치 레드와인과 같은 느낌이다. 샴페인처럼 병내 2차 발효를 통해 자연 탄산을 만들어 냈다. 첫 잔은 스파클링 레드 와인과 유사하나 끝에서는 막걸리 특유의 쌀맛이 느껴진다. 알코올 도수 6%.
    단맛 : ★★★★☆ 신맛 : ★★★☆☆ 쓴맛 ★★☆☆☆

    이화주 배꽃 필 무렵. [전통주조예술]

    이화주 배꽃 필 무렵. [전통주조예술]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배꽃 필 무렵’은 수저로 떠먹는 독특한 술이다. 물을 거의 넣지 않고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단맛이 적은 요구르트와 같은 식감이 있으며, 다양한 과일 등에 찍어먹는 것도 재미있는 섭취 방법이다. 인공감미료 100% 무첨가 제품이다. 알코올 도수 8%.
    단맛 : ★★☆☆☆ 쓴맛 : ★★★☆☆ 신맛 : ★★★☆☆

    2) 차례주로도 좋은 탁주와 약주

    술 그리다. [술그리다]

    술 그리다. [술그리다]

    탁주 ‘술 그리다’는 평택에서 나오는 프리미엄 탁주다. 제품명인 ‘술 그리다’는 말 그대로 술을 그리는 마음으로 빚었다는 의미로 평택의 1등급 쌀인 슈퍼오닝쌀로 세 번을 발효시켜 빚었다. 100일간의 발효 과정과 장기 저온 숙성 과정을 거쳐 탄생한 프리미엄 막걸리 계열로 쌀이 가진 부드러운 달콤한 맛을 잘 표현했으며 100% 무감미료 제품이다. 알코올 도수 10%.
    단맛 : ★★★☆☆ 신맛 : ★★★☆☆ 쓴맛 : ★★☆☆☆

    청명주. [대동여주도]

    청명주. [대동여주도]

    약주 ‘청명주’는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등장하는 술로 충북 무형문화재 김영섭 명인이 만드는 전통주다. 날이 밝아진다는 청명절에 빚거나 마시는 술로도 알려져 있다. 곱게 만든 찹쌀 죽으로 밑술을 만들어 100일 동안 저온에서 발효 및 숙성을 거친다. 알코올 도수가 상당히 높지만 생주 특유의 상큼하고 새콤한 맛에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있다. 천연효모가 주는 다채로운 맛을 잘 품고 있다는 평이다. 알코올 도수 17%. 
    단맛 : ★★★★☆ 쓴맛 : ★★★☆☆ 신맛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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