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6

2020.09.11

커피 배달까지 하는 실내 물류시스템,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 올려 [BIZ 인사이드]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0-09-03 13: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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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현대글로비스는 5000억 규모의 유럽 완성차 수출 운송 계약을 따냈다.  [사진출처·현대글로비스 홈페이지]

    7월 현대글로비스는 5000억 규모의 유럽 완성차 수출 운송 계약을 따냈다. [사진출처·현대글로비스 홈페이지]

    국내 대기업 계열사 중 현대글로비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의 물류계열사로 주로 현대자동차 화물 물류를 취급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 완성차 기업 등 비계열사 일감을 대량 수주해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대폭 낮췄다. 

    그뿐 아니라 ‘코로나 시대’를 맞아 대항마로 스마트 물류시스템을 육성하는 등 기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봇 전문 스타트업과 협업해 ‘자율주행 생활 물류 서비스’에 나서는가 하면, 근래 들어 급성장 중인 중국 ‘콜드체인’(냉장/냉동물류) 시장에도 진출해 업계 이목을 집중시킨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매출은 7조9727억 원, 영업이익은 32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16% 감소했으나, 하반기 들어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생산이 회복되면서 완성차해상운송(PCC)에 기반한 해외 부문 실적이 고조세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현대글로비스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8월 31일 기준 현대글로비스 주식은 14만5500원으로, 8월 28일 10% 이상 오른 데 이어 31일 현재 5% 이상 오르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 하루에 10% 이상 상승한 것도 올해 들어 벌서 다섯 번째로,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판매 호조가 현대글로비스의 수혜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시장에서 ‘투싼’ ‘팰리세이드’ 등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덕분”이라고 평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글로비스의 영업손익은 안정적”이라며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인정받은 경쟁력과 현금 2조 원이 넘는 자금력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의존 줄이기가 관건

    현대글로비스의 최대 숙제는 ‘현대차 의존 줄이기’다. 현대차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시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수석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부터 해외 완성차 기업의 물량을 수주하는 등 비계열사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올해 7월에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이 유럽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독점 운송하는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계약은 기본 3년으로 2년 연장 가능하며, 총 계약금만 5182억 원(5년 기준)에 달한다.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로부터 따낸 계약 중 최대 규모다. 또한 그동안 취약점으로 꼽히던 유럽~동아시아 노선을 확보하고, 일본과 유럽 선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유럽 완성차 물량을 일정 부분 차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그룹 외의 물량 비중을 크게 높였다는 게 고무적이다. 2010년 현대글로비스가 처음 완성차 운송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운송 매출의 88%가 현대·기아차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비중은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에는 47%로 떨어졌고 처음으로 비(非)현대차그룹 물량이 내부 물량을 역전했다. 

    앞서 5월에는 중국 칭다오 한국농수산식품 물류센터 운영 사업권도 따냈다. 매년 13조~14조 원씩 성장하는 중국 콜드체인시장에 진출한 것. 칭다오 물류센터는 2015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에 처음 세운 복합물류시설로, 연면적 1만3669㎡ 규모에 냉동·냉장·상온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연간 2만t 수준의 물량을 취급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농식품의 해상운송, 통관, 창고 보관, 내륙 운송 등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한국산 농식품은 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동부지역에서 소비되는데,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주요 20개 도시에 구축한 콜드체인 운송망을 강화해 우리 농식품의 내륙 이동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중국연구센터에 따르면 2015년 180억 위안(약 3조 원)이던 콜드체인시장 규모는 2017년 2550억 위안(약 44조 원), 2019년 3390억 위안(약 59조 원)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스마트 물류’ 시대

    스타트업 트위니가 개발한 자율주행 카드와 물류 로봇. [사진제공·트위니]

    스타트업 트위니가 개발한 자율주행 카드와 물류 로봇. [사진제공·트위니]

    현대글로비스는 ‘스마트 물류 서비스’ 개발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8월 26일 자율주행 로봇 개발사 ‘트위니’와 손잡고 고객 맞춤형 스마트 도심 물류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 이를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실내 배송 로봇을 활용해 아파트, 호텔, 오피스 등에서 물품 운반 및 배송 서비스를 추진할 방침이다. 향후 서비스가 안착되면 야외 주행 로봇과 접목해 도심 물류 생태계도 조성할 계획이다.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 트위니는 로봇이 실내에서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까지 화물을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고성능 자율주행 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가정과 오피스 등에서 이동 로봇을 통해 택배 물품이나 우편물은 물론이고, 편의점 물품, 커피 같은 가벼운 음료와 음식물, 세탁물 등도 자신의 자리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된다. 로봇 크기는 가로 61cm, 세로 78cm, 높이 110cm이며 최대 60kg 중량의 물품을 적재할 수 있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내년에 국내 최초로 주차로봇을 인천국제공항에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8월 1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마트주차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주차 로봇 운행에 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주차 로봇은 기존 주차공간 200면에 한해, 발레파킹 요원 없이 운전자가 차를 특정 공간에 가져오면 팔레트 모양의 주차 로봇이 차량 하부로 들어가 차를 살짝 들어 올린 뒤 옮겨 주차공간에 넣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이미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으로 물류센터 운영에도 주차 로봇 기술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회사가 도입한 것처럼 물류센터에서 로봇을 이용해 화물을 이동, 적재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기술 개발 전담 기구인 종합물류연구소는 “인천국제공항 주차 로봇 사업을 통해 물류 로봇 활용 시스템 신사업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스마트 물류 시대가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3자 물류시장 등 스마트 물류시장 규모는 약 95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3자 물류란 회사의 물류업무를 전문 물류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물류시장은 이미 연간 10% 안팎의 빠른 성장을 보여왔고,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수직 성장이 예상된다. 

    스마트 물류는 인건비 등 비용이 적게 들고 수요 예측도 가능해 다방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장경석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스마트 물류를 구현하면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가 가능해지고,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통해 정보 수집 및 분류가 수월해지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물동량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해 수요에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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