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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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풀빌라 예약? 이미 늦었다

전용 수영장 딸린 풀빌라, 8월 말까지 예약 거의 차…해외여행 발길 국내로 돌리며 어린 자녀 둔 가족의 ‘독채 숙소’ 선호 뚜렷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0-06-10 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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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엄성운 씨가 운영하는 풀빌라 펜션 객실. [홈페이지 캡처]

    제주에서 엄성운 씨가 운영하는 풀빌라 펜션 객실. [홈페이지 캡처]

    “5월에 이어 이달에도 모든 객실이 완판됐습니다.” 

    경남 남해에서 풀빌라(pool villa) 펜션을 운영하는 조홍기 씨의 말이다. 독채 객실마다 개인 수영장이 딸린 그의 펜션 숙박비는 성수기 주말 기준 1박에 60만~95만 원. 5성 호텔 못지않은 비싼 가격임에도 8월 말까지 예약이 거의 다 찼다. 조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히려 영업이 더 잘 된다. 지난해 5월에는 손님이 올해만큼 있진 않았다”고 귀띔했다. 

    3월 고용노동부는 여행업과 관광숙박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여행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여행 수요가 국내 여행지로 몰리고 있다. 5월 말 글로벌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한국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올해는 국내로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제주 A 풀빌라 펜션은 1박 요금이 100만 원이 넘는데도 6월에 빈 날이 없을 정도로 다 나갔다. 이곳을 운영하는 엄성운 씨는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손님들이 가족, 친구, 연인 단위로 찾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대형 리조트 예약 취소하고 오기도

    국내 풀빌라 펜션의 주요 고객은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신혼부부. 조씨는 “예년에는 신혼부부 손님이 한 달에 한두 쌍이었는데, 올해는 일주일에 서너 쌍”이라고 전했다. 남해의 B 풀빌라 펜션 관계자도 “4월과 5월에 이어 6월에도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객실이 모두 예약됐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에서 신혼여행을 하는 신혼부부가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 바닷가에서 풀빌라 펜션을 운영하는 오석진 씨는 “수영장을 포함해 모든 공간을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신혼부부가 풀빌라 펜션을 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신혼부부는 사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공간을 선호한다. 개별 풀에서 수영하고 백사장을 거닐다 보면 해외로 여행 온 것 같다고들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풀빌라 펜션이 코로나19 확산 지역과 멀리 떨어졌다는 점도 관광객이 선호하는 이유다. 6월 9일 기준 서울 및 경기의 코로나19 발생률(인구 10만 명당)이 각각 10.43, 7.21명인 데 반해 강원(3.76명), 경남(3.72명), 제주(2.24명)는 절반 이하 수준이다.

    경남 남해(왼쪽)와 경북 포항의 풀빌라 펜션 객실. [각 홈페이지 캡처]

    경남 남해(왼쪽)와 경북 포항의 풀빌라 펜션 객실. [각 홈페이지 캡처]

    8세, 5세 자녀를 둔 서울 광진구 심모(42) 씨도 7월 중순 강원 풀빌라 펜션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그는 “최근 코로나19가 수도권에 널리 퍼지고 있어 불안하다. 아이들은 여행을 가자고 조르는데 해외여행은 불가한 상황이라, 비교적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강원도로 가려 한다. 여러 사람과 부대끼는 대규모 호텔이나 리조트보다 가족끼리만 사용하는 풀빌라 펜션이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 양양에서 풀빌라 펜션을 운영하는 오현종 씨는 “7~8월 예약 손님이 예년 대비 늘었고, 10월 예약도 벌써부터 들어오고 있다. 양양 해안가의 유명 리조트를 예약했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수영장이 걱정돼 취소하고 우리 펜션으로 온다는 손님도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독채 숙소를 선호한다”며 “강원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적고, 우리 풀빌라 펜션이 산속에 위치해 감염 위험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해의 조홍기 씨도 “남해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1명에 불과하다. 남해가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는 인식 덕분에 관광객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펜션 이용률 3배 증가

    관광객이 숙소 방역 수준을 먼저 확인하고 찾아오는 것도 코로나19 시대의 달라진 모습. 오씨는 “손님들이 예약 문의를 하면서 방역을 어떻게 하는지, 다른 숙박객과 시설을 공유하지는 않는지 물어본다”고 전했다. 

    글로벌 여가 플랫폼 야놀자 관계자는 “5월 황금연휴 기간 펜션 이용률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며 “독채형 숙소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국내 풀빌라 펜션의 인기가 한동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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