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방역 이전에 ‘세심한 거리두기’ 실천이 우선

국가마다 기관마다 다른 안전거리, 출퇴근 대중교통에선 수칙 무너져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4-17 17: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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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벚꽃이 활짝 핀 서울 양천구 안양천 벚꽃길을 산책하고 있다. [동아DB]

    4월 3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벚꽃이 활짝 핀 서울 양천구 안양천 벚꽃길을 산책하고 있다. [동아DB]

    ‘이번 총선은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이에 눈치가 보여 나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핑계가 생겼기 때문.’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니는 농담 가운데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외출이 줄어드니 답답함을 참을 수 없다는 것. 실제로 기온이 오르기 시작한 3월 말 무렵에는 벚꽃 구경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많아 한강공원에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이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송파구 석촌호수 등 서울 시내 ‘벚꽃 명소’가 폐쇄되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위기감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칩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거리를 둬야 하는지 애매한 측면도 있다. 2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지만, 아침 출근길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2m는커녕 1cm도 거리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시민의식 돋보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사실 요즘에는 외출하더라도 딱히 갈 만한 곳이 없다. 노래방, PC방, 당구장,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이 대부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2월 말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다중이용시설 폐쇄 권고를 내렸다. 놀 곳이 없으니 번화가는 활기를 잃었다. 대학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학생을 찾기 어렵다. 교육부는 계속 대학 개강을 미루다 3월 중순 온라인 개강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든 학생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니 대학가에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4월 14일 찾은 서울 신촌, 홍대 앞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일에도 사람이 많은 거리지만 이날은 텅 비어 있었다. 그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잘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는 버스킹 행렬이 사라졌다. 거리를 채우던 음악과 함께 사람도 줄었다. 걷고 싶은 거리는, 걷기 쉬운 거리가 돼 있었다. 인파가 줄어드니 넓은 보도가 전부 보행자의 것이 됐다. 버스킹을 하던 공터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차지가 돼 있었다. 



    해가 진 뒤에도 인파는 크게 늘지 않았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허모(41) 씨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그래도 금·토요일 저녁에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이전의 3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점이 사라진 서울 명동의 모습도 비슷했다. 그나마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들만 겨우 식사시간에 손님을 맞고 있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자리를 띄엄띄엄 배치해놓은 모습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 좋지만 적당히

    한산한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사진 제공 · 서울시]

    한산한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사진 제공 · 서울시]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 계정을 보면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대학생 박모(25) 씨는 “친구를 만나고 싶고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며,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상황에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외출 시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은 괜찮다고 밝혔다. 면역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짧은 시간 공원 등지를 잠깐 산책하는 것이 건강에 더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외출할 때는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이 몰리지 않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안경을 꼭 지참하라는 조언도 있다. 눈에 침방울(비말)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눈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도 도수가 없는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무턱대고 외출하기보다 칩거 생활을 유지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최근 사람이 별로 없는 야외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에 캠핑에 나서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11번가’의 집계에 따르면 캠핑용품의 매출 증가율이 2월에는 전년 대비 2%에 불과했으나 3월에는 27%, 4월에는 52%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람과의 접촉이 차단된 노지캠핑이 아닌, 캠핑장에서의 캠핑은 위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캠핑장 내 세척장, 샤워실 등 공용시설이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활동이라도 사람이 많이 모이고 접촉을 피하기 어려운 곳은 감염 위험이 높다. 인파가 모이는 장소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생업을 위해 코로나19의 위험을 뚫고 출근하는 직장인은 대중교통이 걱정이다. 방역을 위해서는 2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지만, 막상 출근길 대중교통에 올라보면 2m는 사치스러운 거리다. 그나마 대학생들의 온라인 개강, 일부 회사의 재택근무 등으로 이용객이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이용객 수는 코로나19 사태 전에 비해 각각 19.8%, 23.4%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출근시간 지하철과 버스는 승객으로 꽉 차 발 디딜 틈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4월 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은 지하철 탑승 전 이미 역사 안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러분, 대중교통은 안전합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안으로 대중교통 거리 확보를 발표한 다음 날인 3월 23일 오전 서울 시내로 향하는 출근길 지하철이 마스크를 쓴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뉴시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안으로 대중교통 거리 확보를 발표한 다음 날인 3월 23일 오전 서울 시내로 향하는 출근길 지하철이 마스크를 쓴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뉴시스]

    방역당국은 출퇴근시간에 잠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3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전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 유럽 질병관리본부는 유증상자와 2m 이내에서 15분 이상 접촉했을 때 감염 위험이 있다고 본다. 출퇴근길 짧은 시간에 확진자와 마주쳐 감염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 중단을 권고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과 독일은 아예 주민 이동 제한 조치를 시작했다. 덴마크는 정부 차원에서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권고를 발표했다.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이용 시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출근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방역에 더 옳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나빠져 정부도 이러한 조치를 쉽사리 취할 수 없을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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