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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화학약품 선도기업 | ㈜동림유화 서봉준 대표

국내 최장수 계면활성제 전문기업

“경영혁신으로 도약, 올해는 내실 다지며 성장할 것”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국내 최장수 계면활성제 전문기업

국내 최장수 계면활성제 전문기업 ㈜동림유화를 이끄는 서봉준 대표. [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국내 최장수 계면활성제 전문기업 ㈜동림유화를 이끄는 서봉준 대표. [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국내 최장수 계면활성제 전문기업
옷 한 벌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기업의 참여와 여러 단계의 공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원단, 즉 섬유가 필요한데 이 섬유를 가공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료가 바로 계면활성제다. 옷감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정련제, 옷감에 염료가 고르게 착염이 되도록 돕는 균염제, 옷감에서 일어나는 정전기를 방지하고 옷감을 부드럽게 해주는 유연제 등 섬유 가공에 쓰이는 약품의 대부분이 계면활성제를 주원료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섬유산업이 발달하면서부터 화학약품산업도 성장해왔다.


● 1973년 설립돼 반세기 가까이 한 우물 파

㈜동림유화(대표 서봉준)는 1973년 설립된 후 현재 친환경 계면활성제를 생산하는 국내 대표 기업이다. 섬유 생산에 있어 질 좋은 약품을 쓸수록 고급 섬유가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 동림유화를 이끄는 서봉준 대표는 47년간 우수한 품질의 섬유화학약품 생산을 위해 연구 개발에 힘써 왔다. 그 덕분에 동림유화는 현재 업계에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레드오션이던 국내 화학약품 생산 시장에서 동림유화가 지금까지 입지를 굳건히 지켜온 배경에는 서 대표의 혁신적 경영방식이 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조합을 운용하는 일본계 생산방식을 채택하고 있던 1992년, 서 대표는 세계 시장을 장악한 계면활성제 전문기업인 독일 ‘풀크라(Pulcra Chemicals)’사와 제휴를 맺어 주문자 방식으로 직접 생산, 납품하는 유럽 및 미국 방식을 과감히 채택했다. 이후 판매 영역을 넓힐 수 있었고 지금은 염색가공 공장에 들어가는 150여 종의 조제용 계면활성제를 생산하고 있다. 

경영 혁신과 함께 해외시장 진출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동림유화는 베트남, 온두라스,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등에서 점유율 60∼7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법인 설립 15년 만에 베트남에 진출한 여러 나라의 조제회사 가운데서도 1위 기업으로 통한다. 이밖에 동림유화는 친환경 화학원료 생산업체로 인정받을 경우 발급되는 ‘블루사인 인증’을 받아 국내외 섬유 염색 가공업체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 본사에서 서 대표를 만나 동림유화의 역사와 비전에 대해 들었다. 

1973년 창업 이후 47년간 성장해온 중견기업인데 최초 설립 과정이 궁금하다. 

창업주였던 아버지가 당시 근무하던 회사를 나와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화공약품 가게를 낸 것이 동림유화의 시작이다. 위험물 취급 자격증을 소지한 덕분에 소매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는 화학약품을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던 때였다. 전 세계적으로 화학약품 파동이 일어나면 국내 화학약품 가격이 순식간에 급등해 국내 관련 생산업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던 시절이었다. 국가적으로 화학약품의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돼 대기업 차원에서 대규모 장치사업을 벌였다. 그러한 시대 분위기 속에 1978년 아버지가 회사의 주력 사업을 섬유용 계면활성제 제조업으로 전환했다. 그 덕에 지금까지 회사를 이어받아 관련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에서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동림유화에 입사한 후 2002년 대표 자리에 올랐는데 그동안 어떤 일을 했나. 

제조업 회사다운 회사로 만들고자 했다. 섬유용 계면활성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 기술을 갖춰야 했다. 섬유가공업체에서 필요한 약품을 만들어 납품하려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1980년대부터 독일을 비롯한 유럽, 미국 회사들은 말하자면 기술영업, 즉 테크니컬 서비스 세일즈(Technical Service Sales)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종합상사가 판매자 측의 생산 기술을 알아와 조합에 가입된 제조사에 전파하는 일본식 생산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물론 효율적인 시스템이긴 하지만 종합상사의 영업사원이 복잡한 기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경우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1992년 독일 풀크라사를 만난 것이 전환점이 됐다. 판매사에서 필요한 약품 제조 방식을 정확히 파악해 바로 생산에 들어간 뒤 납품하는 식으로 국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그러한 생산 시스템 전환을 내가 주도했다. 

국내 최장수 섬유용 계면활성제 전문기업인데, 동림유화 제품만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독자적으로 제품 개발을 하면서도, 거래처가 원하는 제품을 맞춰서 공급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래서 연구소도 두 분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한쪽은 순수하게 화학제품을 연구 개발해 독자적인 상품 개발을 하고, 한쪽은 고객 니즈에 맞춰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생산 시스템 변형에 필요한 기술을 익힌다. 두 연구실이 조화롭게 움직여야 회사가 순조롭게 돌아간다. 미국 회사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움직이는데 그 덕분에 온두라스에 진출하면서 미국의 한 법인과 기술 제휴를 맺는 데 용이했다. 우리의 테크니컬 서비스 세일즈가 통한 셈이다. 

150여 종의 조제용 계면활성제를 판매중이라고 들었는데, 대표 아이템은 무엇인가. 

주로 정련제, 균염제, 유연제 3가지를 판매한다. 현재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이 3가지 염료는 거의 중국산이다. 중국이 산업화 시기 국가적으로 대규모 화학약품 제조공장을 설립하면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그나마 우리 제품은 중국산과 가격이 같아 국내에서 경쟁이 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물류비가 추가돼 우리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우리 제품이 선전하고 있다.


● 베트남 진출 15년 만에 동종업계 1위

베트남 호치민의 공장 외부 전경(왼쪽)과 인천 본사에 위치한 연구소.

베트남 호치민의 공장 외부 전경(왼쪽)과 인천 본사에 위치한 연구소.

베트남, 온두라스, 과테말라,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의류 가운데 니트류는 세계적으로도 알아준다. 1999년 이를 내세워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건너갔다. 그런데 기존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을 뚫기가 힘들었다. 결국 실패를 맛보고 철수해야 했다. 이후 한국의 의류 생산업체들이 온두라스로 대거 진출하는 타이밍이 왔다. 미국에서 영업할 때 쌓았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함께 진출해 영업하면 온두라스 시장의 60∼70%를 점유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실제로 현재 그 정도로 장악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2005년 국내 생산업체들의 진출에 맞춰 문을 두드렸고 현재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전 승산이 있을 거란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진출해왔다. 우리 회사는 경쟁력 없는 제품은 팔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다. 

경쟁력이 없는 제품을 판매하면 회사가 신의를 잃는다. 우리 산업의 특징이 그렇다. 40∼50개 필드에서 150개 아이템을 팔다보니 하나만 많이 팔리는 게 없다. 한 군데서 얻는 이익이 적은 편이다. 그 적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 품질이 낮은 물건을 팔았다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언제 가장 큰 성과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난 적은 한 번도 없다. 2003년 매출액 대비 7% 순이익을 낸 적이 있는데 역대 최고였다. 그것도 사실 유로화가 떨어져서 이익이 컸다. 그 이후 꾸준히 2∼3%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3%를 기록해 전 직원이 기뻐했다. 이익이 많이 나는 산업은 아니지만 매출로만 보면 25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할 때마다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고, 성과를 제대로 느낄 기회가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낀다. 

주52시간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 근로 환경 개선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과 상생하며 기업을 경영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다행히 화학약품 산업은 고용 인력이 많지 않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해외 법인까지 합쳐 한국인 직원이 모두 31명이어서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은 없다. 다만 거래처가 섬유가공 공장, 의류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보니 걱정은 된다. 사실 인건비 상승은 세계적 현상이다. 그나마 해외시장은 3조 2교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나라는 주야간 근무를 하려는 젊은이가 없으니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기업 운영에 어떤 포부를 갖고 있는지 한 말씀 해준다면. 

그동안 회사가 적은 마진으로도 외형을 갖추기 위해 전 사원이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4개 국가의 법인이 이익을 내기 위해 모두 노력한 결과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해외 법인을 늘릴 것이 아니라 기존 4개 법인의 내실을 다질 때라고 생각한다. 이 산업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들기에 앞으로 내실을 다져 강소기업으로 도약할 것을 꿈꾸고 있다.






주간동아 2020.01.23 1224호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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