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12

2019.11.01

인터뷰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파고들었더니 신생기업의 성장 기회가 보였다”

아시아 No.1 클라우드 MSP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9-11-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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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클라우드 컴퓨팅’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다. 굳이 크고 무거운 서버를 들여놓지 않아도 인터넷 서버를 통해 데이터 저장,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관련 서비스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IT 관련 신사업 개발에 드는 비용이 현저히 줄어든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일단 서비스 내용이 생소하다. 게다가 회사의 정보 관리를 다른 회사에 맡기는 것이 낯설다. 

    ‘베스핀글로벌’은 국내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클라우드 컴퓨팅을 선도하는 회사다.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기아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국영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사진)는 이번이 세 번째 창업이다. 1998년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을 하다 2013년 매각했다. 이후 국내에 들어와 벤처캐피털 ‘스파크랩스’를 공동창업했고, 2015년 다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뛰어들었다.
    10월 21일 이 대표를 서울 서초구 베스핀글로벌 사무실에서 만났다.

    비용 절감하는 클라우드에서 기회 찾아

    클라우드 MSP(관리 서비스 제공자)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전산시스템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과거 각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통해 정보를 운용했다면, 아마존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Azure 같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는 방식이다. 베스핀글로벌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각 회사의 용도에 맞게 도입하고 이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회사다.” 

    지금 시스템이 있는데 굳이 클라우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전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산업발전 초창기에는 각 기업이 발전소를 설치해 직접 쓸 전기를 생산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기업이 전기를 사서 쓴다. 불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모든 회사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대신, 잘 만든 전산시스템을 빌려 쓰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점차 보편화돼 스타트업이나 신생기업뿐 아니라, 기존 대기업들도 클라우드를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항상 따라다니는 이야기가 보안 문제다. 

    “이 문제는 단독주택과 아파트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래도 단독주택보다 관리 전문 인력이 있는 아파트에 사는 편이 더 안전할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반 회사보다 클라우드업체가 데이터 보안 관련 전문 인력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지 않겠나.” 

    베스핀글로벌이 이름을 알린 계기는 삼성전자와 계약이었다.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시스템 및 통합 관리 서비스를 베스핀글로벌이 맡게 된 것. 보통 대기업과 IT 스타트업은 삼성SDS 같은 SI(System Integration)사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베스핀글로벌은 삼성SDS의 중개 없이 직접 삼성전자와 계약했다. 

    어떻게 삼성전자나 페트로차이나를 고객사로 두게 됐나. 

    “대기업 계열 SI사들은 각 그룹으로부터 수주받는 식으로 편하게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무한경쟁 시대다.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은 항상 최적의 선택을 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이라서 보호받고, 대기업이라서 그룹의 이해관계를 따라가는 경우가 적어졌다.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대기업도 굳이 SI를 고집하지 않는다.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에 따라)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대기업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게 된 비결이 있다면? 

    “한국의 SI사나 IT업체들이 한국시장 혹은 그룹 내 수요에 초점을 맞췄다면, 베스핀글로벌은 시작부터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IT 관련 서비스는 물류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한국시장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그만큼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노리며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대기업 계열 SI사도 능가하는 실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클라우드 MSP의 서비스와 어떤 점이 다른가. 

    “우리는 ‘옵스나우(OpsNow)’라는 클라우드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클라우드 관리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으로 계속 진화한다. IT 운용과 관련된 데이터를 축적한 뒤 이를 토대로 더 합리적인 자동화 방식을 도출해낸다.” 

    이 대표의 경력을 보면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생물학과 무관한 IT 창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사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뛰어난 사람이 많았고, 해당 학문에 흥미도 없었다. 마침 1998년 인터넷이 떠오르면서 관련 산업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취미가 컴퓨터였던 터라 빠르게 가능성을 확인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컴퓨터가 취미인 생물학 전공자라, 특이하다. 

    “아버지가 삼성전자에 다녀서 어린 시절 SPC1000(개인용 컴퓨터)을 처음 접했다. 그 후 완전히 컴퓨터에 빠졌다. 조립을 해보고 코딩도 해가며 놀이처럼 즐겼다. 우리 세대면 다 비슷할 텐데, ‘스타워즈’ 같은 SF 영화를 보면서 자라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회사 이름도 이 영화에서 따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의 주 무대가 ‘클라우드 시티’라는 도시인데 이 도시가 있는 행성 이름이 ‘베스핀’이다.”

    ‘스타워즈’에 열광한 소년이 IT 창업자로

    클라우드 등 데이터 관련 사업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사실 첫 사업부터가 데이터 관련 일이었다. 미국에서 창업한 ‘호스트웨이’라는 데이터센터 회사로, 어떻게 보면 클라우드 바로 전 단계인 서비스였다. 2013년 이 회사를 매각했는데, 매각한 가장 큰 이유가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AWS라는 서비스를 2006년 내놓았다. 기존 데이터센터 서비스와 다를 게 없었지만 비용이 덜 들었고,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던 일까지 전부 자동화했다. 2010년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마존 등 대형기업에 비해 투자 규모가 너무 작았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데이터센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산업이 될 것 같았다. 마침 2013년 좋은 매수자들이 나타나 기존 사업을 매각한 뒤 기회를 노리다 2015년 베스핀글로벌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전히 클라우드는 기회의 땅인가. 

    “지금은 클라우드 산업이 시작 단계다. 전 세계 IT시장 규모는 4000조 원 정도다. 그중 클라우드에 들어가는 자본은 200조 원 남짓으로 보인다. 작지만 성장세는 빠르다. 거의 매해 50%씩 자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이 그렇게 커진다면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자가 될 위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대기업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은 자원이 풍부하지만 그만큼 할 일도 많다. 반면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베스핀글로벌로 예를 들자면 클라우드 분야에 투자한 금액이 지금까지 1400억 원이 넘는다. 앞으로도 3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특히 대기업은 더욱 어렵다. 대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생각해보면 투자를 승인한 임원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 분야를 거액의 적자를 보며 3~4년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그에 대해 책임까지 지겠다고 나설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업은 공평하다. 투자 후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온 기업이라면 자금력 있는 경쟁사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사회적 혁신까지 내다보는 기업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국내에서는 아직 클라우드 서비스가 널리 쓰이지 않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구식 IT에 머물러 있으려는 관성이다. 업계에 오래 머문 사람일수록 새로운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신진 IT 사업가들의 문제가 시장의 변화보다 너무 빠르다는 것인데, 해당 기술이 새로운 대세를 이끌겠다고 생각해 창업하지만 시장의 변화는 생각보다 느리고 새로운 기술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다. 클라우드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일단 도입에 반대부터 하고 본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이들도 기술을 이해하게 되면 태도가 달라진다. 그러니 클라우드 관련 지식을 적극 알려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자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기술만 좋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해당 기술을 사회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시장이 기술을 몰라준다고 한탄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 특히 기술 혁신이 일어나면 기존 기술에 생업을 건 사람은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업은 기술 혁신뿐 아니라 사회 혁신까지 생각해야 한다. 물론 기업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풀어야 하는 것이 기업가의 숙명이다. 물건을 팔기 위해 우리가 못할 게 뭐가 있겠나.” 

    IT업계 창업자로서 가장 뼈아픈 규제가 있다면? 

    “‘개인정보 보호법’이다. 만들어질 당시에는 좋은 법이었으나, 새로운 시대에는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를 이끄는 축이 자본에서 데이터로 넘어오리라는 분석 결과는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우버나 그랩이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는 이유도 단순히 택시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이용자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거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거액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가 경제의 중심이 되려면 일단 유통돼야 하는데, 법으로 막혀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데이터 보호나 개인정보 유통이 하나의 정치적 이슈가 된다. 하지만 빅데이터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보면 이처럼 탈정치적인 산업이 없다.” 

    베스핀글로벌의 최종 목표는? 

    “아시아 최고 클라우드 MSP가 되고 싶다. 단순히 1등 업체가 아니라, 아시아 모든 기업이 베스핀글로벌을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북미와 유럽을 노릴 생각은 없나. 

    “북미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시아시장에서 시작한 이유는 이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 인구만 해도 엄청난 수준인데 여기에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까지 감안하면 말 그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다. 아시아시장을 노리는 또 다른 이유는 할 수 있는 일이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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