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유니콘의 새싹

심장 주치의를 내 손가락에, ‘스카이랩스’

순환계 질환 실시간 진단기기 CART를 이용한 모니터링 시스템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심장 주치의를 내 손가락에, ‘스카이랩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심장 질환은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인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변하는 부정맥은 전체 돌연사 원인의 90%를 차지한다. 하지만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일은 어렵다. 심장에 이상이 있어 병원을 찾아도 검사할 때 이상 현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의료진이 이를 진단해낼 수 없다. 환자가 매순간 병원을 찾아 심장 검사를 받아야 하겠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40대 이상 25%가 심혈관계에 문제

‘스카이랩스’는 병원의 진단 기능을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 심장 상태를 수시로 검사할 수 있는 기기와 서비스를 개발한 것. 반지 모양의 웨어러블 심장 진단기 CART(Cardio Tracker)가 24시간 환자의 심장 상태를 기록한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파악해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스카이랩스의 서비스는 이미 세계 의료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카이랩스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제약회사 사노피의 초청을 받아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비바 테크놀로지(Viva Technology)’에 참가하고 있다. 사노피의 초청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은 스카이랩스가 유일하다. 8월에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심혈관 분야 최고 권위의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9)’ 디지털 헬스 부문 발표에도 참가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했다. 

보통 의료계 종사자가 진단기기나 의료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하지만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사진)는 삼성전자 DMC연구소 출신인 연구원이다. 이 대표를 10월 14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의료계 종사자도 아닌데 어떻게 헬스케어, 그것도 전문적인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나. 

“개인적인 이유부터 말하자면 일단 나도 만성 심장 질환인 심방세동 증상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5G 통신기술 연구원으로 일할 때였다. 바쁠 때는 새벽 5시까지 일하고, 귀가 후 옷만 갈아입고 출근하는 일상이 계속됐다. 당연히 몸에 무리가 왔다. 부정맥과 비슷한 증상이 생겨 여러 번 응급실 신세를 졌지만, 병원에서도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순환계 질환은 평소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하루 이틀 입원해 검사하는 것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다. 그래서 환자 곁에서 심혈관계 활동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유용할 것 같아 CART 개발에 착수했다.” 



창업까지 준비한 이유는? 

“심장 및 순환계 만성질환 진단 시스템은 사업으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회사에 다니면서 통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술 발전으로 생길 새로운 산업 수요를 검토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로 크게 성장할 것 같은 분야를 고민했고, 모빌리티와 헬스케어 산업이 유망하다고 봤다. 이 중 모빌리티는 비교적 초기 비용이 많이 드니, 헬스케어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개인적 수요와 사업적 판단이 만난 셈이다.” 

건강관리 앱(애플리케이션)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스카이랩스의 서비스는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사람이 주요 고객이다. 이용자가 제한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타깃이 명확해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 운동 습관이나 다이어트를 돕는 이른바 ‘웰니스’ 계열의 헬스케어 사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 예가 미국 핏비트(Fitbit)다. 수년 전만 해도 유망 기업으로 꼽혔지만 최근 이 회사의 주가만 봐도 성장세가 멈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생각보다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다.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률은 2%가량이다. 전 세계인의 2%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면 몹시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40대 이상 인구로 한정하면 25%까지 유병률이 올라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한국만 해도 환자가 100만 명가량 된다. 심장은 신체의 엔진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래 쓴 사람일수록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만성질환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따라서 증상이 완화되더라도 수시로 심혈관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수요가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외에 의료산업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전문 의료 서비스가 향후에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료산업의 특수성이라면? 

“의료기기 및 서비스는 파편화된 시장이다. 증상, 국가, 고객별로 시장이 다 나뉘어 있다. 어느 한 업체가 전체 시장을 점유하는 사례는 없다. 각 블록이 고도로 전문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블록을 점유하기는 힘들지만 한번 점유하면 후발 주자가 들어올 여지도 적다. 실제로 국내 최대 의료기기 회사들은 대형 제약사의 10분의 1 정도로 규모가 작다. 대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작은 시장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성공 전략이라고 알고 있다. 이런 성공 전략에 가장 가까운 것이 메디컬 헬스케어 사업이라고 봤다.”


“우리는 의료기기 회사가 아니다”

이 대표는 “CART 때문에 의료기기 개발사로 많이 알려졌는데, 스카이랩스는 환자와 의료계가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다. 이를 위해 의료기기도 개발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스카이랩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병원 밖 만성질환 환자가 의료진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환자가 의료 전문가의 관리 하에서 치료받는 일련의 과정을 ‘환자의 여행(patient’s journey)’이라고 한다. 여행의 첫걸음은 일단 의료진이 잠재적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병원 밖 환자의 상태를 들여다보려면 도구가 필요한데, 그게 CART이다.” 

국내보다 해외 활동이 더 많다. 실제로도 해외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나. 

“해외시장만큼이나 국내시장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사업을 기획할 때부터 국내에 천착하기보다 글로벌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국내만 생각하면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럽 등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의료계열 스타트업은 국내의 강력한 의료정보 규제로 해외 진출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스카이랩스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나. 

“아니다. 국내에서는 의료정보를 통신망을 통해 보내는 것이 불법이다. 저장된 자료를 환자가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없다. 유럽 등지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한국과 의료 시스템이 달라서다.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전문의를 만나려면 일반의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진단을 주 업무로 하는 일반의가 만성 심장 질환을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을 개연성은 낮다. 이 때문에 의사가 원격으로 환자의 심장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상급 병원에 알려 전문의를 만날 수 있게 하는 통로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국내에도 원격으로 의사가 환자를 조기에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되면 좋을 것이다. 해외에서 원격 의료가 좋은 성과를 낸다면 국내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꿈이 있다.”


애플은 실패했지만 CART는 성공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CART는 어떤 원리로 심장 활동을 측정하나. 

“반지 모양의 기기가 센서를 통해 심장의 전기신호를 인식한다. 이를 통해 심박수나 산소포화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디바이스는 대부분 팔목에 시계처럼 차는 형식이다. CART가 반지 모양인 이유가 있나. 

“병원에 가보면 입원 환자들의 손끝을 집게처럼 생긴 도구로 집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광센서를 이용해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장치다. 센서로 읽기 가장 편한 부위가 손끝이라 거기에 도구를 달아놓은 것이다. 팔목에 기기를 달면 인식률이 떨어진다. 실제로 애플이 올해 초 애플워치를 이용해 심방세동 진단 정확도 실험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불규칙한 맥박이 감지된 사람 가운데 34%만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다. CART는 서울대병원 임상시험 결과 진단 정확도가 99%였다.” 

하지만 CART는 손끝이 아니라 손가락에 착용하는 기기다. 

“정밀한 측정을 위해서는 손끝에 다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손끝을 가리면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환자는 대부분 자신이 환자로 보이길 원하지 않는다. 의료기기라도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기기라면 일상용품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서 손가락에 반지처럼 낄 수 있는 기기로 개발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갤럭시 시리즈의 최신 모델도 내장된 앱만 켜면 간단한 심혈관계 검사가 가능하다. CART에는 이를 능가하는 기능이 있나. 

“환자가 착용하기만 해도 항상 심장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CART의 장점이다. 스마트폰에도 앱 형식의 다양한 의료기기가 있긴 하다. 문제는 환자가 매번 조작해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본성이 그다지 근면하지 않다. 임상시험 등을 통해 알게 된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암 환자도 항암제를 제때, 제대로 복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CART는 환자가 노력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기기다. 충전하고 착용만 하면 된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은 심부전과 심방세동 위주의 시스템만 갖추고 있다. 내년에는 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 전반을 다룰 예정이다. 그리고 심혈관계 외에도 다양한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주간동아 2019.10.18 1210호 (p32~3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